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20-04-28   1872

[GDAMS 연속기고 ③] 지구가 불타고 전염병이 돌고 있다

4월 22일부터 4월 29일까지 한국에서 2020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캠페인이 진행됩니다.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은 매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세계 군사비 지출 보고서 발표에 맞춰 군사비를 줄이고 평화를 선택할 것을 각국 정부에 촉구하는 국제캠페인입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위기와 인간 안보에 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비를 줄여 공공의료 확대, 사회안전망 구축,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는 연속 기고를 진행합니다. 

 

① 첨단무기 쓸모 없다, 그 돈 사회안전망에 써라 

② 과학자들의 무서운 경고, 코로나보다 더 큰 위협 온다

③ 지구가 불타고 전염병이 돌고 있다

④ 평화세우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지구가 불타고 전염병이 돌고 있다

[2020 세계군축행동의 날 ③] 군사주의와 환경비용 

신수연 (녹색연합 활동가)

 

 

▲ 부평 미군기지 다이옥신 오염에 항의하다 ⓒ 녹색연합

 

 

얼마 전 군사기지로 인한 환경 비용 문제가 거론된 바 있다. 50억 달러(6조 원)로 방위비 대폭 증액을 요구한 미국에 대한 협상 카드로 최근 반환받은 미군기지 오염 정화 비용을 내세우자는 것이다. 최근 반환받은 원주·부평·동두천의 4개 미군기지의 정화 비용은 정부 추산 약 1140억 원이다. 

 

하지만 군사기지로 인한 환경 비용이 이것뿐일까. 최근 4개의 미군기지뿐만 아니라 그동안 반환받은 대부분의 미군기지는 기름과 중금속, 독성물질에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 2007년에 반환받은 미군기지 17개를 정화하는데 2100억 원이 지출되었으며 반환이 지연될수록 정화비용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군사기지에서 공원, 학교, 공공부지 등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더 큰 오염원이 발견되는 일도 흔하다. 이외에도 공론장에 드러나지 않는 일상적이고, 사후적인 환경 피해도 주목해야 한다. 

 

군용기의 이착륙과 사격훈련으로 인한 소음·진동 피해는 심각하지만, 민간공항과 달리 관련 법률이 없어 전국 곳곳의 군부대 주변 지역 피해 주민들은 그동안 국가를 상대로 3년에 한 번씩 손해배상소송을 해야 했다. (2019년 11월에서야 군 소음 관련 법률이 제정되었다) 환경 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지어지는 각종 군 시설, 기름 유출로 인한 토양·지하수 오염, 실탄 포격으로 인한 중금속 오염 및 오격 사고, 생화학무기 실험 등등. 이로 인한 주민 불안, 교육 및 주거환경 악화 피해는 광범위하다. 한국은 국토 면적이 작고 토지이용률이 높아 주거지역과 가까운 기지가 많다.

 

▲ 2018년 전세계 핵무기 비축 현황 ⓒ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이것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의 모든 군대가 부대관리와 전투력 유지를 위해 석유류 저장시설을 보유하고, 차량 및 전투기 정비, 사격장 운용, 무기 연습 및 훈련을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오염물질을 보관하고 폐기한다. 지구를 여러 번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역시 세계 곳곳에 있다. 국가들 사이 자신의 지배력을 입증하려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수소폭탄, 네이팜탄, 확산탄, 열화우라늄탄, 각종 생화학무기와 무인공격기 등 점점 강력한 무기가 개발되고 있다. 

 

2020년 한국 국방부 예산은 50조 1527억 원이 편성되었으며, 이 중 주로 무기 체계 획득에 쓰이는 방위력개선비는 16조 6804억 원에 달한다. 세계 국방비 지출 상위 10위 내에 든다. 전 세계 비축된 핵무기의 90% 이상은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으며, 미·영·프·러·중 등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주요 무기 수출국(점유율 73.2%)이기도 하다.

 

“세계인들을 전쟁으로부터 구하고 인권을 존중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약소국과 강대국 구분 없이 평등하게 인간을 대한다”는 유엔 헌장을 떠올려보라. 전쟁을 중지시키고 평화를 추구해야 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무기를 팔아 전쟁과 전쟁 준비에서 이득을 얻고 있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올 초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우리의 집이 여전히 불타고 있다”며 기후변화를 막을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그렇다. 집이 불타고 있다. 지구가 불타고, 전염병이 돌고 있다. 그런데 지혜를 모아 위기를 넘겨야 할 상황에 여전히 한편에서는 집을 더 잘 태우고 파괴할 가연성 소재(무기)를 비축하고 치사율 높은 바이러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런 세상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예산과 시간과 에너지를 우리 스스로와 지구를 살리는 데 쓰자.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 https://bit.ly/2zwOi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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