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제주생명평화대행진 연속기고 ④] 제주 제2공항 무엇이 문제인가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연속기고 시리즈

해군기지, 비자림로, 제2공항..제주도는 인간들만의 섬이 아닙니다 / 고권일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공동대표)
진실이 드러나도 시간은 되돌릴 수는 없네 / 딸기 (평화바람 활동가)

제주 제2공항 건설, 재앙의 문을 여는 것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④ 제주 제2공항 무엇이 문제인가 / 박찬식 (제주사는 육지사름 대표)

 

논리와 명분 상실한 제주 제2공항, 공군기지 위한 포석?

[2019제주생명평화대행진 연속기고 ④] 제주 제2공항 무엇이 문제인가

박찬식 제주사는 육지사름 대표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원래 이 보고회는 6월 19일 오후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주민들과 시민들의 강력한 저지로 무산되어 밀실 보고회로 대체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등을 거쳐 오는 10월 기본계획을 고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기본계획 고시는 제2공항 건설을 위한 최초의 법적 조치이다. 후보지일 뿐인 성산지역이 법적으로 공항 부지로 확정되는 것이다. 기본계획이 고시될 경우 내년 기본 및 실시설계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2021년에는 토지수용과 착공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점에서 기본계획 고시를 앞둔 지금이 제주 제2공항이 건설되느냐 마느냐를 좌우할 최대 고비인 셈이다.

제2공항 건설을 뒷받침? 미흡한 주장

“103초마다 이·착륙, 진땀 나는 제주공항.” 지난 6월 29일 <중앙선데이>에 ‘빅데이터로 본 관광 제주’라는 부제와 함께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 중간에는 “평상시에는 2분마다 한 대, 추석 등 연휴와 성수기에는 1분 43초마다 한 대가 활주로에 이·착륙한다” “제주공항의 안전성을 높이고 이용객의 불편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원희룡 지사의 발언을 인용했다. 여기서 언급된 수치는 틀리지 않다. 문제는 그 ‘수치의 의미’다. 얼핏 들으면 1분 40초당 한 대 뜨고 내린다니 엄청나게 혼잡하고 당장 사고라도 날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 그런가? 1분 40초에 한 대는 시간당 35회다. 그런데 제주공항과 같이 단일활주로를 운영하는 영국의 개트윅 공항은 시간당 55회 뜨고 내린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공항과 인도의 뭄바이 공항도 시간당 52~53회 이착륙한다. 시간당 35회 뜨고 내린다고 큰 일 날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제주공항 혼잡과 관련하여 종종 듣는 또 다른 얘기는 “제주-김포 노선이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노선”이라는 것이다. 이 역시 팩트다. 문제는 이것이 “제주공항이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공항”인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2018년 제주공항의 연간 이용객 수는 2946만 명이다. 단일활주로 공항만 따져도 앞서 본 뭄바이 공항(4881만 명), 개트윅 공항(4560만 명)에 한참 못 미친다. 다른 노선 특히 국제선 노선이 적기 때문이다. 김포 노선은 제주공항 전체 노선의 절반을 넘는다(2018년 전체 이용객 2945만 명 중 1640만 명, 운항 횟수 16만8331회 중 8만7729회). 제주-김포 노선의 혼잡을 공항 확충과 연결시키는 것은 이미지 조작에 불과하다. 제주-김포 노선이 혼잡하다는 사실은 하늘길(공역과 항로)의 문제이지 공항의 문제가 아니다. 하늘길이 혼잡해서 생기는 연착 등의 문제는 제2공항을 짓는다고 해결될 수 없다. 오히려 제2공항을 지어서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는 항공편이 늘어나면 하늘길은 더 혼잡해질 뿐이다.

해소되지 않은 입지선정의 부실과 조작 의혹

성산에 제2공항을 건설한다는 용역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주로 쟁점이 되었던 것은 주민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의 문제와 입지선정의 타당성 문제였다. 공항 부지에 편입된 난산리 주민 김경배씨의 단식 등 주민들의 투쟁을 통해 타당성 재조사 용역이 시행되고 검토위원회가 운영되었지만, 의혹은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더 증폭되었다.

첫째, 입지선정과 관련하여 지역 특성을 고려한 평가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주도의 중요한 자연유산이자 안전성과 사업비에도 영향을 미치는 용암동굴이 입지선정 과정에서 조사·반영되지 않았다. 역시 환경과 안전 면에서 중요한 철새도래지 문제도 평가에 들어있지 않았다. 기상에서도 안개일수와 바람만 고려했을 뿐 강우와 강설 등 결항과 지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빠졌다. 하필 제대로 평가했다면 모두 성산 후보지에 불리한 요소들이다. 여기에 더해 군·공역 중첩 여부를 평가하면서 난산 후보지는 중첩된다고 감점시킨 반면 더 직접 중첩되는 성산 후보지는 감점하지 않았다. 안개일수도 10년 치 평균을 구하면서 성산 기상대의 경우 7년간 측정치밖에 없는데 이를 10으로 나누어 실제 평균은 17일인데 12일로 축소했다.

둘째, 유력 후보지였던 신도지역의 경우 해안 쪽으로 거주지도 없고 오름 등 장애물도 없는 최적의 후보지가 있음에도 이를 처음부터 배제했다. 신도지역에서 선정된 두 개의 후보지 중에서 마을들이 있는 라인을 따라 활주로를 배치한 신도1은 1단계에서 소음으로 탈락했다. 마을들에서 조금 더 내륙 쪽에 위치하여 최종 단계까지 올라갔던 신도2 후보지는 평가 도중에 위치와 방향을 오름(녹남봉)과 마을들이 있는 곳으로 임의 변경하여 소음과 환경성 점수가 크게 나빠졌다. 위치를 변경하지 않았다면 신도2가 성산보다 높은 점수로 최종 후보지가 될 수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국토부와 용역진은 근거 있는 반론을 내놓지 못했다.

셋째, 또 다른 유력 후보지로 이미 대한항공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정석의 경우에도 기상, 환경성, 접근성, 공공시설 지원 등 여러 항목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평가로 2단계에서 탈락했다. 예컨대 안개일수의 경우 다른 후보지들은 기상대의 안개일수 자료만을 사용했는데 정석의 경우 비행장에서 제공한 비행 불가 시간을 일수로 환산한 자료를 사용했다. 여기에는 안개뿐 아니라 비와 눈, 우박, 황사 등의 시정 저해요인들에 운고까지 포함되어 비교 잣대 자체가 달랐다. 또 공공지원시설 평가에서는 이미 상당한 공공시설(전기, 통신, 수도 등)이 있는데도 다른 후보지와 동일하게 시·읍소재지와의 거리만으로 평가했고, 환경성 평가에서도 이미 비행장에 편입되어있는 지하수 보전지구 등을 새로 건설하는 경우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했다.
공항이 들어오는 주변 지역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거나 대대손손 소음피해를 봐야 한다. 공항이 정말로 필요하더라도 입지선정 과정과 내용이 피해지역 주민들이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제2공항 입지가 왜 성산인가’에 대해 그동안 주민들과 지역 시민사회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국토부와 용역진은 전혀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국책사업 사상 유례없는 재조사와 검토위원회를 거쳤다는 사실로 정당화하고 있지만, 국토부에 검토위원회는 단지 절차를 거쳤다는 알리바이를 위한 형식적 통과의례였을 뿐이다. 검토위원회는 수많은 쟁점과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한 채 종결되었기 때문에, 검토위원회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는 제2공항 추진의 정당성을 주장할 근거는 전혀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된 쟁점은 입지선정의 타당성으로부터 ‘제2공항이 과연 필요하냐’는 문제로 이동해 왔다. 여기서 가장 근본적인 쟁점은 과연 제주도라는 섬이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2015~2016년을 전후하여 쓰레기와 오·폐수 처리난, 교통체증, 곶자왈 등 생태계와 경관의 훼손, 땅값 폭등으로 인한 생활비 상승과 농업 위기 등이 가시화되면서 ‘과잉관광’이 지역사회의 이슈로 떠올랐다. 베니스,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마요르카, 보라카이 등 세계적인 관광지에서는 이미 관광객을 늘리는 정책으로부터 수요를 관리하기 위한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 30년 걸어온 외지 자본 유치-대규모 관광 개발의 길로 계속 갈 경우 섬이 가진 매력과 가치가 유지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용 가능하고 바람직한 관광객 규모에 대해 과학적인 조사·연구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친 다음에 제2공항이든 기존 공항 확충이든 결정해야 하는데 ‘국토부와 제주도는 방법론이 없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강행에만 골몰하고 있다.

기본계획은 제2공항 건설의 근거를 부정하고 있다

수용력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수요조절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차치하고 국토부가 제시하는 항공 수요에 따르면 제2공항은 필요할까?

공항의 규모는 예상되는 수요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운항 횟수에 따라 결정된다. 제2공항 건설을 제시한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에서는 최대 수요를 4560만 명(2045년)으로 예상하고 연간 29.9만 회(첨두시간 시간당 68회) 운항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기존 제주공항을 이 규모로 확충하려면 현재의 활주로로부터 1310m 떨어진 바다를 매립하여 독립활주로를 건설해야 하는데, 대규모 매립에 따른 과다한 비용과 해양환경 훼손 때문에 불가하다는 것이 제2공항 건설의 근거였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3년 넘게 은폐되었던 두 가지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다. 하나는 당시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에 참여했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독립활주로를 건설하지 않고 현재 있는 보조활주로만 활용해도 4560만 명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검토 결과를 제시했다는 사실이다. ADPI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공항 설계와 감리 업체로 지난 10년간 전 세계 500여 개의 공항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제주와 비슷한 시기에 영남권 신공항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전타당성 용역을 의뢰했던 업체이기도 하다. 그 이전에도 제주 신공항 건설을 위한 조사(1989년)와 인천공항 건설과정에도 참여해 우리나라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ADPI는 2015년 5월에 제출한 최종보고서에서 자신들의 권고사항들(주로 관제능력 개선 관련)을 이행하면 보조활주로를 이용해서 시간당 60회 이상 운항이 가능하며, 그것이 국토부가 제시한 장기수요를 처리할 가장 경제적이고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대안이라고 명시했다. 당시 ADPI의 역할은 단순한 자문이 아니었다. ‘관련 분야 전문인력을 보유한 공신력 있는 외국기관이 하도급 형태로 참여하여 과업을 분담 수행하여야 한다’는 과업지시서에 따라 제주공항 용량증대 방안을 검토할 기관으로 선정된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과업지시서에 따라 ‘과업을 분담 수행’한 ADPI의 검토내용은 사전타당성 검토 보고서에 단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 심지어는 용역에 참가했다는 사실조차 언급되지 않은 채 3년 넘게 은폐되어 온 것이다. 제2공항을 건설한다는 방침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두 번째는 제2공항 건설 대안에도 기존 공항 용량증대 방안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제2공항을 건설하더라도 2025년 이후에 개항되기 때문에 그때까지의 수요를 처리하기 위한 대안들을 비교 검토하여 최적 개선안을 도출한 다음, 거기에 따라서 제2공항의 규모 등을 결정하기로 되어 있던 것이다. ADPI에 기존 공항 용량증대 방안에 대한 검토를 의뢰한 목적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그런데 ADPI가 보조활주로만 잘 활용하면 2025년까지의 수요를 넘어 장기 최대수요까지도 처리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그냥 덮어버린 것이다. 이와 함께 기존 공항 용량증대 방안을 비교·검토하여 최적 개선안을 제시하는 과업 전체가 최종보고서에서 사라져 버렸다. 국내 연구진도 몇 가지 대안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봐야 할 점이 하나 있다. ADPI의 제안을 차치하더라도 국내 연구진(한국항공대와 유신) 스스로도 제2공항 개항 이전까지의 수요(2025년 연간 3940만 명)를 처리하기 위해 기존 공항의 용량을 연간 25.9만 회(시간당 57회)로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연간 25.9만 회면 이번에 기본계획 최종보고에서 제시한 제주도의 최대 장기수요 연간 25.7만 회(2055년)보다 더 많은 용량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제2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할 논리와 명분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필요한 공항 용량이 줄어든 이유는 연간 수요 예측이 4560만 명에서 4109만 명으로 줄어든 반면, 평균 탑승객 수는 153명에서 160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실은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5.7만 회의 운항 횟수도 과다하게 산정된 것이다. 연간 수요의 경우 사전타당성 검토와 예비타당성 검토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모든 예측에서는 2045년 이후 수요가 정체 또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유독 기본계획에서만 2045년 3890만 명에서 2055년 4109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 추이를 고려할 때 이해하기 어려운 예측이다. 그리고 평균 탑승객 수도 예비타당성 지침에 따라 지난 5년간 평균을 적용하면 회당 170명이다. 이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필요한 연간 운항 횟수는 24.2만 회, 시간당 51회(미연방항공청 표준용량 계산법 적용)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개트윅 공항, 슈트트가르트 공항, 뭄바이 공항 등에서는 단일활주로로 처리하고 있는 용량이다. 

문제는 관제다

ADPI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국토교통부와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진은 우리나라 관제 현실에서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제안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의 현실만 놓고 보면 그럴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교차활주로 공항이 없어서 이에 대한 관제 훈련이 안 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에는 대다수가 교차활주로를 가지고 있다.

제주공항의 경우 관제 시설과 장비가 낙후되어 있다. 관제탑에는 사각지대가 있고 첨단 관제장비를 들여놓을 공간도 없다. 게다가 관제 인력도 국제기준의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라 관제사들은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제주공항의 안전이 문제 되는 이유는 운항 횟수가 많아서라 아니라 이러한 관제 현실 때문이다. 지난 4년간 고속탈출 유도로나 계류장, 터미널 등의 공사가 진행되었지만 관제 시설과 장비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2019년 국토부 예산안에 편성되었던 관제탑 신축 예산 212억과 장비 교체 예산 338억 원 등 관제 관련 예산 580억 원이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되었다(뒤늦게 쟁점이 되면서 관제탑 이전을 위한 설계 예산만 반영되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제2공항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려고 일부러 현 공항 개선을 늦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드는 대목이다.

관제장비를 개선하지 않고 관제사들한테 책임만 지우니 관제 쪽에서는 용량을 늘리기 어렵다고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국토부는 그런 관제 쪽의 주장을 근거로 기존 공항 활용으로는 안 된다고 강변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지금 이미 실현하고 있는 용량을 20~30년 후에도 달성하지 못한단 말인가? 더구나 실제 필요한 용량은 ADPI가 가능하다고 제시한 시간당 60회가 아니라 시간당 52~53회면 충분한데 그것도 못 하겠다면 자신들의 무능을 고백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들의 무능 때문에 관제능력 개선으로 충분한 데 5조 원의 세금를 들여 주민들을 쫓아내고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공항 하나를 더 지어야 할까?

제2공항은 결국 공군기지?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근거가 상실되었음에도 건설을 강행하려는 것은 ‘공군기지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번에 기본계획에서 공항 간 역할 분담이 완전히 뒤바뀌면서 이러한 의구심은 더 커지고 있다. 사전타당성과 예비타당성에서는 제2공항이 국제선 전부와 국내선 절반을 담당하고 현 공항은 국내선 절반을 담당하는 것으로 제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기본계획에서는 정반대로 제2공항이 국내선 절반만을 담당하기로 된 것이다. 사실 국내선만 담당할 경우 국내선의 절반을 가져가기도 어렵다. 우선 인구의 2/3가 제주시와 서부권에 있고 숙박시설도 제주시와 중문 등에 밀집되어 있어서 이용객 대다수는 우선 제주공항을 이용하려 할 것이고, 항공사들도 제주공항에 남으려 할 것이다. 강제로 배정하더라도 항공사의 공항 이용료 등을 대폭 할인하는 등의 유인책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제주를 기점으로 국제선을 운항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제주항공은 제2공항으로 가기 어렵다. 제한된 항공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포에서 제주에 왔다가 오사카로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성산에 취항할 경우 그것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진에어나 부산항공도 모회사와 같이 있으려고 할 것이다. 성산 제2공항으로 갈 회사는 이스타와 티웨이밖에 없다. 이 항공사들의 비중은 20% 정도다. 그리고 실제로 현 공항이 단일활주로만을 사용하더라도 모자라는 용량(그것도 지금이 아니라 장기적으로)은 20%를 넘지 않는다. 성산 제2공항은 국내선 20~30% 정도만 취항하는 적자 공항이 될 것이다. 결국 공군기지로 이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민간공항으로 건설된 예천 공항이 수요 부족으로 군 공항으로 전환된 사례도 있다.

더구나 군은 오래전부터 제주도에 공군기지를 만들려고 시도해 왔으며, 지금도 남부탐색구조부대로 이름만 바꾸어 공군기지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2017년 3월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공군기지 입지선정을 위한 용역비를 책정해 두었고 성산읍 제2공항 건설 예정지를 연계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되자 김방훈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제주 제2공항이 군 공항시설로 이용되는 것을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틀 뒤에 정경두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 의사를 명확히 하면서 제2공항 등 4개 후보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어쩌면 공군은 티를 내지 않고 조용히 제2공항이 건설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대체부지 제공을 전제로 제주도에 양여하기로 했던 알뜨르 비행장을 장기임대 방식으로 사실상 제주도에 넘기는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대체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일 텐데 제2공항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이미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경험했다. 항공 수요 측면에서는 이미 근거를 상실한 제2공항을 앞세워 또다시 공군기지가 들어선다면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 아닌 군사기지의 섬으로 완전히 고착되고 말 것이다. 평화의 섬 제주를 되찾기 위해서도 제2공항은 막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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