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이사회 이스라엘 비난 결의안에 기권한 한국

유엔 인권이사회는 1월 12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군사공격을 비난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대규모의 인권 침해 및 팔레스타인 시설에 대한 조직적 파괴가 있으며,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행동을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밝히고 있다.

찬성 33, 반대 1, 기권 13으로 채택된 이번 결의안을 통해 인권이사회는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서의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격을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했으며, 점령 세력인 이스라엘에게 즉각 군대를 가자지구에서 철수시킬 것과 1967년부터 계속되어 온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침략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독립된 팔레스타인 주권 국가 설립을 향한 평화 프로세스의 약속을 존중할 것, 문화적 유산의 총체적 파괴뿐만 아니라 민간인과 의료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중지할 것, 나아가 포위 공격을 거두고 모든 국경선을 개방할 것 등도 요구했다. 그리고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이스라엘이 행한 모든 국제 인권법과 국제 인도주의 법 위반사항을 조사하는, 독립적이고 국제적인 사실확인 임무단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는 또한 UN 사무총장에게 최근 여성과 아이 등 수십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살상을 가져온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UNRWA 시설과 학교에 대한 공격행위를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결의안은 이집트와 파키스탄, 쿠바가 공동 발의했으며 표결 결과는 앞서 밝힌대로 찬성 33, 반대 1, 기권 13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에 대한 참여연대 질의서에서 “유엔에서 상기 관련사항 논의시 국제인권법과 인도주의법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원칙과 상기 기본입장을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라고 밝힌 한국 정부는 또 다시 기권했다.

이스라엘의 대량 살상을 목도하고도 국제인권법, 인도주의법을 존중한다고 그리고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입장을 견지한다고 한국 정부는 감히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보편적 인권을 강조하며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발의까지 나섰던 한국 정부 아닌가. 기권을 택한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자면 결의안 채택에 찬성한 나라들은 온통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입장”을 견지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표결 결과를 보면 EU소속 국가들 모두 기권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인권의 보편성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인권 기준이 전혀 보편적이지 않으며, 실제는 자국의 이해와 국가간 역학관계에 따라 이중, 삼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유엔 인권 논의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어 왔던 인권의 정치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