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국제분쟁 2008-11-07   1900

오바마 당선의 미 정치사회적 의미와 동북아의 미래



Charles Armstrong 강연
미 대선 결과와 한반도 그리고 동북아


미국 국민은 물론 전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미국 대선이 끝난 지, 채 이틀이 지나지 않은 어제(11월 6일, 목요일) 저녁, 희망제작소 2층 희망모울에서는 희망제작소와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Charles Armstrong 교수 초청 강연 : 미 대선 결과와 한반도 그리고 동북아>라는 제목의 강연회가 개최되었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이라는 놀라운 ‘변화’를 목도하면서, 그것이 과연 향후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는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는, 희망모울 좌석을 거의 채울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참석하여 2시간 동안의 열띤 강연과 토론에 몰입하였다.




이날 주제강연에 나선 찰스 암스트롱(Charles Armstrong) 교수는, 현재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이자 한국학 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근현대 한국 역사, 특히 북한역사 전공 연구자이며, 한국의 민주화, 시민사회, 정치, 동북아 국제정치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 소장 학자이다. 그는 스스로를 미국의 ‘386세대’―이미 나이는 40대를 훌쩍 넘겼지만, 61년에 태어났고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님―라고 소개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 역시 자신과 같은 세대이며, 이러한 ‘세대적 특성’이야말로 오바마 당선자 개인은 물론, 향후 미국 국내외 정치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희망제작소 홍일표 박사(국제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강연회에는 찰스 암스트롱 교수 이외에도 한국의 대표적 진보적 소장학자들이라 할 수 있는 김연철 박사(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임원혁 박사(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이남주 교수(성공회대 중국학과) 등이 논찬자로 참석하여,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그것이 향후 북미관계, 한미관계, 미중관계, 그리고 동북아 정세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들을 내놓았다. 또한 좌석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 역시 날카로운 질문들로 강연회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이날 객석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원로급 인사들은 물론, 현직 기자, 대학생, 민주노동당 관계자, 일반 시민 등 50명을 훌쩍 넘긴 청중들로 가득 메워졌다).



강연회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순차통역(희망고리 영어자원봉사자 : 전하얀, 전승환)으로 진행된 첫 번째 파트는 찰스 암스트롱 교수가 바라 본 미 대선의 결과와 의미에 대한 강연이었고, 두 번째 파트는 논찬자로 참석한 김연철 박사, 임원혁 박사, 이남주 교수의 분석과 질의, 그리고 이에 대한 암스트롱 교수의 답변으로 이루어졌다. 마지막 세 번째 파트에선 청중들의 다양한 질문들이 제기되었고, 암스트롱 교수는 물론 다른 논찬자들 또한 다시 한번의 발언 기회를 활용하여,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이 갖는 의미에 대한 설명을 보완하였다.




암스트롱 교수는 미리 배포한 발표문을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하였다. 그는 미 대선 결과에 따른 한미관계, 동북아 정세의 변화에 대한 설명만이 아니라,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이 갖는 미국 국내 정치,사회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대선 결과에 따른 한미관계, 북미관계, 그리고 미중, 미일 관계 등 동아시아 전략과 정책에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부시 행정부 후반 3년 동안 비교적 큰 변화가 진행되었고,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역시 그러한 방향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미국이 현재 직면한 경제위기의 해법을 모색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이 가장 우선순위에 오를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황이라 할 수 있는 북핵문제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책에서는 변화보다 지속의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었다. 한편 한미자유무역협정에 관해서는, 그가 수차례 언급했듯, 미국 국익(특히 자동차 산업의 이익)의 보호와 노동, 환경 기준의 강화 등을 이유로, 현재 내용 그대로 비준이 이루어지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암스트롱 교수가 보다 강조하여 설명하고자 한 것은, 이번 대선 결과가 갖는 미국 국내 정치적 맥락과 의미였다. 그는 오바마의 당선은 ‘인종’과 ‘세대’, 그리고 ‘진보-보수’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역사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하였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점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으며, 이를 통해 미국 사회의 가장 깊은 골, ‘흑백 인종차별’이라는 문제의 거대한 진전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오바마는, 자신과 같은 미국의 ‘386세대’로서, 1960년대를 살았던 앞선 세대와 새롭게 떠오른 신세대 사이의 ‘낀 세대’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 둘을 ‘통합’하여 자신을 지지케 만들었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오바마는 지난 30~40년 동안 미국 사회를 크게 갈라 놓았던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균열을 넘어 “포스트 이데올로기 정치(a post-ideological politics)”의 등장을 선언하고 실현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세가지 요소들은 미국 국내 정치의 지형을 크게 바꾸는 커다란 힘이 되는 것들이며, 이는 나아가 향후 오바마의 대외정책 구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마지막으로 암스트롱 교수는 ‘혼혈’과 ‘다문화’라는 성장배경을 갖춘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이기에, 미국이 아닌 다른 세계에 대해, 미국 대통령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성찰적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그는 마치 미셀 오바마가 어느 지지 연설에서 한 발언과 비슷하게 “내 세대의 여러 많은 사람들처럼, 성년으로서의 내 인생에서 최초로 나는 정말로, 그리고 깊이 내 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다”라며 발표를 마쳤다. 마치 밤에 쓴 연애편지를 읽듯, 그 스스로가 느낀 감동과 기쁨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발표문이자 강연내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1968년 이후 정치로부터 퇴각했던 미국 진보세력의 ‘복귀’를 확인할 수 있었듯, 그 역시 정말 오랜만에 “미국 정치가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토론에 나선 세명의 논찬자들은 각자의 전공분야를 중심으로, 하지만 때때로 그것을 넘나들며 찰스 암스트롱 교수의 분석에 대한 논평은 물론, 자신의 독자적 견해를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논찬자로 나선 김연철 소장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의 남북관계의 갑갑함을 토로하며 이번 미국 대선이 변화의 새로운 계기가 되길 기대하며 선거결과를 주의깊게 살폈다고 밝혔다. 그는 암스트롱 교수가 설명한 바와 같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부시 행정부 후반기의 그것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오히려 문제는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행정부 사이의 ‘간극’에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와 더불어 김연철 박사는, 새롭게 등장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부시 행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내세우면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불가능하게 하는 북한정권의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되었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가 북핵문제를 선결과제로 보고 있다면 현재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한마디로 ‘혼란스러운 잡음’으로 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였다. 합참에서는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고, 외교부는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찬성도 아닌 발의자로 나서겠다고 하고, 통일부는 6.15, 10.4 선언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고, 일부 민간단체들은 북한에 ‘삐라’를 보내고 있는 현재 상황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순위에 대한 공감’과 더불어, “시간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부시 행정부나 이명박 정부가 취하고 있는 “시간은 우리편이고, 결국 북한이 우리에게 굴복할 것이다”라는 식의 태도가 아니라, 북핵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통해 중동과 세계적 차원의 핵확산 방지의 성공사례를 만들려 한다면, 오바마 행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격차는 더 크게 발생하며, 상황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두 번째 논찬자인 임원혁 박사는 조금은 의도적으로 찰스 암스트롱 교수의 강연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며, 좀 더 다른 시각에서 현 상황을 살필 것을 주문하였다. 임원혁 박사는 대북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한 암스트롱 교수의 발표가 다소 모순적이라며 지적하며, 부시 행정부 후반기의 변화가 과연 ‘자발적’ 선택이었던 것인지, 상황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포용과 대화를 통한 변화를 경험하며 성장한 오바마의 대북정책에는 상당한 수준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보았다.

특히 지금까지 북한문제를 주로 담당해 왔던 군비통제 전문가, 기능주의적 전문가 그룹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경험을 갖춘 인물들―예를 들어 프랭크 자누치, 마이클 쉬퍼―이 오바마의 아시아 자문단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도, 커다란 변화를 예측케 하는 요소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부시 행정부 초기의 지나친 일본 편중 외교와 다자주의적 관계형성에 대한 소극적 태도와는 달리, 오바마는 중국과 일본의 급성장, 아시아 지역주의의 활성화 등의 변화에 부응하여 아시아 지역 다자기구의 창설, 기존 기구의 확장 등에도 적극적인 입장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임원혁 박사는, 김연철 박사가 제기하였던 한미관계의 갈등 재연의 문제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입장을 피력하였다. 무엇보다 1994년도와 현재의 국내정치상황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현재의 한나라당 내부에는 남북대화나 협력을 중시하는 세력도 적지 않으며, 오히려 문제는 남한 정부가 북미관계 변화에 그저 끌려가는 상황이라고 보았다(그는 앞으로 남북대화가 어느 정도 복원될 것으로 보지만, 워낙 크게 신뢰를 상실한 상태이기에 커다란 성과를 거두기란 어렵다고 전망하였다).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 임원혁 박사는, 이 문제가 단순히 ‘자유’무역의 문제는 아니며,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자동차 노조와의 관계라는 점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오바마는 자동차 부문에서의 한국 측의 상당한 부분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굳이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서두를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한국 정부와 의회가 비준을 서두를 경우, 그것이 오바마 행정부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해져야 할 것을 주문하였다.

마지막으로 암스트롱 교수가 밝힌 ‘세대적 중요성’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견해를 밝혔다. 임원혁 박사는 미국 현대정치사에서 더욱 큰 세대적 변화는 1992년 클린턴 대통령 당선이라고 보았다. 아버지 부시로 대표되었던 ‘2차 세계대전’ 세대가 종언을 고하고, ‘격동의 60년대’를 주도하였던 세대(클린턴으로 대표되는 ‘반전성향’의 그룹과 현재 부시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그럭저럭’ 풍요롭게 자랐던 그룹)가 미국 정치를 주도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태어난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테러와 암살에 염증을 느끼며 1960년대 이후 ‘정치로부터 퇴각’하였던 진보적 세력들이 다시 ‘정치로 귀환’하였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세대적 전환’의 의미는 상대적으로 작다는 설명이었다.


마지막 논찬자로 나선 이남주 교수는, 미국 국내 정치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고 20대를 보냈던 자신이지만, 부시대통령 8년을 경험하며 미국 국내정치의 결과가 한반도는 물론 세계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절감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주의깊게 관찰하였다며 토론을 시작하였다. 그는 이번 선거에선 과거에 비해 ‘중국문제’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티벳 문제나 엄청난 규모의 무역 역조 등을 고려한다면, 중국문제가 충분히 선거쟁점으로 부상할 수도 있었음에도 그렇지 않은 것은, 중국의 성장 정도가 이제 더 이상 ‘국내정치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명확한 비젼이나 대안 없이 중국을 자극하여 이용하는 방식은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이남주 교수는 분석하였다.


또한 이남주 교수는 부시 행정부 후반기와 오바마 행정부 사이의 관계가 ‘연속’이나 ‘변화’인가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하였다. 즉 과연 ‘연속’이라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진정한 ‘해법’인가라는 문제제기였다. 부시 행정부 후반기의 일련의 대북정책들 역시 여전히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진행된 체계적 해결책이었다기보다 임기응변적 미봉책이라는 성격이 강했다고 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최종적 해결책을 향해 이끌어 갈 수 있는 해법을 가진 변화가 필요하며, 그러한 의미에서의 ‘변화’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선거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풀뿌리 운동’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이와 더불어 오바마의 당선으로 설명되는 “보수주의의 종언”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보수주의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것이 부시 행정부를 주도하였던 ‘네오콘’의 종언인 것인지, 그보다 좀더 길고 넓은 범위의 ‘레이거니즘’이 제동이 걸린 것인지 등에 대한 심층적 분석이 앞으로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논찬자들의 토론이 끝난 이후, 방청객들에게 마이크가 돌아갔고, 많은 이들의 적극적 질의가 이어졌다. 지난 30년간 미국 사회를 규정한 핵심적 측면은 무엇이었으며, 그것을 과연 오바마가 어떻게 바꿀 것으로 예상하는지, 미일관계의 변화 양상과 가능성, 오바마가 약속한 ‘95%에 대한 감세, 5%에 대한 증세’의 실현 가능성, 한반도 문제의 우선순위, 북미관계 개선을 목표로 한 북한 스스로의 개혁 강화 여부, 독도 문제에 대한 오바마 당선자의 견해와 정책, 오바마에 대한 기대와 열광이 다소 과대평가된 것은 아닌가 등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고, 강연자와 논찬자들의 추가 답변과 발언이 진행되었다.


이렇게 원래 예정되었던 9시를 약 20분 정도 넘긴 늦은 시간까지, 희망모울을 가득 메웠던 청중들은 거의 대부분 자리를 끝까지 지키며, 강연자와 논찬자들의 날카롭고 다양한 분석에 귀를 기울였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의 의미를 전부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한국 연구자와, 한국을 대표하는 소장학자들의 치열한 분석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이번 선거 결과가 갖는 의미의 중요성 자체를 다시 확인케 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작성
홍일표 희망제작소 국제팀장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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