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얼마나 더 미국의 ‘봉’이 되려는가?

 

 

한국은 얼마나 더 미국의 ‘봉’이 되려는가? 

역대 최대 증액, 협정 상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 추가 부담 강요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동맹 갑질’, 감내할 수준 이미 넘어서

 

외교부는 한미 양국이 3월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9차 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2019년 분담금(1조 389억 원)보다 13% 인상, 5년 다년협정으로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무기 구매, 한국 국방예산의 의무적인 확대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요구와 비교해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낮을 뿐 근거 없는 역대 최대 증액이고, 협정의 기본 틀을 벗어난 영역에까지 우리측 부담을 강요하는 인상안이라는 점은 트럼프 정부 협상안과 판박이다.

 

2019년 9월 제11차 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시작된 이래 한국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황당한 증액 요구에 줏대 없이 휘둘려왔다. 지금까지 8차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 정부가 제시하는 인상률은 계속 증가했고, 미국산 무기도입 요구, 주한미군 4개 기지 조기 반환 합의, 호르무즈 파병 등 미국이 원하는 조건들도 추가됐다. 지난해 3월 한미 양국은 역대 최대 인상률인 13%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몽니로 협정 체결은 결국 좌초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3% 인상안의 근거는 그때나 지금이나 어디에도 없다. 그나마 양국 정부가 근거로 삼아왔던 한국의 물가상승률(2019년 0.4%, 2020년 0.5%)이나 한국의 국방예산 증가율(2021년 5.4%), 미국의 주한미군 총 주둔경비 증가율(2021년 0.7%)과 비교해도 허무맹랑한 금액이다.

 

한국이 내는 방위비분담금이 너무 많아 남아돈다는 사실은 이제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또한 한국은 이미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에 비해 최고 수준으로 분담금을 지출하고 있다. 금액만으로는 일본이나 독일의 분담금이 높을지 몰라도, GDP 대비 분담금 비중은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가장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제10차 협정에 따라 미군이 쓰는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부터 심지어 위생·세탁·목욕폐기물 처리까지 한국의 분담금으로 해결하고 있다. 역대 최대 증액의 근거를 눈을 씻고 봐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문제는 또 있다. 그동안 미국은 분담금 증액과 더불어 준비태세 항목 신설, 주한미군과 군무원 인건비⋅가족 지원비, 순환배치 비용, 역외작전 비용 등을 요구해왔다. 사실상 주한미군 주둔 경비 일체를 한국에 전가하고 나아가 인도⋅태평양 전략 비용까지 떠넘기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2021년 국방예산에 사드 기지 공사 비용으로 4,900만 달러(약 600억 원)를 책정하고 이를 한국의 분담금으로 충당하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주일미군 항공기 정비에 연평균 20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한국의 분담금에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한미 SOFA 5조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주둔 비용 일부를 한국이 부담하기로 한 기존 SMA 틀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협정에 미국 무기 구매, 한국 국방예산의 의무적인 확대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국방예산 증액을 방위비분담금 협정과 연계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번 회의에서 양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합의가 아니라 백지화다. 특히 코로나 위기 대응으로 써도 부족한 한정된 예산을 이미 남아도는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더 주는 데 써야 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봉’으로 취급당하며 과도한 요구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바이든 정부 역시 한국을 존중한다면 조건 없이 전작권을 반납하고, 일방적인 부담을 강요하지 않으며, 주한미군 기지 환경오염을 스스로 책임지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맹이 아니라 갑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트럼프 정부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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