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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축
  •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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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2020년 국방예산 통과, 한반도 경색 국면에 군비증강만 추구

면밀한 예산 타당성 심사 없고 밀실 논의 여전한 국회

 

어제(12/10) 2020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20년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50조 1,527억 원이다. 이는 역대 최대규모로 “평화란 힘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오슬로 선언을 무색하게 한다. 이러한 역대급 군비 증강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이라는 남북 간의 합의 이행은 물론, 그렇지 않아도 난관에 봉착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남북 간의 대화를 더 어렵게 할 것이 분명하다. 평화에서 더 멀어지고 있는 지금 한반도 정세에서 군비증강만 추구되는 현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막대한 국방예산 규모와 무기 도입 등 예산이 증액되는 사업의 문제들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연평균 7.5%씩 증가한 국방 예산은 2년 반 만에 약 10조 원이나 늘었다. 주로 무기 체계 획득 예산인 방위력개선비는 작년 대비 8.5% 증가한 약 16조 6,804억 원으로 국방 예산 중 무려 33.3%를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의 방위력 개선비 평균 증가율은 약 11%로 지난 9년의 연평균 증가율 5.3%의 약 2배에 달한다. 

 

그러나 국회는 증액 일변도의 정부 국방예산안에 대한 아무런 통제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한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사업은 ‘핵·WMD 위협 대응’ 사업으로 이름만 변경되어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 2020년에만 38개 사업에 총 6조 2천억 원 가량의 예산이 확정되었다. 2016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액된 셈이다.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사업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는 공격적인 군사전략을 위한 것으로 국제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예산 투입에 비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성은 떨어진다. 공격형 무기 도입 사업인 F-35A 도입, 한국형 전투기(KF-X), F-35B 도입을 위한 경항공모함 건조 사업 관련 선행 연구 및 기술 개발 예산도 정부 요구안 그대로 전액 통과되었다. 방위사업청 예산의 경우 전술정찰정보수집체계, 7.62mm 기관총-II, 기초비행훈련용헬기, 자항기뢰, 자폭형무인기 등 유찰, 일정 지연, 기술 결함 등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만 겨우 1,671억 원이 감액되었을 뿐이다.

 

이번에도 국방예산에 대한 국회의 면밀한 심사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예산 심의에 앞서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513조 슈퍼예산’에 대한 ‘칼날 심사’를 예고하며, “결산을 토대로 부진한 사업이 감액 없이 반영될 경우 시정을 요구해 세금 낭비를 막겠다”고 결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칼날’은 국방예산 앞에서 한없이 무뎠다. 밀실 예산 심사 관행도 여전했다. 국방위 예산 소위는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한 정책 연구 예산 반영 여부에 대해 비공개회의로 전환해 논의했다. 그러한 비공개 논의를 통해 “방위사업청은 AI 무인잠수함, 드론, SLBM 대응에 효과적인 연구를 위해 노력한다”는 부대의견이 추가되었다. 국방예산의 33.3%를 차지하는 방위사업청 예산의 심사자료와 회의록 등은 심지어 모두 비공개되고 있다. 무기 도입 사업의 타당성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올해는 남북 간의 군사 회담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 증강 문제 등을 다루기로 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도 요원한 상태이다. 북한은 남한의 첨단 무기 도입과 한미연합군사훈련 등에 지속적으로 반발하며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첨단 무기 도입 예산을 포함한 엄청난 국방 예산이 통과되었다. 이로써 서로를 겨냥한 군비 경쟁과 그로 인한 안보 딜레마의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했던 남북 군사합의의 정신은 크게 퇴색되었다. 군비증강이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주기보다, 더 큰 군사적 대비를 요구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은 이렇게 또다시 실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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