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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07.09.29
  • 476
제 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각계의 기대와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대한 관심은 이번 회담이 한반도평화체제를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지금 한반도는 반세기 이상 지속되었던 정전체제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끊임없이 한반도 위기를 재생산해왔던 적대적인 북미관계가 개선 움직임을 보이는 등 한반도와 동북아에 급격한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 불고 있는 이러한 평화의 훈풍을 타고 평화롭게 공존 공영하는 한반도를 건설하고자 하는 것은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온 한반도 주민들의 절실한 염원일 수밖에 없다. 분명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안보환경 변화에 비해 지체되어 있는 현실을 돌파하여 되돌릴 수 없고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밑그림을 그리는 소중한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대한다고 마냥 실현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객관적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극복해야 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펼쳐질 한반도 미래에 거는 기대들은 실현가능하지 않은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는 미래이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생각과 자세를 바꿀 때만 가능한 미래이다.

지금은 적대관계 아니면 동맹관계라는 냉전적 틀에 갇혀 오랫동안 스스로 제약해왔던 대외적 자율성과 평화적 존재방식에 대한 상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우선 서로를 향해 집중하고 있는 공격적 태세를 바꾸지 않고서도 남북 사이에 군사적 긴장완화나 남북관계의 전면적 개선이 가능한가, 나아가 한반도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이 가능한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분단과 전쟁 그리고 반세기 동안의 냉전의 경험은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군사적 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방식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들었다. 언제나 강조되었던 북한의 위협은 그들이 가진 실질적 능력보다는 의도만으로도 크게 부각되었다. 마치 ‘신화’처럼 변함없이 과장되었던 북한의 위협은 남한의 군비증강과 이를 위한 군사비 증액을 정당화하는 명분이 되었다.

군사력을 뒷받침할만한 경제력이 없는 북한은 과도한 병력 등 재래식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20~30%를 군사비로 지출하는 기형적인 국가재정 운용을 실시해왔다. 그러다가 미국의 적대정책과 남한과의 군비경쟁 속에서 북이 선택한 것이 바로 핵무기와 같이 값싼 비대칭 전력의 확보였다. 결국 적대와 대결이 가져온 것은 한반도 핵위기의 조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값비싸고 지난한 외교협상이었다.

남북의 과도한 군비경쟁의 부정적인 결과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군사적 대결은 국민들의 안보불안감을 끊임없이 조장하고 나아가 한반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비용을 군비확장에 투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남한의 국방비 증액은 스스로를 충분히 방어할 수 있으면서도 상대방의 침략의지를 억제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을 한참 넘어서고 있다. 매년 8-9%씩 증액된 국방비는 2007년 25조원에 이어 2008년에는 약 2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나치게 많은 병력 유지와 불요불급한 무기구매 및 개발에 따른 결과이다. 이 같은 군비증강은 향후 늘어날 복지수요나 사회적 안전망 관련 예산수요 등에 비추어 볼 때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남한이 북한에 대한 절대안보를 추구하고 주변국의 불특정 위협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군비를 쏟아 부어도 언제나 부족할 수밖에 없다. 방어위주가 아닌 공세적 방위전략을 채택함에 따라 대규모 군비투자를 하면서도 더 많은 군비증강을 필요로 하고, 미국과의 군사동맹에 여전히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군비경쟁의 악순환이 낳은 안보딜레마이다.

북한과 주변국의 위협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과도하게 군비증강을 지속하는 것은 결코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 아니다. 도리어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자극하고,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동북아의 협력안보를 구축하는데도 역행한다. 맹목적인 대미의존 심리를 극복하는 것도 요원하다. 이는 심각한 국력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한반도 평화번영을 꿈꾼다면 그 첫걸음은 남과 북이 서로를 겨냥하고 있는 총과 탱크를 거둬들이는 것이어야 한다. 남과 북이 평화롭게 공동 번영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그 무엇보다 군사적 대결과 긴장을 종식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서로를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군비경쟁을 지속하고, 그것이 또 다시 서로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도들은 정치군사적 안전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경제, 외교적 이익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남북이 군사적 신뢰조치를 통해 서로를 향한 공격적인 군사태세를 거둔다면, 이것은 평화의지를 서로 확인하는 것이자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조치가 될 것이다. 또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고 남북의 과도한 군비를 사회복지와 대북 개발지원 비용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남북경협 활성화나 북한의 인프라 제공 등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의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다.

나아가 한반도가 동북아 평화군축의 허브가 됨으로써 동북아 평화체제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수도 있다. 종속적인 동맹 중심의 대외정책에서 탈피하여 외교적 자율성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대결과 적대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군사안보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새로운 평화패러다임과 국가비전을 창조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만큼 확실한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의 길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박정은 (평화군축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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