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20-04-28   2809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은 한국 정부의 사과를 원합니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과 촉구 기자회견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 청원 1년 기자회견 (사진 = 한베평화재단)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은 한국 정부의 사과를 원합니다

 

베트남전 종전일(1975년 4월 30일) 45주년을 이틀 앞둔 4월 28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은 한국 정부의 사과를 원합니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베트남전 종전 45년,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 청원 1년

 

지난해 4월 4일,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 103명은 베트남전 종전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가해 역사를 외면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청원서를 제출하고 진상조사, 공식사과, 명예회복 조치 등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청원에 참여한 베트남 중부 총 17개 마을의 유가족 및 피해자들은 “여러 번의 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여전히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사과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 역시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청원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피해자들의 청원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결국 “학살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베트남 정부와 공동 조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진상 조사가 어렵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한국 정부가 조사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며, 피해자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응답하고,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하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베트남 피해자, 한국 정부를 상대로 첫 국가배상소송 제기

 

한편, 지난 4월 21일 청원인 중 한 명인 퐁니퐁넛 마을 피해자 응우옌티탄(Nguyễn Thị Thanh)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베트남 피해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첫 소송으로, 대한민국이 ‘가해국의 지위’에서 소송에 임하게 된 것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응우옌티탄이 제기한 소송의 결과는, 그를 포함해 청원에 참여했던 103명은 물론 한국군에 의해 피해를 입은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더불어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지난 4월 3일 발의된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조사에 관한 특별법>을 계기로 이제부터라도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져 새로 시작하는 21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통과되길 바란다는 기대를 밝혔습니다.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 청원 1년 기자회견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 청원 1년 기자회견 (사진 = 한베평화재단)

 

이날 기자회견에는 총 108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명에 참여했습니다. 앞으로도 베트남 전쟁 문제의 정의롭고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갈 예정입니다. 

 

기자회견 순서

 

  • 여는 마당 (율동과 노래) : 성미산 학교, 포스트 중등 학생들
  • 퍼포먼스 (103명의 청원인과 그들의 이야기 – 네 명의 청원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 평화나비 네트워크
    • 청원 28번 팜티프엉 / 프억빈 학살
    • 청원 46번 응우옌티땀 / 투이보 학살
    • 청원 75번 응우옌니엠 / 빈호아 학살
    • 청원 79번 쯔엉티쑤옌 / 반꾸엇 학살
  • 발언 : 내가 겪은 베트남 전쟁
    • 김낙영 (베트남전 참전군인)
    • 박수미 (베트남전 참전군인 유가족)
  • 기자회견문 낭독 :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 연대발언
    • 성미산 학교 11학년 이담/문해람
    • 평화나비 네트워크 송채원 (평화나비 중앙대학교 지부장)
    • 김남주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산하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TF 팀장)

 

베트남전 종전 45년,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 청원 1년 기자회견문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은 한국 정부의 사과를 원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103명의 얼굴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1년 전 한국 정부에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에 대한 진상조사, 공식사과, 피해회복 조치를 요구하며 청원서를 제출한 피해자들입니다. 청원 1년, 그들의 눈은 여전히 진실을 요구하며 여기, 우리,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에 모든 국가의 모범이 되고 있음을 칭찬하기도 합니다. 정부의 투명한 대처와 시민의식의 성숙함이 그 이유인 듯합니다. 의연히 어려움을 이겨내고 서로를 격려하는 우리의 모습 속에서 ‘시민 의식’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코로나 19가 불러온 혐오와 차별, 환경과 빈곤의 문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코로나19는 세계화가 구축한 경제체제가 어떤 결함을 내포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은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여러 사회문제와 역사적 과제 앞에 ‘시민의식’이라는 것이 단지 ‘질서’를 지키는 일에 머무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발 디딘 곳의 평화와 역사를 성찰하여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너와 나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지금 우리가 103명의 얼굴과 함께 선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모호함’ 혹은 ‘외면’에 머물러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에 대해 확인하거나 공개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한국 사회에 알려진 지 2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20년 넘도록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는 한국 정부에 대해 지난해 4월, 베트 남전 민간인 피해자들이 직접 피해를 호소하며 청원에 나섰습니다. 이제 ‘베트남이 사과를 원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더 이상 외면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전달된 후 5개월이 지나 한국 정부가 청원에 대한 회신을 보내왔습니다. 피해자들이 직접 피해를 호소한 것도 처음이지만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낸 것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국방부 회신을 통해 전달된 입장은 예의를 갖춘 여러 표현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로는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학살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베트남 정부와 공동조사를 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기에 진상조사는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습니 다. 한국 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이 ‘한국군이 왜 자신의 가족을 죽였는지, 왜 나를 쏘았는지 밝혀달라’는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부하였습니다. 그것은 청원인들에게 실망스럽고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마찬가지 입장을 보였습니다. 1968년 퐁니퐁넛 학살 가담 참전군인에 대한 국가정보원(당시 중앙정보부) 조사목록 공개 요구에 대해 세 차례나 법원이 공개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기록의 존재를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청원을 처리한 국방부는 그것이 국가정보원의 기록이기 때문에 권한 밖의 일이며, ‘한국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로는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학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러한 국방부의 회신은 참으로 무성의한 답변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18년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이 열렸습니다. 소장과 증거, 변론준비기일 통지서 등을 법률상 대표자인 법무부 장관 앞으로 송달하고 피고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했습니다. 비록 민간 영역에서 열린 가상 재판이었지만, 재판부가 피고 대한민국에 요구한 진상조사와 피해자에 대한 배상, 명예회복 조치 판결만큼은 가상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실제 베트남 피해자의 호소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시민사회의 요구, 엄정한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한국 정부가 그 뜻 을 무겁게 받아들이길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이후로 한국 정부의 어떠한 노력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현실의 법정에 피고 대한민국을 세웁니다. 지난 21일 시민평화법정을 공동 주최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산하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TF’ 소속 변호인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1968년 일어난 퐁니퐁넛 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Nguyễn Thị Thanh)을 대리하여 국가배상 소송을 접수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현실의 법정에서 대한민국은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변론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법정을 통해 대한민국이 평화와 인권 국가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진정한 ‘시민의식’이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더불어 지난 3일에는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조사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되었습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11명의 의원이 뜻을 모아 공동발의에 참여했습니다. 이 법안은 국무총리 산하에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여 ‘베트남 전쟁 시기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 등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비록 20대 국회는 곧 종료되지만 이제부터라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 새로 시작하는 21대 국회에서는 이 특별법이 통과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제 한국 정부는 진실을 원하는 저들의 깊고 한 서린 응시 앞에 마주서야 할 것입니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은 한국 정부의 사과를 간절히 원합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마주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피해자들의 억울한 호소에만 있지 않습니다. 더 근본적으로 베트남 전쟁 참전의 역사를 통해 가해의 역사를 성찰하고, 우리도 언제든 타인에게 부당하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지 45년, 한국군 민간인 학살 사건이 발생한 지 50여 년이 지난 오늘도 우리는 베트남 피해자들과 마주 합니다.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이곳,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2020년 4월 28일

 

베트남 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4.3평화재단, 5ㆍ18 기념재단, 5ㆍ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6.15공동선언실천전북본부, ALiM:(Animal Lights me:), Korea Verband (독일 코리아협의회), 강정친구들, 강정평화네트워크,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겨레하나유보연대, 경기3.1운동기념사업회, 군인권센터, 기지촌여성인권연대, 난민x현장, 독립영화 제작&배급사 시네마달, 동학천도교보국안민실천연대, 두레방 쉼터, 맑스코뮤날레, 목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민주적사회주의자, 베트남과한국을생각하는시민모임,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 민족문제연구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T/F,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베트남평화의료연대,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사)더불어이웃, (사)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사단법인 아시아이주여성센터, (사)오월어머니집, (사)전북겨레하나, (사)제주문화예술공동체, (사)우리민족,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사회적협동조합 길목, 성미산학교,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수요평화모임, 시민, 시민과 함께하는 연구자의 집, 아시아의 친구들, 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역사문제연구소, 연꽃아래,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영화 <기억의 전쟁> 제작진, 오월민주여성회, 원불교 인권위원회, 일본군’위안부’ 연구회, 일본군 성노예문제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광주나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장수YMCA,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여성위원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종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 전국예수살기,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전라북도사회복지사협회, 전북교육마당, 전북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연합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태일재단, 제주작가회의, 제주민예총, 제주평화나비, 지금여기에,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창원여성살림공동체, 창작팩토리 오감, 천도교 한울연대, 천도교청년회, 천주교 강정공소, 충북민예총, 치유목공나숨,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평화나비네트워크,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평화미술인연대, 평화바람, 평화의길, 피스모모, 피스북스, 하늘씨앗사람들, 한국사회과학연구회, 한베영화협력센터, 한베평화재단, 해남평화나비, 햇살사회복지회, 형명재단 (총 108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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