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북핵과 남북경협 연계는 상황만 악화시킬 것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2005.2. 17)

‘한국 정부 주도적 역할’ 어디갔나?

1. 2.10 북한 외무성 성명에 대한 미국과 한국정부의 대응 윤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미국정부는 이른바 ‘의도적 무시‘입장을 취하면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반복해서 촉구하면서도, 남한정부에 대해서도 경제협력의 속조조절을 요구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제재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응 역시 이러한 미국의 무시와 제재압력에 편승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2. 어제(2월 16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미외무장관회담 결과를 밝히는 자리에서 한미가 북핵문제를 6자회담 틀에서 외교적,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기조를 재확인하였고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없이는 대규모 대북 경제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측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어제 있었던 안보장관회의에서도 정부는 북한이 6자회담에 무조건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면서 6자회담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는 대규모 대북 경제지원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 6자회담은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한반도 주변갈등을 해소할 유효한 틀이다. 그러나 현단게에서 북미 쌍방 접촉과 남북 대화협력등 다양한 중층적 노력 없이는 6자회담의 진전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보유발언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6자회담재개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핵보유 선언을 계기로 대북제재와 압박에 동맹국들이 동참시키려 하고 있다. 북미양자간 접촉을 외면하고 일축하고 있는 것이나 반기문 장관 방미 당시 체니 부통령과 월포위츠 부장관이 한국 정부의 대북비료 지원 중단을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 측 요구에 부응하듯 정부는 남북경협을 북핵문제와 연계시키면서 조건없는 북한의 6자회담 참여만을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반기문 장관이 북핵 해결없이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측에 밝히는가 하면 개성공단 사업을 ‘작은 규모의 시범 프로젝트’에 불과하며 인도적 견지에서 ‘제한된 쌀과 비료를 제공했다’고 설명하는 등 국민적 지지와 성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사업마저 평가절하하고 있다.

4. 우리는 한국 정부가 미국에게 진정한 외교적 해결을 위한 보다 진전된 대북 대타협 방안을 제안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남북 당국간 대화와 협력을 보다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단계로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이라는 입장을 미국 정부로부터 재확인하는 수준에 자족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 측의 입장 전환을 요구하기보다는 도리어 대북압박을 요구하는 미국 측 입장에 기울어지고 있다. 한국정부의 독자적인 입장이나 주도적인 역할은 실종되고 도리어 우리가 지난 논평을 통해 우려했던 바 “과거와 같은 무기력하고도 비생산적인 ‘한미공조’만이 확인되고 있다.

5.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정부가 내세우는 주도적 역할이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어렵게 유지되고 있는 남북경협사업을 후퇴시키고 중국의 대북 중재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실상 지금의 교착상태를 주도적으로 돌파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자인한 것은 아닌가. 정부는 지금의 교착상태가 한미공조에 기대어 해결될 수 없으며 도리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미국의 대북제재 움직임에 우려를 포명하고 대북 대타협 방안 제시를 촉구하는 일이다. 아울러 예정된 남북경협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그 성과와 가능성에 의미를 부여하며 당국간 직접 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2005.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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