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 금융제재 부분해제, 테러지원국 제외 가능성” (한겨레, 2006. 12. 1)

12월중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6자회담에서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하고 국무부 테러지원국에서 북한을 제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셀리그 해리슨 미 국제정책센터(CIP) 선임연구원은 11월3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열린 ‘민주당 정국 주도하에서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 전망’ 주제의 ‘한반도 평화 포럼’에서 이렇게 밝히고, “이에 따라 북한은 미국과의 국교정상화 논의가 계속되는 한 더 이상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리슨 선임연구원은 북한 핵실험 직전인 지난 9월 중순 방북했을 때 북한 김계관 외무성 차관과 나눈 대화 및 미국 중간선거 결과 등 이후 정세를 종합할 때 이런 예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평통 뉴욕협의회(회장 이세목)가 주최하고, 한인유권자협회(소장 김동석)가 주관해 이날 ‘한반도 평화 포럼’은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 이날 포럼에는 게리 애커먼 미연방 하원의원과 김원웅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이 기조강연을, 해리슨 선임연구원과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존스홉킨스대학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으며, 서재정 코널대 교수와 캐서린 문 웨슬리대 교수가 패널로 참가했다.

해리슨 선임연구원은 기조발제에서 6자회담 재개 때 미국이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제재 완화 방안으로 ‘대북 금융제재와 관련한 새 권고안 발표’를 꼽았다. 현재 미국은 북한의 모든 금융거래에 대해 제재를 취하는 권고안을 발표해놓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새 권고안은 “대량살상무기 거래와 관련된 계좌와 정상적 무역과 투자를 위한 계좌를 구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리슨 선임연구원은 이와 함께 미국이 6자 회담 재개 뒤 북한을 국무부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북한이 오랫동안 희망해왔던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가입의 길을 열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해리슨 연구원은 이런 미국쪽의 전향적 조처를 취한다면, 북한은 추가적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을 것 등으로 화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리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지난 10월초 핵실험을 했지만, 실제 핵무기 사용이 가능해지기까지는 몇 년이 걸린다”며 “아직 실용적인 외교노력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하지만 이어 발제에 나선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교수는 “중간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스트라우브 교수는 그 이유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과 변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클린턴 행정부 때 주한 미 대사관 정치분야 담당자를 역임하고 부시 1기 행정부 때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스트라우브 교수는 먼저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국무장관인 곤돌리자 라이스가 1기 국무장관인 콜린 파월보다 부시 대통령과 친밀하고, 럼스펠드 장관이 퇴진하면서 그의 추종자들이 함께 국방부를 떠난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이 모두 현직에 남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의 개인적인 의견에 의해 최종적으로 결정”되는데 “부시 대통령의 ‘우리는 악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신념은 변한 게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민주당 역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정책 불변 가능성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

스트라우브 교수는 이런 두가지 가능성 중 “만일 부시 대통령이 명망 높은 인사를 대북정책 조정관에 임명한다면 대북정책의 큰 변화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미국 의회·미디어·대중이 대북정책을 진단하고, 부시 행정부에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채택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김원웅 위원장은 “미국은 대북협상과 관련해 ‘시간은 우리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이유로 북미 협상과 수교가 늦어질수록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강대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는 특히 부시 행정부 집권 초기와 현재의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비교해보면 명확해진다”며 “미국이 현재 북-미 수교와 북핵문제 해결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몇 년 뒤에는 미국이 북한의 요구뿐만 아니라 중국의 요구까지 들어줘야 할 정도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막대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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