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군대 내 폭력, 국가의 구조적 폭력 문제로 논한다’ 토론회를 보고

 

Moctar Aboubacar (참여연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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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목요일 아침 10시에 ‘군대 내 폭력, 국가의 구조적 폭력 문제로 논한다’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참여연대 평화국제팀 팀장님, 간사님들과 함께 참석하여 아주대학교의 오동석 교수, 명지대학교의 권인숙 교수, 전북대학교의 송기춘 교수, 김성전 예비역 공군 중령,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임재성 전쟁 없는 세상 활동가 이렇게 총 6명의 활발한 토론을 보았다.

나는 그 전, 군 폭력 문제하면 내가 미국에서 듣고 자란 미군의 아부그라이브 감옥의 고문 사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부당 연행과 학살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만큼 ‘군대 내’의 폭력은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미국보다 군사작전을 훨씬 덜 하는 한국 군에 폭력이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토론은 몇 가지 요소에 중점을 두며 진행되었다. 그 중, 나는 군인 간의 폭력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누구이며 가해자가 누구냐는 첫 질문에 귀를 기울여 들었다. 군대 내에 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 직접 폭력을 당하는 ‘분명한 피해자’가 있지만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도 피해자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군의 구조자체를 폭력을 배양하는 하나의 가해자로 보는 셈이다.

동시에 구조적인 면만을 볼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내재돼 있는 폭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김성전 예비역 공군 중령의 입장도 일리가 있었다. 미군의 군 폭력 문제에 대한 논리를 언급하면서 ‘어차피 부적응자 등이 있기 마련인데, 단순히 군대의 구조만을 비판 할 것이 아니라, 사회에 있는 폭력이 군으로 들어와 폭력을 묵인하는 공간에서 더 심하게 표출되는’ 현상에 대한 가시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모든 토론자들이 합의 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군대와 한국 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토론을 보며 한국 사회는 여러모로 기로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성적소수자의 정체성 문제, 파괴적인 서열주의 등 다양한 현안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시민사회가 이끌어가는 이슈인 만큼 다양한 의견과 활발한 토론으로 이를 논하고, 문제가 되는 점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분명히 보인다. 그러면서도 군대에서 성행한다는 육체적-심리적 폭력은 진보적인 사회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보인다. 토론자들이 거듭해서 강조한 바와 같이 군대 내의 폭력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 광범위한 사회적 문제의 해결 방안과 직결된다.

또 토론 중에 나왔던 말은, 한국의 의무병제도는 군과 사회가 얼마나 가까운지 보여주기도 하며 서로 얼마나 먼지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모병제 하에서 군인이 된다는 것은 하나의 직업에 불과하겠지만, 한국과 같은 의무병제도 하에서는 거의 모든 남자들이 거치게 되는 일종의 통과의례다. « 당신들의 대한민국 »이라는 책에서 박노자 교수도 비슷한 주장을 한다. 군대에서 받는 교육과 생각들은 사회 곳곳에서 재생산되므로 군과 사회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사회에 있는 서열주의, 남성중심사상과 제도화된 폭력 모두가 군대의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군대는 사회와 거리가 너무나 멀어 보인다. 사회에서 고립된 군대는, 성폭력과 심리적 고통을 묵인하는 구조를 마련하고 자살한 군인의 유가족들이 사인을 확실히 알지 못하게 부검을 막으려는 군대의 모습은 내가 아는 한국사회의 모습과는 천양지차다. 또한 시민사회는 군대에 들어가 조사와 같은 활동을 못한다고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언급했다. 또한 육군은 군폭력 문제에 관련된 조사를 일부 허용했으나 해군과 해병대는 아직 시민사회가 도저히 진출할 수 없는 불투명한 조직이라고 했다.

더욱 중요한 요소는 분단체제 속에서의 군의 중요성과 정당성이었다. 토론자들은 한국 군대가 북한과의 군사적 대립이라는 명분하에서 불투명성을 키워왔다고 주장하며, 이를 핑계로 아직도 폭력의 문화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깊은 토론이 진행되었으면 했다. 한국 남성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북한은 물론 소위 ‘좌익 세력’을 반대하는 교육을 받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냉전에 걸맞은 열정을 발휘해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을 위협하는 ‘국내 세력’에 대한 군대 내의 분위기 그자체가 일종의 폭력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간에 쫓겨 토론을 황급히 마무리 하는 바람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한 토론이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두 해결책은 군대에 대한 대대적인 제도 개선과 시민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었다. 지휘부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을 하려는 것은 결국 규정과 관행을 바꾸고, 폭력을 생각하는 기본적인 틀까지 바꾸려는 의도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시민사회의 개입은 한국군을 한국 국민의 것으로 만들려는 의도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 토론회는 한국의 군대와 군대 내의 폭력에 대해 알게 되고 군대와 사회의 관계를 정리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조금 더 많은 의견충돌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는데도 앞으로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군대 내의 폭력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어 굉장히 유의미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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