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헌법재판소인가, 안보재판소인가

헌법재판소인가 안보재판소인가

– 인권을 저버린 병역거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규탄한다


2011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와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8항 대해 7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04년 결정이후 7년 만의 결정이다. 병역거부자의 인권을 지켜달라는 7년 동안의 외침은 결국 외면당했다. 7년 전과 똑같은 7대 2의 합헌 결정. 결국 이번 헌법재판소의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이어졌던 병역거부자들의 감옥행이 2011년 대한민국에서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결정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켜보며 재판을 미뤄왔던 많은 젊은이들은 다시 감옥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고통과 눈물에 헌법재판관들은 스스로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2004년에 내린 동일조항에 대한 합헌결정 이후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병역거부에 대한 많은 사회적인 변화가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병역거부 인정 결정, 국제사회의 권고, 국방부의 전향적인 대체복무제 도입 결정까지 있었다. 비록 이명박 정권 이후 병역거부에 대한 많은 진전들이 백지화되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변화를 분명히 반영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7년 전보다 못한, 후퇴하는 결정을 내렸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이 정당하다는 결정이기는 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법부에 대한 권고를 5명의 재판관의 이름으로 담고 있었다. 비록 법률을 위헌이라 결정할 순 없지만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는 고뇌가 담긴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서는 고뇌의 흔적조차 없다. 고뇌가 없는 것을 넘어서서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해야할 법원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인권침해를 정당화하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이 아니라 국방부 관계자가 쓴 것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안보상황에 대한 걱정과 병력자원 손실에 대한 우려가 넘쳐나고 있다. 이 정도면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안보재판소라고 해도 될 지경이다.

또한 국제인권규약에 대한 헌법재판관들의 해석은 누가 읽어볼까 민망한 수준이다. 유엔은 그동안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근거하여 수차례에 걸쳐 회원국들에게 병역거부권 인정을 권고했으며, 일반논평과 결의안을 통해 병역거부권을 명시하고 있다. 한국정부에게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는 결정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자유권규약을 위반했다는 결정 역시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적으로 유래없는 인원인 100명에 대한 권고가 나오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문에서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나라에서 할 소리인가. 그럼 그동안 반복된 유엔의 권고들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유엔회원국이자 자유권규약 가입국으로서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시대착오적인 국제규약 해석은 국제적인 망신이자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고민없는 합헌결정으로 논의를 종식시켜버린 헌법재판소는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야할 책임을 저버린 것으로서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감내해야 이들의 감옥행을 멈출 수 있는 것인가. 해방 이후 지금까지 1만 6천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옥에 다녀왔고, 현재 약 800여명의 병역거부자들이 감옥에 있다. 이들이 주장한 것은 면제나 특혜가 아니라 총을 들지않고 다른 방식으로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도이다. 연대회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규탄하며, 다시한번 정부와 국회에 조속한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촉구한다.


2011년 8월 30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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