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9-02-12   832

[2009 아프간 모니터①] 미국의 추가파병 요청에 동맹국들도 소극적


아프간 정책 재검토하는 미국,
민주주의 정부 수립보다는 테러세력 제거에 목표를 두어야

지난 3일, AP통신은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목표를 낮춰야 한다’라는 기사를 통해, 워싱턴에서 나온 기밀 보고서의 내용을 소개했다.


그 보고서는 미 합동참모본부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에게 백악관 정책 전반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으로서, 핵심적으로는 아프간에 민주주의 정부를 세우려는 부시 행정부의 광범위한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아프간에 항구적인 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는 것보다 지역의 안전과 파키스탄에 있는 탈레반과 알카에다 세력 제거에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멀린 미 합참의장은 그 보고서를 통해 미군의 역할은 아프간 정부를 지원하는 것이며, 아프간과 파키스탄 군대와 경찰조직을 확대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지난 주 의회 군사위원회에서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이나 동맹국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과격주의자들의 기지로 사용되는 것을 막는 데 치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신생 민주주의 건설과 테러리스트 제거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아프가니스탄은 세계에서 네번째나 다섯번째로 빈곤한 국가이다. 만약 그곳에 중앙 아시아의 발할라(Vahalla,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의 전당)를  창조하려는 목적을 우리 스스로 설정한다면 우리는 패배하고 말 것이다” 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의 대아프간 정책 수정과 관련해 백악관 대변인 로버트 깁스는 아프간 정책 검토 과정에 있음을 인정했지만 아직 공론화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http://news.yahoo.com/s/ap/20090203/ap_on_go_ca_st_pe/us_afghanistan



파키스탄, 미국의 공습 중단 요청

이번 아프간 정책에 대한 재평가는 파키스탄에서의 군사작전과도 깊게 연계되어 있다. 현재 미군과 나토군은 파키스탄 북서 국경 지대에서 탈레반을 축출하기 위해 무인항공기로 공중 폭격을 퍼부어 왔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관계위원회(CFR, Council for Foreign Relations)에 따르면, 미군과 나토군이 이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서 파키스탄 정부의 어려움만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의 총리 길라니(Gilani)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 자치지역에 대한 미국의 공습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길라니 총리는 공습이 ‘비생산적’이고 부족 자치세력마저 반정부군에 우호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또한 파키스탄의 많은 사람들은 미국을 아프간에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변덕스러운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CFR 모임에서 마키(Markey)의원은 미국이 파키스탄의 정치적 구조와 발전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군사적 중요성에 대한 강조는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카리아를 비롯한 많은 다른 지역 전문가들도 파키스탄에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승리의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http://www.cfr.org/publication/18472/pakistans_muddled_war.html?breadcrumb=%2F



이러한 국내외 사정으로 인해 미 오바마 행정부의 대아프간 정책은 예상대로 쉽게 이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애초 올해 3만명 이상의 아프간 병력 증파를 계획하고 있고, 동맹국들에게 아프가니스탄 파병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동맹국들은 확답을 꺼리고 있다. 그동안 아프간 파병에 적극적이었던 유럽의 지도자들도 미국의 추가 파병 요청을 수락하면서도 자신들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질까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동맹국들, 아프간 추가파병에 소극적

일례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구체적인 추가파병 계획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언론에 알려진 대로라면, 독일은 현재 아프간 북부에 주둔하고 있는 4500명 병력 이외 추가 파병은 어려우며, 현 주둔군도 재건 업무 등 비군사적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역시 그 동안 아프가니스탄 안정화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입장이며, 더 이상 추가 파병을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미 국방 장관과 프랑스 국방 장관이 회동한 자리에서도 프랑스는 추가 파병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영국도 마찬가지로 아프간 파병 요청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높게 나오고 있다.
http://news.yahoo.com/s/ap/20090208/ap_on_re_eu/eu_france_afghanistan


반면 캐나다는 아프가니스탄 남부 지역 칸다하르에 헬리콥터와 미사일 등 전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육군 호송대의 수를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자국 군대 보호와 기지 변경에 따른 물자 보급이라고 고 밝혔다. 그 밖에 에스토니아는 이라크에 있던 주둔 병력을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은 미군 아프간 보급로로 자국 영토 개방 의향을 밝힌 바 있다.  
http://en.rian.ru/world/20090209/120054471.htm



러시아 “미군과 나토군, 소련의 아프간 점령 당시 실수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대테러전의 목표가 수정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1월 나토 사무총장은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문제는 탈레반 때문이 아니라 아프간 지배구조의 취약성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행보도 눈에 띈다.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미국과 군사적 협력을 도모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아프간에서는 군사적 수단만으로 대테러전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공식 석상에서 말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자미르 카불로브 대사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군과 나토군은 소련 점령 때의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심각한 상황으로 보건대 아마도 미국이 이런 러시아의 충고를 쉽게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우방국들조차 아프간 추가 파병을 꺼리는 상황에서 미국 혼자 아프가니스탄의 승리를 자신하며 전력 증강에 매달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작성자_ 금민지, 김민수 (평화군축센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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