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민혈세 14조원으로 미 방산업체 배불리겠다니

임기 말 초유의 무기구매 계획, 즉각 철회하고 사업타당성 전면 재검토해야

지난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할 당시 미 의회의 한미 FTA 처리와 이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 등과 같은 미국의 ‘환대’ 이면에는 한국 정부가 상당한 규모의 미국산 무기구매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 의혹은 방위사업청의 2012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국방위의 검토보고서에서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2012년에만 14조원에 가까운 수입무기의 기종을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에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대형 무기계약에 서두르는 것은 한미 FTA 체결과 미국 측 환대와 같은 정치적 대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무기구매 계획은 그 자체로 타당성이 없는 것은 물론 한국 국민의 혈세로 위축되고 있는 미국 방산업체와 무기 로비스트들의 배만 불려줄 뿐이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초유의 무기구매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각종 무기수입의 타당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을 정부에게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우선 정부와 방위사업청이 해외 수입무기들을 2012년까지 결정하겠다는 것은 설득력도 없고 현실성도 없다. 방위사업청은 2012년에 착수하는 33개의 신규사업에 총 25조 2,785억원의 예산을 책정하며, 이 중 해외에서 구입하기로 한 차기전투기사업(F-X), 대형공격헬기사업(AH-X), 해상작전헬기사업, 고고도무인정찰기(HUAV), 그리고 KF-16 전투기 성능개량사업 등 14조원 가까운 무기들의 기종결정을 2012년까지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방위 검토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정부와 방위사업청이 책정한 무기사업비는 실제 가격보다 턱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어 실제 사업비는 훨씬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무엇보다 2012년 내 입찰공고와 가격협상, 기종결정과 성능시험평가 등을 거쳐 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거의 없다.

 

또한 이러한 무기사업들이 2012년에 기종을 결정해야할 만큼 시급하고 절실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차기전투기사업(F-X)의 경우 8조 4천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되어 있는데, 유력후보인 미국의 F-35의 경우, 설계상의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생산량 감소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아파치 헬기를 염두에 둔 대형공격헬기사업(AH-X)도 북한의 기갑전력과 국지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한반도 지형이나 북한의 전력배치를 감안할 때 불요불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국회보고서도 “대형공격헬기에 의한 적의 종심타격 개념은 이라크전쟁 등을 거치면서 작전 운용상 한계를 보임에 따라 최근 지양하는 추세”라고 그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원거리의 잠수함을 탐지, 공격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해상작전헬기사업도 사업타당성 검토부터 다시 해야 할 사업이다. 사실상 미국산 ‘글로벌호크’를 구매하기로 결정한 고고도무인정찰기(HUAV) 경우도 이미 정부가 책정한 사업비보다 두 배 이상 올라간 상태이다.

 

더욱이 매년 국방예산은 정부예산 증가율을 상회하여 증액되어 왔다. SIPRI에 따르면 이미 한국의 국방비 규모는 세계 12위 수준이다. 또한 전세계 2위의 무기수입 국가로, 신흥 경제국이자 군사패권도 키워나가고 있다고 지적받는 인도(1위)에 이어 중국(공동2위)과 맞먹는 규모의 무기수입에 나서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이 미국산 무기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나라라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의 재정위기가 국방예산 축소와 미 방산업체 위기로 이어지고, 그것이 동맹국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한국 정부의 대규모 무기구입 계획은 국민의 세금으로 활로를 찾고 있는 미 방산업체를 살찌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협상에 있어 서두르는 쪽이 손해를 보는 것이 뻔한 데도 정권 말기에 책임지지 못할 각종 계약을 타결하겠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각종 무기사업들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혈세낭비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천문학적인 무기도입 예산을 위해 복지비, 교육비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진정으로 민생을 걱정한다면, 국민들의 안전이 아닌 정권의 안보를 위해, 그리고 무기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이런 식의 무기구매 사업들은 즉각 철회해야 마땅하다. 국회는 실제 계약이 성사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착수금 명목의 예산일지라도 반드시 삭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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