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8-11-17   2699

[이라크 모니터링⑩] 미군 주둔에 관한 미-이라크 협정, 과연 불법 점령 종료될까


어제 16일(일), 이라크 내각이 미군 150,000명을 2011년까지 이라크에 존속시키는 외국군 지위에 관한 협정(SOFA) 초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협정안은 2011년까지의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미군과 미 사설업체 직원의 치외법권 적용과 영구 미군기지 수 등 민감한 의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제 이 협정안은 곧바로 이라크 의회에 상정될 것이다. 한편 미 부시 행정부는 이번 이라크 내각의 승인 결정이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환영을 표했다.


하지만 이라크 내에서는 협정안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내각에서 초안을 통과시킬 당시 총 37명의 위원 중 9명이나 퇴장할 정도로 협정안에 대한 단일한 입장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시아파 최대 진영인 알 사드르 세력이 이를 극구 반대하고 있다. 또한 알자지라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정안의 내용이 그 어떤 공식적인 문서로 확인되지 않고 있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었다. 이라크 의회는 물론 국민들조차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어 ‘밀실협정’이라는 비난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라크에서는 지금도 자폭테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3년 뒤 미군이 갑작스럽게 완전 철수할 경우 이라크 치안 상황이 악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미군 철수에 대한 이라크 국민들의 여론을 엇갈리게 하고 있다.

현재 이라크에서의 다국적군의 주둔 기한은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2008년 12월 31일로 만료된다. 그만큼 미-이라크 양측 정부 모두 외국군 주둔 관련 협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사정이 있다. 그만큼 이번 협정안의 세부적인 내용이나 미국과 이라크에서의 의회 통과 여부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음은 지난 10월 22일 Transnational Institute(www.TNI.org)에 필리스 베니스(Phyllis Bennis)가 작성한  <이라크에서의 미군부대 유지에 관한 미-이라크 협정>을 요약한 것이다.
 



이라크에서의 미군 주둔에 관한 미-이라크 협정  / 필리스 베니스

                                                                 (번역_ 김중훈 평화군축센터 자원활동가)

이라크에서의 미군 주둔 유지를 위한 협정과 관련해 미-이라크 협상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대됨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 점령에 대한 실제적인 효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상은 부시 대통령의 대리인과 말리키 총리에 의해 진행되는데, 양 측 모두 미군 부대가 실제로 철수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말리키 정부는 미군 부대 철군 시 정권 유지가 힘들 것이고, 부시는 석유와 미군 기지의 전략적 위치 때문에 영구적인 이라크 통제에 관한 결의에 변함이 없다). 그러나 철군 일정표를 내보여야 하는 정치적 압력에 직면한 결과, 협상 내용은 양 측이 수용가능할 만한 수준으로 미국의 지속적인 점령 현실을 숨기고 이라크 주권을 칭송하는 언어들로 대체하고 있다. 


사실, 어떤 양자 협정이나 유엔 위임의 주둔 연장 기한 등이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교전에 실질적인 효력이 발휘되지는 않는다. 미국이 이라크를 불법적으로 침공했듯이, 불법적인 특성 때문에 이라크 점령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미군을 겨냥한 저항군들의 테러행위 역시 개정된 법률 문서 때문에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협정의 실제적인 내용들은 불명확한 채로 남아있다. 아랍판이든 영문판이든 지금까지 밝혀진 어떤 버전도 없고, 흘러나오는 아랍어 초안이나 비공식적인 영어 번역본이 전부다.


국회, 의회 그리고 협정


협정은 이라크 의회에 제출되지 않았고, 미 상원에서 역시 비준되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는 협정안이 독일, 일본과 맺은 SOFA와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의회 비준을 거절했다. 그러나 이 국가들은 미군이 벌이는 전쟁이 일어날 일이 없다. 이라크에서도 알 사다르 등 다른 정치 지도자들은 이 협정안에 대해 전면적인 반대를 표명했으며, 이라크인들 대부분 부시 행정부 이후의 새로운 미 대통령으로부터 더 나은 가능성을 모색하려고 한다.


미군 철수: 일정 범위(a time horizon)


협정 초안의 25조항은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첫 단락에서는 “미군은 이라크 영토에서 2011년 12월 31일 이전까지 철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같은 조항의 후반부에는 2009년 6월까지의 이라크 주둔 “전투 부대” 철수와 미군 기지에서의 재편성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2011년 12월 31일까지의 철군이라는 첫 공약은 “전투” 부대를 명기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국민들뿐만 아니라 의회 또한 확실히 미국 대선 토론에서 전쟁 종결로 여겨진, “전투 부대”만의 부분 철수 등의 형식을 거부할 것임을 알고 있는 이라크 정부의 요구 사항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문구의 존재가 2001년 말까지 모든 부대의 완전 철군이라는 일정표에 따른 미국의 공약 이행 의무를 가리키지는 않는다. 같은 조항의 5번째 단락을 보면 “이라크 치안 부대의 훈련과 지원을 목적으로” 이라크 정부가 미군에게 이라크 주둔 연장을 요청할 수 있음을 명백하게 보증하고 있다. “지원”이라는 용어는 미군에 의해 훈련되고, 무장되며, 여전히 미군에 의존하는 이라크 군대가 실상 펜타곤이 원하는 대로 어떠한 군사적 행동도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5번째 단락은 또한 “이라크 정부는 동 조항의 첫 번째 단락의 내용과 관련하여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라는, 2011년까지의 철군 기한 연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결국 ‘일정 범위(time horizon)’라는 표현은 정치적인 속임수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꽤나 훌륭한 표현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도달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표현으로서, 부시 행정부가 이전부터 사용하기를 꺼려온 ‘시간표(timeline)’와도 부합되지 않는 표현이다. |1278572326.jpg|width=\
미군이 이라크인에 대해 저지르는 범죄문제에 대해 오히려 미군에 대한 처벌보다는 면제가 더 확대되었다. 12조항에 따르면 “이라크는 미국과 계약한 자들과 그 직원들에 대한 우선적인 법률상 재판권을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은 “미군 부대 병력과 미국 시민들에 대한 우선적인 법률상 재판권” 을 유지하도록 했다. 물론 기지 밖에서나 공무상이 아닐 때 저지른 중대 범죄 등에 대해서는 이라크가 우선 재판권을 갖지만 공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미군 측이 하도록 되어 있다.

미군 기지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이다. 미국은 2008년 6월 30일까지 “미군이 사용했던 설비나 지역”에 대한 목록을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는 “이번 협정에 의해 건축되고, 개조 및 보수가 되는” 기지를 이라크 당국으로 반환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협정 전 기지사용에 관한 것이나 “양 측 동의에 따른 설비나 지역”에 대한 언급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무리 본문에 이라크 주권과 관련된 언급이 가득하다 할지라도, 실상 이러한 것들을 집행할 역량이 없는데다가 양국간 힘의 불균형이 크다. 이는 압도적으로 미군 주둔을 반대하는 이라크 시민들과 이라크 의회를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석유


이번 협정에는 미국이 이라크의 석유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중단시키기 위한 그 어떤 언급도 없다. 이것은 곧 미국이 이라크의 석유와 가스 생산, 그리고 이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해 “보호를 위한 조정(protection arrangements)”이라고 하는 현재의 역할을 지속할 것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라크 의회가 두 달 이내에 협정안을 쉽게 승인하지는 않을 것이며, 말리키 총리는 내년 초 있을 지방 선거를 의식해 함부로 의회 의사를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 부시 대통령 또한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미 의회는 의회 승인이 필요 없도록 해달라는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우선적으로 절차의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몇몇 의원들은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협정안 본문에서 이라크 사법 시스템에서 미군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에 대해서 문제 삼고 있다.


의회에서는 이미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Bill Delahunt 하원 의원 주도 하에 몇몇 이들이 협정안의 의회 승인을 배제하려는 것에 대한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유엔 안보리가 유엔 위임 기한을 12월 31일 이후로 연장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유엔을 이용해 정치적 명분을 얻으려는 일반적인 전략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결국 불법적인 미국의 행동을 합법적으로 무마해주는 것이며 심지어는 불법적인 명령에 의해 행해진 미군의 전쟁 범죄도 덮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 기한과 관계없이 미 점령을 지속시키는 미-이라크 협정에 반대해야 한다. 
– 미국과 이라크 의회 승인 없이 이루어지는 그 어떤 협정에 반대해야 한다.
– 점령을 지속시키는 모든 임시 조치도 거부해야 한다.
– 우리는 유엔 안보리가 미 점령을 승인하는 것과 다름없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반대해야 하며, 유엔이 이라크에서의 주둔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국제법 및 이에 관한 강령을 내세우는 전세계 시민사회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 유엔 결의에 따른 2008년 12월 31일 주둔 기한이 만료되면 미군의 이라크 불법 점령을 즉시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모든 미군은 각자의 기지로 즉각 되돌아가는 단계를 밟아야 하고, 전투 부대뿐만 아니라 미국 소속 비이라크인 계약자들의 즉각적인 철수, 그리고 미군 기지 폐쇄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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