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6-21   618

“국민생명보다 중요한 것 없다” 시민들, 파병중단 촉구

네티즌, ‘SAVE KIM’ 촛불시위 제안…21일 7시 광화문에서 모이자

이라크 저항세력이 “24시간 이내에 한국군의 이라크 철군”을 요구하며 한국인 김선일 씨를 납치한 사건이 일어났다. 아랍방송 <알자지라>에 전해진 비디오테입을 통해 납치범들은 스스로를 요르단 태생의 저항단체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 소속 그룹이라고 밝히고 24시간 이내에 철군하지 않으면 한국인 인질을 죽이겠다고 통보했다.

공포에 질린채 살려달라고 외치는 김선일 씨의 절규는 <알자지라>에 전해진 비디오테입을 통해 가감없이 전달됐다. 김씨는 무장세력에게 “당신들이 목숨이 중요하다면, 나의 목숨도 중요하다. 죽고 싶지 않다. 살고 싶다”고 애원하며 한편으로는 “한국군은 여기서 나가라”고 호소했다.

이같은 소식에 한국 전역은 충격에 휩싸여 있다. 특히 최근 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해 미국인 인질 2명이 연이어 참수당했던 것을 연상하며 많은 시민들이 안타까움과 공포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선일 씨 17일에 납치되었으나 정부당국 20일에야 알아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당국은 “김선일 씨를 구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동시에 “파병원칙은 변함없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정부는 21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외교부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반을 구성해 운영하고 외교부 및 관계기관의 고위관계자를 현지에 급파해 정부 차원의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김씨가 17일에 납치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당국의 구멍뚫린 재외국민 안전대책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17일에 납치되었으나 한국시간으로 20일 새벽 5시 <알자지라>방송이 이를 보도하면서 사태를 인지하고 대사관을 통해 대책위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국의 연이은 철군과 한국 정부의 추가파병 재확인으로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번째 규모의 파병국인 한국인들에 대한 테러는 진작부터 우려되어왔던 터였다. 정부는 이라크로의 여행자제를 촉구하는 등 안전에 대한 우려는 했으나 실질적인 대책은 수립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청와대 게시판, 파병철회 촉구글 쇄도

각 언론사와 포탈사이트 토론방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의견이 시시각각 올라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 게시판에는 인질로 잡힌 김선일 씨를 살려야한다는 호소와 함께 파병철회를 촉구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아이디 대한민국국민 정승현 네티즌은 “우리나라 국민 한 명도 온전히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남의 나라 재건에 힘을 쓰는가. 정신차리라. 전 세계가 명분없는 전쟁이란 것을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무슨 되먹지 못한 파병이냐. 정신차리고 빨리 파병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아이디 김윤지 네티즌은 “수백명의 목숨만큼 한 사람의 목숨도 중요하다. 이 시점에서 이라크 파병을 철회해야할 기회가 온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이번 시점이 대통령의 자질을 확인하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김선일을 구해달라. 그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절대 보고 싶지 않다”며 정부차원의 구출노력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파병을 강행하는 한, 제2,제3의 김선일 씨는 반복될 것이라며 “파병철회 만이 해답이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김선일 씨는 살린다쳐도 제2 제3의 김선일씨가 나오지말라는 보장이 있는가. 파병을 철회하라. 우리 국민이 이라크 무장세력의 테러표적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런 와중에 파병을 재확인하는 의도가 무엇이냐. 만일 김선일 씨를 살려내지 못하고 제2, 제3의 김선일 씨가 나온다면 용서할 수 없다. 국민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항의했다.

네티즌 중심으로 “김선일 씨 구하자”며 촛불시위 제안

시민사회도 긴급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소속 단체들은 21일 오후 1시 청와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김선일 씨의 무사귀환을 위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 그와 동시에 추가파병 일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이라크 한국인 억류 단체에도 “한국인 김선일씨의 석방을 호소”하는 호소문을 보냈다.

일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김선일 씨의 무사귀환과 한국정부의 파병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도 메신저를 통해 제안되고 있다. 글자로 만들어진 촛불그림과 함께 “SAVE KIM”이라고 쓰인 문구를 전달하면서 “촛불을 들고 21일 오후 7시 광화문에서 모이자”라는 제안이 퍼지고 있다.

이같은 네티즌들의 제안을 계기로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은 21일 오후 7시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은 “김선일 씨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데 정부는 파병강행을 고집하고 있다. 국민의 힘으로 김선일씨를 살려야 한다”며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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