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03-22   454

“파병동의안 부결시키는 데 총력 기울일 것”

암만 현지 이라크평화팀·한국 공동 반전평화 촛불대행진 참가자들 결의

전쟁중단과 파병반대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22일 오후 4시 종묘공원에서는 여중생 범대위와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이 주관하는 반전평화 촛불 대행진이 각 시민단체 활동가와 시민들 5000여명의 참가 속에 진행되었다.

이날 자리에는 김원웅(개혁국민정당), 김근태(민주당)의원 등이 참석해 오는 24일에 있을 임시국회에서 파병동의안을 부결시키는 데 앞장 설 것을 다짐했다. 요르단 암만 현지에 있는 이라크평화팀과 민주노총 전쟁반대 파견단과 함께 공동으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서 현지의 대표단들은 전화연결을 통해 한국정부의 파병을 반대하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 불태워지고 있는 부시캐리커처와 성조기

“즉각 전쟁을 중단하라!” “파병동의안을 폐기하라!” “살인공조를 반대한다!” 등이 연호된 이날 집회에서는 미국의 이라크전에 이어 한반도에 닥쳐올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첫 연설자로 나선 문정현 신부는 “미 제국주의는 무력으로 지구촌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지금은 이라크를 파괴하고 있지만 내일은 우리쪽, 북쪽에 폭격이 날아들까 두렵다”며 “하지만 전쟁을 반대하는 지구촌 민중들의 목소리 중에 하나로 일어선 우리는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정부의 파병결정과 관련, “영국의 블레어 총리를 사람들은 부시의 푸들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똥개한마디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으려 하는가. 미국이 주는 빵 부스러기를 받아먹으면서 어떻게 세계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미국에 할말은 하겠다고 약속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에게 거짓말하고 배신하면 안 된다. 파병을 철회하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 이날 대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파병동의안 부결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이날 여야의원들의 참석은 24일 임시국회 파병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져 눈길을 끌었다. 현재 파병동의안은 21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와 국회 국방위에서 각각 심의·의결, 통과된 상태다. 이날 자리에는 김근태, 김영환, 김경천, 심재권(이상 민주당), 김원웅(개혁국민정당), 서상섭(한나라당)의원이 참석했다.

의원들을 대표해 김원웅 의원은 이날 자리에서 미국에 대해 “그들이 내세우는 자유의 여신상은 약탈의 마녀상이 될 것”이라고 맹비난 했다. 그는 “부시가 7월 한반도 전쟁설을 유포하고 있다. 오늘은 바그다드지만, 내일은 서울이, 평양이 (부시의) 놀이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한반도평화와 한미동맹 중에 하나는 선택해야 한다면 동맹관계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평화는 그 어떤 것에 우선한다”며 “월요일에 파병동의안을 부결시키는데 여야의원들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자리에 참석한 민주노총 유덕상 위원장 직무대행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가리켜 “전쟁이 아닌 살육이자 살인만행”이라며 “아무리 성능 좋은 미사일이라도 명중률은 70%에 그친다. (미국은)앞으로 1,500발을 이라크에 더 퍼부을 계획이라는데 오폭이 될 450발에 전체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15세 미만 아이들이 어떻게 되겠는가. 부시는 피에 굶주린 드라큘라다”라고 격분했다.

▲ 이날 대회에 참석해 전쟁중단을 함께 외친 이주노동자들의 모습

집회가 시작된 지 한시간이 지난 5시께 이날 요르단 암만의 이라크평화팀과 민주노총대표단 중에 각각 한 명인 오김숙이 씨와 김형택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현장에서 연결된 전화로 파병결정과 지지입장 철회를 촉구했다. 요르단 현지에서도 반전평화 집회를 동시에 진행한 이들은 “우리는 전쟁을 막기 위해 왔지만 전쟁은 시작되었다. 막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교활한 침략자의 진실을 죽어가는 이의 눈으로, 여성과 아이의 눈으로, 침탈 당하는 자의 눈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결의를 전했다.

▲ 시민들이 대형플래카드에 각자의 생각들을 담고 있다.

이밖에 이날 집회에는 유정고 밴드의 정윤경 씨와 꽃다지의 노래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또한 집회 참가자들이 부시의 캐리커쳐와 성조기를 불에 태우고 대형 플래카드에 각자의 생각을 담았다.

시민들은 “나쁜 부시, 전쟁 좀 그만해!” “더러운 전쟁에 노정권은 부역을 중단하라!” 등의 문구를 적어 넣었다. 또한 이날 집회에는 이주노동자들과 외국인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한 이주노동자는 플래카드에 아랍어와 영어로 “부시는 당장 전쟁을 중단하라”고 적었다. 호주에서 온 그랙(32)씨는 “부시는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개발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의 목숨을 가지고 노는 오만함을 보이고 있다”며 “전쟁이 어서 중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의 더스틴(31)씨 역시 “전쟁이 시작되어서는 안되었다, 대화로써 풀어야 했다”며 전투병을 파병한 자국정부에 대해서도 “반전을 내세우는 주변국가들과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6시께 광화문 촛불시위에 합류하기 위해 종묘공원을 출발, 행진에 나선 대회참가자들은 도중에 행진을 막아선 경찰과 15분 정도 대치상태를 이뤘지만 경찰대열이 풀리자 곧 촛불시위에 결합할 수 있었다. 촛불시위에서도 시민들의 파병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계속됐다.

▲ 종묘공원에서 촛불시위를 위해 광화문으로 행진하고 있는 참가자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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