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8-06-23   1498

국회, 근거도 평가도 없는 레바논 PKO 파병연장안 부결시켜야



「국군부대의 유엔레바논 평화유지군 파견연장 동의안」에 대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의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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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연장의 근거 및 활동 평가 부재한 정부의 파병연장 동의안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01호 이행 및 PKO 활동 실효성에 심각한 의문
국회, 정부의 설득력 있는 근거자료 요구하고, 그렇지 못하면 파병연장안 부결시켜야

지난 5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된 「국군부대의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파견연장 동의안」(이하 UNIFIL 파견연장 동의안)이 국회의 심사와 비준동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UNIFIL 파견연장 동의안 역시 지난 아프간, 이라크 파견 때와 마찬가지로 그 내용과 절차에 있어서 유사한 문제점들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구갑우)는 이번 UNIFIL 파병연장 동의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히는 바입니다.

1. 파견연장의 근거도 평가도 없는 파병연장 동의안

 정부가 제출한 UNIFIL 파견연장안에 따르면 한국군 파병의 목적을 ‘레바논 사태의 안정화와 중동지역의 평화 달성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며, 유엔의 요청에 따른 유엔안전보장 이사회 결의안 1701호를 이행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2006년 국회에서 통과된 UNIFIL 파견동의안의 서술과 거의 일치하는 것입니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UNIFIL 파견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 적어도 한국군 파견 연장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기본 자료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한국군의 파견 연장을 검토하기 위해 국민과 국회가 당연히 알아야 할 정보, 즉 지난 1년 동안의 한국군 임무 수행과 레바논 평화정착 기여활동에 관한 평가, 유엔레바논 평화유지군의 전체적인 역할 및 활동 평가, 현지 정세와 치안 상황 등을 완전히 누락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파병 때와 달리 한국군 역할이 일부 변경되었는데도 이에 관한 설명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국군은 UN 안보리 결의안 제1701호에 의거하여 휴전 감시, 비무장 완충지대 설치 지원, 인도적 구호 지원 등을 주요 임무로 한다고 밝혔었는데, 이 번 UNIFIL 파견연장안은 작전지역에 대한 감시정찰과 검문소 운용, 레바논군 협조 및 지원 등을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레바논 파병 당시 정부는 휴전 및 비무장 완충지대 관리나 인도적 구호 지원 등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 그리고 레바논군 사이에서 비교적 중립적이고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인도적 지원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파견연장안에서 적시한 레바논군 지원, 감시정찰 및 검문소 운용 등의 활동은 헤즈볼라를 비롯한 레바논 남부 무장세력들과의 직접적인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임무일 수 있습니다. 이는 중대한 임무 변경임에도 정부는 변경의 사유나 이에 따른 위험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8일, 정부의 UNIFIL 파견연장 동의안 제출과 관련하여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정부에 국무회의 심의를 위해 제출되었던 자료 공개를 청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가 국무회의 심의자료라면서 보내 준 것은 UNIFIL 파견연장 동의안뿐이었습니다. 그 외에 다른 자료가 존재하는지, 자료가 비공개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습니다. 이 같은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국무회의에서 다루었던 자료로는 UNIFIL 파견연장 동의안이 전부였으며, 국무위원들은 아무런 근거 자료 없이 파병연장을 의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헌법은 한국군의 역할을 국가방위로 한정하고 있으며, 군의 해외파병을 국회동의 사안으로 두어 무분별한 해외파병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아프간, 이라크 파병 때와 마찬가지로 수백 명에 달하는 한국군을 파병하는 국가 중대사를 추상적인 목적조항과 유엔의 요청이라는 명분을 강조하며 매우 손쉽게 처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 UNIFIL 파견연장 동의안은 한국군 파견의 성과와 활동에 대한 평가, 중요한 변경 내용에 대한 설명이 누락되는 등 전체적으로 내용이 부실하고 무성의하게 제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토록 내용이 불충분하고, 파견여부를 판단할 근거조차 없는 의안만을 보고 어떻게 정부가 국회의 심의를 요구할 수 있는지, 국무위원들은 어떻게 파견연장을 결정할 수 있었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국회는 파견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정부에게 파병 관련한 사실 및 정보들을 구체적이면서도 소상히 국회와 국민들에게 보고하도록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결코 이러한 수준의 동의안을 그대로 추인해서는 안됩니다.

2. UN 안보리 결의안 1701호 이행 및 평화유지활동의 실효성 의문

한국군의 파견 연장에 있어 중요한 판단의 근거는 파병의 실효성 확인여부 일 것입니다. 관련하여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701호 이행에 대한 사무총장 보고서’(2006)의 내 용은 UNIFIL의 실효성에 많은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크게 이스라엘군의 철수 불이행과 레바논 영공 침범행위 도발 지속, 헤즈볼라를 비롯한 국내외 출신 무장그룹 해제 및 주변국 시리아, 이란 등과의 무기 밀거래 중지 실패, 양측 포로교환과 같은 인도주의적 사안 미해결 등 UNIFIL의 활동이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철수 불이행, 레바논 영공 침범행위 도발의 지속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조속한 철군을 촉구한 유엔안보리 결의안 1701호가 이행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하고 있는 셰바팜스 지역과 가자르(Ghajar) 지역 부근에서 블루라인을 넘어가는 사람들이 이스라엘군에게 붙잡히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였습니다. 또한 레바논 영토 가자르 지역을 지나던 민간인 2명이 이스라엘군에게 공격을 받아 한 사람은 숨지고 나머지 한 사람은 레바논 군시설에 구금당해 조사를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의 전투기와 무인항공기가 수시로 레바논 영공을 넘어오고 있으며, 블루라인 북부 및 가자르 마을 인근 지역에서 확인되는 이스라엘군의 주둔 규모나 군사활동은 도리어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2006년 UNIFIL이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레바논 침공을 감행했듯이 UNIFIL의 확대파병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도발행위는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01호가 명시한 레바논의 영토 보전, 주권,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모든 관련 협정들에 대한 지지와 이스라엘군의 철수 노력 등이 전혀 준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헤즈볼라 등 레바논 무장그룹의 해제 및 주변국과의 무기 밀거래 중지 활동 실패

한편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장거리 로켓 1만 개, 단거리 로켓 2만 개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리타니강 근처에서 새로운 군사시설 건설 및 군사훈련을 감행하고 있다고 UNIFIL에 항의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레바논 영공 침범 행위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이 같은 이스라엘의 주장에 대해 헤즈볼라측도 자신들의 재무장화를 부인하지 않는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애초 예상되었던 대로 헤즈볼라를 비롯한 레바논 무장그룹의 해제 및 주변국과의 무기 밀거래 중지라는 UNIFIL의 임무수행이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포로석방 등 인도적 문제 미해결, 이스라엘의 지뢰지도 미제공

또한 보고서는 인도주의적 문제해결에 있어서도 전혀 진전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2006년 7월 레바논 공격의 명분이 되었던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2명의 납치문제에 대해서도 헤즈볼라는 양측의 포로석방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이스라엘 측의 석방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부 UNIFIL이 레바논 남부 지역에 다량의 지뢰와 집속탄 제거 활동 등을 대표적인 성과라고 언급하지만 사실상 이마저도 이스라엘로부터 지뢰지도를 넘겨받지 못하면 완전 제거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이스라엘은 자위권 보장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수십만 개의 지뢰를 레바논에 매설해 놓았는데,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유엔 결의안 1701호 제8항 하위조항 중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현재 남아 있는 지뢰지도를 유엔에 제공한다”는 조항을 준수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들은 결의안 1701호 내용들 대부분이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 양측에게 그 어떤 구속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UNIFIL의 현 평화활동은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의 적대행위를 중지시키고 평화정착에 제대로 기여하는 데 무능력함을 입증해 주는 것입니다.


3. UNIFIL 겨냥한 공격 빈번, 군부대 안전 문제 무시

2007년 이후 UNIFIL을 겨냥한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세 차례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먼저 2007년 6월 24일 UNIFIL 스페인 군 6명이 폭탄 테러로 사망했는데, 지금까지도 테러범이 누구인지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2007년 7월 16일 탄자니아인이 타고 있던 차량에 대한 공격이 있었으며, 고속도로 위에서 UNIFIL 차량을 표적으로 한 원격조종 매설폭발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 2월에는 이스라엘군이 UNIFIL을 조준했던 사례가 적발되기도 하고, 비슷한 시기에 UNIFIL 차량이 레바논 민간인들에게 수 시간 동안 납치된 사례가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헤즈볼라 무장세력과 이스라엘군 양측 사이에서 유엔 결의안 1701호에 따른 완충지대(블루라인, Blue Line) 관한 준수사항을 위반하는 행위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 밖에 2007년 10월 15일 로이터 통신은 한국군 동명부대가 주둔한 티르지역 부근에서 UNIFIL을 공격하려는 무장조직이 적발되었다는 보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한국군 역시 UNIFIL 주둔을 반대하는 무장세력들에 의한 공격위협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레바논 남부의 무장갈등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01호에 대한 양측의 준수 의지도 크지 않기 때문에, UNIFIL 부대가 교전상태에 휘말리거나 공격의 표적이 될 가능성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습니다. 갈등 당사자들의 UNIFIL에 대한 인식이나 현지 정세, 안전성에 대한 검토 없이 무장갈등이 벌어질 수 있는 지역에 무작정 한국군을 파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4. 파견연장에 대한 국민적 여론 수렴 생략

정부는 지난 UNIFIL 파병 당시처럼 이번 UNIFIL 파견연장안도 국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군의 해외파병 문제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함에도 국회 공청회조차 없이 파병을 강행했던 정부는 이번 파병연장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의견을 묻거나 수렴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파병 한국군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손쉽게 생략하고 있는 것도 국민들에게 파병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국민들의 의사를 묻고자 하는 의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정부는 PKO 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정보접근을 차단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식으로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한국군 파병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와 불신만 초래하고 있습니다.

 

결론

정부가 제출한 UNIFIL 파견연장 동의안의 내용은 왜 한국군의 레바논 파병이 연장되어야 하는지 그 근거가 매우 부실하거나 아예 누락되어 있습니다. 정부가 국회의 동의안 심사를 한낱 요식행위처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울 정도입니다. 따라서 국회는 정부의 파견연장안을 맹목적으로 추인할 것이 아니라 가장 필수적인 내용조차 부재한 파병연장 동의안을 제출한 정부의 태도를 엄중히 따져 묻고 한국군의 역할과 성과에 대한 평가보고서부터 제출할 것을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파병연장의 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국회는 당연히 이번 레바논 파견연장안을 부결시켜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레바논의 현지상황은 좀처럼 안전을 낙관할 수 없고, 애초 형평성과 공정성 시비가 있었던 안보리 결의안의 이행이나 UNIFIL 활동의 실효성도 거의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UNIFIL을 겨냥한 교전상황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레바논에 특공대 위주의 군대를 파견하는 것이 평화정착을 위한 가장 적절한 방안이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라크, 아프간에서와 마찬 가지로 레바논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인도적 구호나 민간차원의 평화정착 노력에 대한 지원은 거의 고려하지 않고 외부의 요청(미국, 유엔)에 따른 군대파병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가 국제분쟁이나 무장갈등에 대한 개입의 원칙과 한국의 국제평화 기여방안에 대해 시민사회와 폭넓게 소통하고 논의하기를 기대합니다. 갈등과 분쟁은 사후처리가 아니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분쟁의 해결방식도 비군사적인 방안이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왜 그러한 분쟁이 발생했는지 깊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며, 분쟁의 해결을 위한 정치외교적 협력과 인도적 지원이 정책의 우선  순위에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질 때 한국의 국제평화에 대한 기여는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 성과와 국제사회에 ‘보여주기’에 급급해하고, 해당 분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군대파견 중심으로 사고하고, 파병에 대한 평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정부의 파병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회 역시 한국의 국제평화 기여방안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모색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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