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5-10   1023

“고문과 인권유린이 미국식 민주주의인가?”

미 점령군의 이라크인 포로 학대 규탄집회

“반인륜 전쟁범죄 미국을 규탄한다”

“추악한 포로학살 미국을 규탄한다”

“고문학살 지원하는 한국군 파병 반대한다”

“재건지원 웬말이냐, 한국군 파병 철회하라”

이라크 점령군인 미군과 영국군의 이라크인 포로학대가 계속 폭로되는 가운데, 점령군의 횡포를 규탄하고 한국군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집회가 열렸다.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라크평화네트워크 등 4개 단체는 10일 오전 11시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미국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사회를 맡은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미국은 9·11 테러와의 연계, 대량살상무기 등 침략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라크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며 “그러나 지금 이라크에서 미군이 저지르는 짓은 학살, 성고문, 인권유린만 있을 뿐”이라고 미국의 위선을 공격했다.

규탄연설에 나선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침략전쟁의 명분이었던 테러방지, 대량살상무기 제거는 허구임이 드러났지만, 이라크에는 열화우라늄탄이 떨어져 무고한 생명이 살상되고, 문화유산은 철저히 파괴됐으며, 환경재앙도 끔찍하다”면서 “어떤 전쟁도 명분이 무엇이든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운을 뗐다. 서 총장은 “우리는 이미 50년 전에 전쟁의 고통을 처참히 경험한 민족으로서, 이 추악한 전쟁에 하루빨리 우리 젊은이들을 철수시키고, 추가파병 결정을 철회하는 것만이 인류에 대한 범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정부와 국회에 파병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두번째 연사로 나선 최경송 이라크평화네트워크 간사는 “이 전쟁은 단순히 평화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 대 반문명의 전쟁”이라며 “지난 선거과정에서 대한민국 공화국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싸운 우리 국민들은 이제 세계시민공화국의 국민으로서 의무를 지키기 위해, 석유를 위한 전쟁, 부시만을 위한 이 전쟁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간사는 “그런데 지금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파병철회 공론화에 나서지 않는 국회를 규탄했다.

이옥수 참여연대 회원은 “소리라도 한번 지르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이라크에서의 미군의 만행에 대한 분노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 씨는 “아무리 우리가 약자이지만 이대로 침묵한다면 미국의 횡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는데, 행동과 실천으로 저항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종교가 철학이, 지식이 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라며 미국을 규탄하고, 파병에 반대하는 행동에 모든 국민이 나설 것을 절절이 호소했다.

규탄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이라크평화네트워크 활동가들은 두건이 씌워진 채 고문당하는 이라크 포로들의 모습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마지막으로 최선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사무처장의 성명서 낭독이 이어졌다. 최 처장은 “이라크인 수감자들에 대한 고문, 성학대를 일부 비정상적인 병사들의 소행으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부시행정부의 변명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면서 “이라크 전쟁과 점령은 실패작이며, 독선과 오만이 만들어낸 재앙임을 인정하고, 이라크 사태의 해결을 이라크 민중과 국제사회의 협력에 맡기고 미국은 이라크를 떠나는 것만이 미국이 해야할 진정한 사과의 내용”이라고 미국을 규탄했다.

최 처장은 또한 “이라크 평화재건을 위해 파병을 결정했던 한국정부는 이라크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살과 고문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이라크 민정이양 과정에서 미국 중심의 다국적군이 이라크 주권과 민주화의 보호자나 후견인이 결코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직시하고 파병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래는 오늘 발표된 성명서 전문이다.

미국이 진정으로 사과하고자 한다면 이라크를 떠나야 한다

한국정부는 이라크인 학살과 고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라크인 수감자들에 대한 고문, 성학대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음이 확인되고 있다. 게다가밝혀진 사례가 실제 일어난 일들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진술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 사건을 일부 비정상적인 병사들의 소행으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변명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군 전문가들은 군 교도소 내에서의 이러한 노골적인 학대행위가 조직적인 지침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단언한다.

미국은 9.11 이후 이른바 대테러전쟁 과정에서 체포한 전쟁포로와 수감자들, 예비검속된 아랍계 혐의자들에게 사실상 ‘불법적 수단’에 의한 수사를 허용해 왔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이미 미국은 아프간 전쟁에서 체포된 수감자들에 대한 반인권적인 처우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라크에서의 고문도 이러한 조직적, 범정부적 반인권적 방침의 연장선에 있다.

팔루자 지역에서의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학살도 그 실체가 점점 더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팔루자 봉쇄가 풀린 직후 수백구의 시체가 이장되었다. 목격자들은 치안유지와는 무관한 민간인에 대한 폭격과 저격에 대한 무수한 진술을 쏟아내고 있다. 노골적인 보복살인의 흔적이 드러날수록 미국이 이라크인을 위해 거기에 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라크인과 세계 시민 모두에게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이라크인에 대한 학살과 고문이 전세계의 비난과 공분을 불러오고 있는 가운데 미 부시 대통령이 사과입장을 발표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라크인의 분노와 충격, 세계인의 비난을 잠재우기에는 가당치 않은 변명을 늘어놓는데 그치고 말았다. 부시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무엇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해야 할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증거도 없이 선제공격을 감행했으나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테러와의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도리어 자국민과 이라크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의 악순환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자신의 가공할 무력과 패권을 과신했고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결국 이라크인들의 저항과 세계시민들의 비난 앞에서 이라크 점령은 총체적 실패를 맞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자행한 학살과 고문이 드러남에 따라 미국이 강변해오던 ‘이라크 민주화’의 주장도 거짓임이 확인되었다. 이같은 사실은 온전한 주권과 직접투표를 요구하는 이라크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과정에서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은 미국이 주체가 되어 현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라크 전쟁과 점령은 실패작이며, 독선과 오만이 만들어낸 재앙임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라크 사태의 해결을 이라크 민중과 국제사회의 협력에 맡기고 미국은 이라크를 떠나야 한다. 이것이 미국이 해야할 진정한 사과의 내용이다.

한편, 한국정부는 이라크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살과 고문에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 파병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작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에 치명적인 사건인 팔루자 학살과 수감자 고문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부가 이라크 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우선적인 일은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지금 이라크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일이다. 이는 이미 이라크에 서희·제마 부대를 파병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신과 명예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울러, 정부는 이라크 민정이양과정에서 미국 중심의 다국적군이 이라크 주권과 민주화의 보호자나 후견인이 결코 될 수 없고 오히려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군대를 보내서 그들을 도울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 파병은 철회되어야 한다.

2004. 5. 10.

이라크평화네트워크·참여연대·평화를만드는여성회·환경운동연합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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