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베이징 북미중 회담에 즈음한 입장 발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협력을 위한 다자간 협상 돌파구 마련되길

1. 오는 23일 베이징에서 개최될 북 미 중 회담이 한반도 전쟁위기로까지 치닫던 북 미간 갈등에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 지난 2002년 10월 북한의 우라늄 핵개발 의혹이 제기된 이래 북한과 미국이 저마다 강경일변도와 자극적인 정책으로 응수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어 왔고, 북미 모두 입으로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말하면서도 대화의 선결조건과 대화방식을 두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었다.

중국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베이징 북 미 중 회담은 지난 10월 이래 공식적으로는 최초로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북한이 그간 고수하던 북 미간 쌍무협상 방식 고수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다자간 협상도 가능함을 시사한 데 따른 것이다.

3. 사실 지난 10월 이후 고조되어온 한반도 위기는 북한 핵개발 가능성 제거와 미국의 불가침 보장문제를 둘러싼 북 미 쌍방간의 갈등이라는 점과 더불어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정치 군사 경제적 관심사와 밀접히 연결된 복합적인 쟁점이라는 성격 역시 동시에 지니고 있다.

다자간 협의 방식을 고집해 온 것은 미국이지만, 주변국들의 논의 참여는 북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위험 제거 요구에 대해 불가침 약속과 포괄적인 관계개선조치를 얻어내는 데 주변국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북이 쌍무협상 등 협상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우선 대화에 나선 것은 현실적인 해법에 한발 다가선 전향적 조치라 할 것이다.

4. 그러나 아직 대화의 앞날은 험난하기만 하다. 북 미 모두 이번 회담은 예비회담의 성격을 지닌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은 대화의 시작이지 협상의 시작은 아니라고 못박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악행에 대한 보상은 있을 수 없다’는 기존의 협상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이 핵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는 한 논의의 진전은 없다는 논리다. 미국의 이러한 태도는 제네바 합의를 파국에 이르게 한 책임을 전적으로 북한에게 전가하고 북한에 대한 핵선제공격론 등 미국이 취해온 공격적 독트린을 정당화하는 일방적 논리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대북한 정책목표 그 자체가 모호한 것도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북 미 중 회담 직전 보도된 럼즈펠드 메모 파문에서 보여지듯 미국 부시 행정부의 일각에서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넘어서 북한의 정권교체를 위해 군사적 외교적 전방위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도발적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회담 자체의 의미를 부정함은 물론 한반도 전쟁위기를 불러올 위험천만한 시도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한편, 회담에 나서는 북한의 태도 역시 개운치 않다. 굳이 북 미 중 3자회담이 아니라 중국이 장소를 제공하는 북 미회담임을 강조하는 것도 옹색하거니와, 회담 직전 영변 핵폐기물의 재처리에 착수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모호한 성명을 발표하는 등 과거의 자극적 협상전술을 반복함으로써 대화에 임하는 북한당국의 진의에 대한 의구심을 확산시키고 한국정부와 주변국의 중재노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5. 그러나 이러한 갖가지 변수와 상이한 인식 속에서도 북 미 중 회담 일정이 무산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실낱같은 희망의 싹을 본다. 비록 예비회담의 성격이지만 북 미 중 회담을 통해 그 동안 평행선을 달려온 북 미간의 갈등을 해소할 전반적 의제들에 대해 폭넓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참여연대는 여러 차례에 걸쳐 북 미간 갈등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포괄적인 일괄타결의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문제해결의 첫걸음은 신뢰구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북한은 미국과 주변국들이 한결같이 우려하는 우라늄 핵개발 및 연변핵 시설 재가동 우려를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해소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밝히는 한편, 미국은 중유공급 중단 등 제재조치 해소와 불가침 보장 등을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분명히 밝히는 작업이 선결되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핵개발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의 완전한 해소 , 대북 경제제재 해제와 미 일의 대북 관계개선, 한반도 정전체제의 해소와 평화협정 체결, 이를 지탱할 다자간 평화보장틀의 구축 등 한반도 위기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포괄적 평화보장방안 역시 논의되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포괄적 평화보장을 위해서는 한국정부를 비롯한 주변국이 참가하는 다자간 논의틀이 형성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6. 북 미 중 회담에 한국정부가 배제된 데 대한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시기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형식이든 북미 쌍방이 마주앉아 대화에 착수하는 일이다. 한국정부에게 요구되는 것은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위기적 국면을 평화적으로 연착륙시키기 위한 다층적이고 능동적인 외교적 노력이다. 어렵사리 시작된 대화국면을 본격적 협상국면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전략적 목표를 잃지 않는 유연하고도 실용적인 접근이 절실하다.

한국정부는 북 미 중 예비회담을 통해 다자간 논의틀이 형성되도록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과 아울러 남 북간 대화, 한 미 일 대화, 남한과 중 러 EU 등과의 조율 작업 등 다차원의 쌍무적 협의를 발빠르게 주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다자간 논의의 실질적 기반을 확보함은 물론 논의의 결과가 포괄적인 한반도 평화보장으로 귀결되도록 중재해야 한다. 한국의 당사자로서의 의미와 역할은 이러한 중재적 활동을 통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끝.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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