제주해군기지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되어야 한다

강정마을대책위, 참여연대 등 제주 해군기지건설 예산 삭감 촉구 기자회견문 발표

오늘(11월 9일) 국회에서 내년도 제주해군기지 건설관련 예산 324억 전액 삭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해군기지반대강정마을대책위, 제주군사기지저지와평화의섬실현을위한범도민대책위원회, 녹색연합,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등이 참가하였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제주해군기지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되어야 한다

제주해군기지가 재추진된 2005년 이래 국방부는 주민 동의를 존중하여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국회 또한 작년 예산심의에서 아직 도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 연구용역비를 제외한 사업비 전액을 삭감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제주해군기지 추진과정은 주민 동의를 이끌어내기는 커녕 훨씬 심각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으며, 찬반 입장을 놓고 도민 사이에 발생한 극심한 분열과 갈등도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군기지 후보지였던 서귀포시 위미마을이나 강정마을은 한가족 같이 지내던 전통적인 마을공동체가 파괴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제주도지사가 내린 해군기지유치결정도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제주도민의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제주도지사의 결정일 뿐이었다. 유치결정은 도민 사회의 갈등과 상처를 봉합하기보다는 오히려 반대운동을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해군기지 사업추진예산 324억원을 편성하여 제출하였다. 작년 국회 예산삭감 결정이후 아무것도 해결된 문제가 없는 상태임에도 예산확보를 통해 해군기지 건설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강행하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볼 수 없다. 끝내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추진을 강행한다면 제주도민들과 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국민들의 더욱 커다란 저항을 불러올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제주해군기지의 일방적인 추진 강행은 유보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사업예산은 전액 삭감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민주적 절차를 밟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는 추진과정은 결코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국가안보가 걸린 국책사업을 인기투표하듯 여론조사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며, 더욱이 제주도의회 감사결과 여론조사 기관 선정과 진행과정에서의 많은 기술적인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여론조사와 유치결정이 아무런 객관적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해군기지 최종후보지인 강정주민 당사자들이 지난 8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마을 투표를 벌여 해군기지 반대를 공식적인 입장으로 결정하였다. 정부가 서둘러 나서야 할 것은 국가의 일방적 사업추진 때문에 패일대로 패인 갈등의 골을 메우는 일이다.

둘째,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정부의 제주 ‘세계 평화의 섬’ 구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제주섬은 지정학적으로 군사적요충지에 위치하고 있다. 일제시대에 건설된 ‘알뜨르비행장’의 존재, 2차 대전 종전을 앞두고 미-일 간의 전쟁터로 전락하여 ‘제2의 오키나와 섬’으로 전화에 휩싸일 뻔했던 역사도 이러한 지정학상의 특징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의 ‘세계평화의 섬’지정은 군사 거점으로 언제든 쓰일 수 있는 제주를 한반도 평화정착과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일종의 ‘국제교류와 평화의 장소’로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제주도에 이지스함 등 첨단무기체계를 동반한 전략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군비경쟁에 나서고 있는 주변국을 더욱 자극함은 물론, 동북아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에도 오히려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평화의 섬’의 실체는 과연 무엇이며 정부가 제시한 ‘평화의 섬과 군사기지는 양립 가능하다’는 논리는 어떻게 증명될 수 있는지 속히 밝혀야 한다.

셋째,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 자연유산 등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유네스코는 또 앞서 2002년에 해군기지 후보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 바다 일대를 세계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는데, 군사기지는 주변 청정 자연의 생존에 파괴적인 위협을 미칠 것이다.

서귀포 앞 바다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연산호 군락지로, 인근에서 진행하고 있는 방파제 공사로 인한 조류 변화로 개체수가 줄어드는 위협을 받고 있고 있는 상황에서 해군기지가 들어설 경우 심각한 파괴가 야기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류가 힘을 합쳐 소중한 자연유산을 보존하자는 뜻의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이루어지자마자 해군기지를 건설하여 제주섬의 천혜의 자연을 항구적인 파괴의 위험으로 몰아넣는 행위는 국제적인 비웃음 거리가 될 것이다.

이처럼 많은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해군기지 추진을 강행하기 위해 예산을 통과시킨다면, 혼란과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를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날 것이다.

지금은 제주도와 국가 모두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강행 추진을 중단해야 할 때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순리대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우회로를 선택해야 한다. 해군기지 건설 추진을 유보해야 한다. 국회는 내년 예산심의 과정에서 반드시 제주해군기지 사업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

2007년 11월 9일

해군기지반대강정마을대책위, 제주군사기지저지와평화의섬실현을위한범도민대책위원회, 녹색연합,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평화를만드는여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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