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중동 배치, 한국을 발진기지로 삼으려 하는가


주한미군의 중동 배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
미군 역할 축소 불구 기지이전비용 대부분 한국민 부담으로 요구


어제(11월 16일) 주한미군에 관한 중요한 결정 두 가지가 확인되었다. 하나는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1개 대대가 내년 3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배치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총 13조 원 가량의 주한미군 기지이전 비용 중 미국 쪽 부담은 7억 5천만 달러(약 970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들은 주한미군의 활동범위와 역할이 더 이상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러한 미군을 위해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 대부분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먼저 주한미군 알파치 헬기 대대가 이라크나 아프간으로 이동배치 되는 것은 한국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미군의 군사전략 상 발진기지로 이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주한미군이 미 본토로 이동한 후 이라크 등에 배치된다고 하더라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실현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미 2004년 미 2사단 일부가 이라크로 이동 배치된 바 있었고 2006년에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즉 미군 병력과 기지, 장비에 대한 유연성에 대한 한미간 공식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주한미군의 작전범위를 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명백히 위배된다. 나아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까지 해석된다. 미 측은 주한미군의 해외배치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과 함께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한국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을 발진기지로 하는 주한미군의 해외배치는 한반도 주변에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 전쟁 중인 무장세력으로부터의 위협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더욱이 국민 대다수는 주한미군의 역할변경의 의미와 관련 정보를 정부로부터 제대로 전해들은 바가 없다. 주한미군의 중동배치에 앞서 정부는 주한미군의 해외배치의 의미부터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상충되는 이러한 계획이 어떻게 가능한지부터 먼저 해명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주한미군은 기지이전비용으로 1조 원도 안되는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한국민들이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한국은 주한미군에게 무료로 기지와 훈련장을 제공하며 막대한 주둔경비를 지원해왔다. 그 동안 미군주둔과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부담이 일부 불가피하다는 여론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한미군이 한반도 전쟁 억지력으로서 존재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주한미군의 중동배치 계획처럼 미군은 이라크든 아프간이든 언제든지 전세계 군사전략을 위해 주한미군을 운용할 계획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역할변경과 한반도에서의 역할축소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지이전비용 대부분을 한국민에게 돌리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며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방위비 분담금과 같은 미군주둔경비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납득할 국민은 없다.

문제는 국민들의 이해나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정부가 미 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고, 국회도 그 어떤 견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미가 동일한 가치와 이해를 추구하고 있다며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대한 한국의 편승을 ‘전략동맹’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 측의 요구를 기꺼이 수용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과거 냉전적 발상이자 시대착오적인 낡은 동맹관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단단히 잘못 꿰어진 실타래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그 부담은 그 누구도 아닌 국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우선 주한미군의 역할변경의 의미를 국민들에게 자세히 알리고, 주한미군의 역할범위를 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과의 불합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주한미군 기지이전 비용에 대한 전면적인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연동하여 방위비분담금의 합리적 재조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예컨대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대대를 이라크 혹은 아프간으로의 파견할 것이라면 이는 당연히 미군주둔경비 지원금의 축소조정 논의의 근거가 된다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 가중되는 민생불안에 떨고 있다. 국회가 정녕 국민들의 민생고에 귀 기울이고 있다면 결코 미 측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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