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23   654

<파병반대의 논리> 이라크재건위원회 사임의 변

각계전문가와 세계지성이 말하는 이라크 파병반대의 논리

7월 9일, 깊은 슬픔에 잠겨 나는 미국 국방성 차관 폴 월포이츠에게 이라크 재건 및 발전위원회 일원으로서의 사직서를 제출했다.

나에게 사직서 제출은 매우 슬픈 일이었지만 나는 한가지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이라크를 떠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더 오랫동안 머물렀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재건위원회에서의 내 역할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을 가진 우방들과 함께 일한다는 나의 원래의 포부로부터 점령군에 협조하는 것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사담 후세인이 축출된 후 몇주 후인 지난 5월, 25년간의 망명생활을 접고 희망에 차서 바그다드로 돌아왔다. 이 재건위원회에 있는 140여명이 넘는 다른 이라크인들과 마찬가지로 전후 재건과 복구사업을 돕고 궁극적으로 이라크가 과도정부를 이양받을 수 있도록 이라크로 돌아오라는 미국 정부의 초청을 수락하는 것은 내 인생에서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처음에는 은퇴한 장성 제이 가너(Jay Garner)가, 현재는 행정관 출신의 폴 브레머(Paul Bremer)가 이끌고 있는 이 재건위원회에 대한 나의 이해대로라면, 우리가 장관은 아닐지언정 배후 고문으로서, 이라크의 내각의 일원으로 일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재건위원회의 목적은 전력, 병원, 물 수급, 도로 등 심각하게 파괴된 이라크의 기간산업을 적어도 전쟁 전의 상태로 복구해 이라크가 과도정부를 이양받을 수 있도록 초석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비록 재건위원회 구성원들이 세계 각지로부터 모이긴 했지만 우리는 모두 이라크인드이다. 나는 우리가 패배한 나라라는 것을 인정했고 따라서 미국에 협력해 일하는 것에 전혀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의 미래에 관한 자문가로서 참여한 이라크인들과 협력도모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우리의 역할은 매우 제한된 것이었다. 심지어 우리를 방문했던 기자들도 재건위원회가 대통령궁 안에 사무실을 가지고는 있지만 멤버들이 개인들의 이메일을 읽는 것 외에는 별로 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고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처음 바그다드가 무너졌을 때에는 행복감이 감돌았었지만 곧 미국인들은 거만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라크인들이 사담 후세인이 축출되는 것을 바랬고 그래서 미국이 외형적으로나마 질서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들은 점령자로서 군림하고 있다.

슬프게도, 월포이츠가 주창했던 과도정부와 민주적인 선거에 관한 청사진은 전후 이라크의 일상적인 압력들로 인해 잊혀지고 있는 것 같다. 월포이츠는 단지 한 명의 일원이며 이라크에는 그의 제안에 공감하지 않는 이들이 많이 있다. 심지어 주둔하고 있는 병사들도 브레머가 아니라 군사령관으로부터 명령을 받는다고 불평하고 있다.

국방무와 국무부 간의 격렬한 논쟁이 현재의 상황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록 브레머가 이라크 내에서 공식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개별사안들은 워싱턴의 결정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보이며 우리는 그러한 우유부단함의 희생양임에 다름없다.

이제 이라크는 거의 완전한 혼돈에 빠져있다. 아무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가 이라크에서 이상적인 정치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강력한 군사력을 축적할 수 있는 초강대국이 왜 전기공급을 정상화시키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라크인들은 지금 1991년 전쟁이 끝난 후 전력수급을 복구시킨 사담 후세인의 능력을 현재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무능력과 대조하면서 비교하고 있다. 물론 거기에는 모든 종류의 음모론이 잠재해 있다.

현재 브레머는 이라크 통치위원회를 설립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체에 의해 선임된 25명의 대표자들이 이라크의 미래를 고민하며 함께 앉아있다. 구성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몇몇의 멤버들은 국내에 실질적인 지지자를 가지고 있다. 위원회가 효과적인가 아닌가는 멤버들이 어떤 합의점에 다다를 수 있는가 아닌가에 달려있다. 따라서 나는 그들이 서로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 그들은 반드시 쟁점들에 대해 통일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하며 브레머에게 워싱턴으로 가서 “이것이 이라크인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위원회는 “우리에게 전적인 권력을 달라. 필요하면 당신의 자문을 구하겠다”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나는 재건위원회에서 사임하는 처음이자 유일한 멤버이다. 많은 위원들이 재건위원회에 머물러 있어야 하며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겠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은 위원들도 많을 것이다. 이라크 민중들이 얼마나 강인한지,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나는 중장기적으로 내 나라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이다.

이라크인들이 종족간의 심각한 긴장 없이 함께 일하고 있다는 여러 증거들이 있다. 이것이 바로 미래의 이라크를 지향하는 좋은 징조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나는 이라크인들과 미국인들 사이에 더 많은 갈등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걱정스럽다.

영국 <가디언>지 2003년 7월 28일/ 이삼 알-카파지 (전 이라크 재건위원회 멤버)

번역_ 이옥선 참여연대 번역 자원활동가

번역 : 이옥선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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