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06-11-07   1097

북한의 핵실험 : 동기, 함의, 그리고 미국의 선택지(CRS 보고서, 2006. 10. 24)

CRS보고서.pdf북한 핵실험의 동기

북한 같이 불투명하고 베일에 싸인 나라의 정책 결정 동기를 알아내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만 분석가들은 북한이 왜 지금 핵실험을 했는지에 대한 몇 가지 동기를 설명했다. 대외정책에 관한 많은 정책결정처럼 그 계산에는 여러 요소들이 결합됐을 것이다.

○ 북미 양자대화를 이끌어내려는 시도

일부 분석가들은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확보하고 더 많은 지렛대를 얻어내기 위한 절박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관리들은 6자회담이라는 다자협상이 열리면 대부분의 시간을 북미 직접대화에 할애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부시 행정부는 6자회담 밖에서 북한과의 직접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북한 관리들과 누구보다 접근이 용이한 아시아 전문가 셀리그 해리슨(미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고위급 관리들이 지난해 9월 6자회담에서 결론내린 비핵화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양자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워싱턴포스트 9월 10일자 기고문). 이같은 주장은 경제적·외교적 보상을 대가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겠다는 북한의 의도가 진심이라는 가정 하에서 나오는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북한의 의도는 시험대에 올라야 한다.

2005년 9월에 나온 “원칙에 관한 공동성명”(9.19공동성명-옮긴이)은 협상에 의한 해결로 가는 뚜렷한 경로에 대한 윤곽을 그린 기초적인 협의로 여겨졌다. 공동성명에서 6개국은 한반도의 평화적인 비핵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포기와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복귀에 대해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에너지와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북미 양국은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합의했고, 이 때에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어떤 분석가들에 따르면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수립하자는 약속은 북한 대표단의 핵심 과제였다.

○ 체제안전 보장 시도

핵실험은 북한 체제가 갖고 있는 깊은 불안감, 한국전쟁 이후 수세대 동안 이어져 온 미국의 공격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에 의해 ‘악의 축’ 국가로 지목된 후 북한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부터 교훈을 얻었을 수 있다. 이라크가 핵무기를 확보하고자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의 표적이 됐다는 것이다. 북한의 전략가들은 핵 능력을 개발하고 증명하는 것이 미국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북한은 또 1998년 핵실험을 했던 파키스탄과 인도의 경우처럼 국제사회가 처음에만 자신들을 비난할 뿐 시간이 지나면 핵을 보유한 북한이라는 현실을 그냥 두고 볼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2003년 미 중앙정보국(CIA)은 상원 정보특위에 제출한 평가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핵실험을 한다면 핵보유국으로서 북한의 지위를 세계에 증명하는 것이고 핵을 비축하는 것은 정권의 국제적인 위상과 안보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김정일의) 인식을 나타내는 것이다.”

○ 북한의 국내 정치적 요소

북한과 같은 비밀 체제에서 (핵실험을 해야 한다는) 국내적인 압력을 가늠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지만, 핵실험은 정권 내 강경파들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부분적으로 실패한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때부터 북한의 군부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자신들이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압력을 가해 왔을 수 있다. 황폐한 나라인 북한에서 지도자 김정일이 권좌를 지키기 위해서는 군부의 지지를 유지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반기문 외교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이 되면서 한국이 국제적으로 광범위한 인정을 받음에 따라 북한도 스스로의 위상을 제고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 또 하나의 국내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1945년 분단 이래 남북한은 정통성 경쟁을 해 오고 있다. 그 경쟁의 많은 부분은 두 나라 모두를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유엔을 무대로 이뤄지고 있다.

○ 기술적인 동기

플루토늄탄이건 고농축우라늄탄이건 폭발물의 설계를 확인해 보는 데 있어 핵실험은 중요한 절차라는 게 대부분의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2003년 CIA는 북한이 오랫동안 고폭실험을 해 왔기 때문에 핵폭탄의 능력을 입증할 핵실험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었다.

북한이 파키스탄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으로부터 중국의 고농축우라늄탄 설계도 사본을 받았다 하더라도 핵 전문가들은 그걸 시험해보고 싶어 했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현재 고농축우라늄을 확보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보다 가능성 있는 것은 북한이 스스로 만든 설계도이건 해외에서 들여온 것이건 플루토늄을 이용한 폭발물을 시험해보고 싶어 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몇몇 언론들은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그 폭발물이 플루토늄탄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폭발의 위력이 작았다는 사실로 볼 때 북한이 더 정교하게 설계된 폭탄을 시험하려 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같은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또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한번의 핵실험으로는 북한이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지를 알 수는 없다. 그 폭발물이 원하는 폭발력을 보이지 못했을 경우 북한 과학자들은 무기의 설계를 향상시키기 위해 핵실험을 또 하고 싶어 할 것이다.

미국의 목표와 정책 옵션

미국 대북정책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고 미국 본토나 동맹국들의 영토에 대한 북한의 공격을 막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미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협이다. 이 목표를 완수하기 위한 방법론을 두고 부시 행정부는 협상을 통해 북한의 행동을 통제해 나가자는 편과, 북한 정권을 약화시켜 붕괴되도록 해야 한다는 편으로 양분돼 있는 상태다.

6자회담을 통해 미국의 목표를 완수하기란 매우 까다로운 노릇이다. 관련국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북한을 두고 다른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가장 유사한 목표를 가진 나라는 일본이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가 안보를 지켜내고 납치당한 일본인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일본의 목표다. 중국과 한국에 있어서는 정치적 불안과 경제적 위협을 불러올 수 있는, 북한 정권의 붕괴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래서 양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 정책에 협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북한의 핵 실험으로 중국과 남한 정부가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나섰지만, 북한의 붕괴를 막는다는 두 나라의 궁극 목표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아래 제안될 선택지들이 모든 것을 망라했다고 자신하기는 어려우나 가능한 대안의 범위들을 살펴볼 수는 있을 것이다. 미국이 취해야 할 접근법들은 몇 가지 다른 전략적 요소들과도 결합돼야 할 것이다.

○ 현상유지

최근 부시 행정부가 펼치는 대북정책의 기본 방향은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포기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북한 정권에 외교적, 경제적 압력을 복합적으로 구사하는 정책이다. 미국 관리들은 북한의 핵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 그치지 않고 북한의 인권과 위폐문제 등 국제적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통제를 가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대북 협상파와 대북 제재파로 나뉘어 있는 탓에 때때로 북한에 대한 정책 결정 과정이 마비되는 일이 생긴다는 비난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대북정책을 두고 행정부가 의견 합치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를 중동 문제, 테러 등의 이슈에 북한 문제가 밀려 난 현실을 반증하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 핵보유국으로 인정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을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문을 걸어 잠근 나라로 여기며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래서 일부 안보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북한을 ‘핵클럽’에 끼워주면 자연스럽게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핵 비확산과 관련한 다짐도 요구받게 된다. 미국은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고위관리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은 ‘참을 수 없는(intolerable)’ 혹은 ‘용납할 수 없는(unacceptable)’ 사안으로 공공연히 얘기되고 있는 만큼 행정부가 이와 같은 접근법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이 파키스탄과 인도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동맹을 삼은 것은 이들 나라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관리들 사이에는 북한은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적(敵)’인데 어떻게 핵무기를 갖는 것을 인정해 줄 수 있겠냐는 생각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게다가 북한은 파키스탄이나 인도와 달리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가 이를 박차고 나간 전적도 있다.

○ 북미 양자회담

협상파들은 미국이 북한의 오랜 요구사항인 북미 양자회담을 수용하고 북핵 해결을 위해 좀 더 상호호혜적인 접근법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유예하고 플루토늄을 동결한다면 북미간의 관계정상화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북한이 자신들이 가진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나선다면 금융제재 해소나 자원 원조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지우는 것도 검토 가능하다. 이는 작년 6자회담에서 도출된 9.19공동성명의 정신과도 유사하다 거기에는 양자회담 부분이 빠져 있었다.

협상파들은 미국이 강압적인 대북 정책을 펼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나, 하려고만 든다면 북한과 협상을 통해 모종의 합의를 만들어 내는 식의 긍정적인 레버리지에는 한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지가 있다고 믿거나 미국이 양자회담에 나선다면 다른 유관국들에도 신뢰를 줘 다자회담의 영향력이 배가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이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 텐데 부시 행정부가 이 방법을 선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양자회담을 한다면 북한 정권이 취할 수 있는 이득이 더 많아질 수 있고 이는 북한의 ‘나쁜 행위’에 대한 잘못된 보상으로 북한의 ‘반항적인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양자협상을 통해 보상을 극대화하고 미국 관리들이 김정일에게 ‘평화를 구걸하는’ 모습을 보이게 하는 것이 바로 북한의 노림수라고 볼 수 있다.

○ 6자회담을 통한 외교 계속

(※보고서 작성 시점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발표되기 전이었다-옮긴이)

북한의 핵실험 이후 일부 전문가들은 끝내 6자회담이 ‘협상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의 주요 관리들은 최선의 해법으로 여전히 다자회담을 거론하고 있다. 작년 11월 이후 북한의 참여 거부로 6자회담이 공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유관국들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공동의 대응책을 심각하게 논의해 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안을 결의함으로써 전 세계가 제재에 동참케 됐지만 그래도 가장 밀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고 최대 협상력을 지닌 것은 6자회담 당사국들이다.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서로의 전략을 조화시키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관건은 북한이 협상장으로 복귀한 이후에도 한국과 중국의 대북 제재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초기 위기감이 가라앉은 뒤에도 한국과 중국이 엄격한 자세를 유지토록 하는 것을 최대 과제로 꼽으며 중국과 한국이 군사행동 위협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6자회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은 외교수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약속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경제적-법률적 압박 강화

6자회담이 진행되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외교적 과정이 변화됨에 따라 북한 정권을 제재하기 위한 부시 행정부의 전략도 발달해 왔다. 초기 목표는 북한의 정권을 유지케 하고 무기 개발을 가능토록 한 현금과 물자의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이 제재만 강화해도 김정일은 위협을 느끼고 협상장으로 돌아올 것이다. 중국과 남한이 동참한다면 북한 정권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너무 쥐어짜면 북한이 돈 벌이를 위해 핵무기나 핵물질을 다른 나라에 팔아넘길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북한의 최대 돈벌이 수단은 화폐 위조나 마약 밀수라고 주장한다.

▶ 경제적 수단

작년 9월 이후부터 미국은 북한을 금융가에서 고립시켜 왔다. 당시 행정부는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가 북한의 돈세탁과 위폐 유통 등에 관련돼 있다고 파악했다. BDA 계좌가 동결되고 미 재무부가 북한 기업들과 거래하는 은행은 대량살상무기나 핵 개발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결과, 중국 본토 은행을 비롯한 세계 여러 은행들이 북한 기업과의 거래를 유예해 왔다.

미국의 금융 레버리지를 전 세계 금융 기관에 활용하는 것은 곧 미국이 북한 정권을 쥐어짤 수 있다는 뜻이다. 대북 금융압박 강화를 위해 행정부는 BDA 외에 중국 본토에 있는 은행 하나를 골라 추가 제재할 수도 있다. 또 미 행정부가 그동안 무언의 경고를 해 온대로, 미국 은행들이 테러리즘이나 불량국가들과 연계된 그룹들과 조금이라도 연계가 있는 금융기관들과는 거래를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명시적으로 취할 수도 있다.

▶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의 강화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PSI 강화를 고려해 볼 수 있다. 2003년 시작된 PSI는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물자나 기술 이동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북한이나 이란 등 ‘요주의 국가’들을 드나드는 선박을 검문검색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결의안 1718호는 PSI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회원국들에 화물을 차단하거나 압수하는 등의 권한을 허락하지는 않았다. 결국 PSI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그 권한에 대한 언급은 피해 나간 셈이다.

북한 인접 지역에서는 일본이 유일하게 PSI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10월 10일 사안별 참여를 발표했고, 중국은 거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중동의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화물통제권을 넘겨주는 구상에 동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동북아 패권을 두고 다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서도 PSI를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중국이 계속 PSI 동참을 거부한다면 해당 지역 다른 나라들도 덩달아 참여를 꺼릴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과 안보리의 제재 결의 덕분에 역내 국가들의 PSI 합류를 더 쉽게 만드는 정치적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 비군사적 수단에 의한 정권교체

현 대북 정책에 이미 북한 정권 교체를 노리는 요소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미국이 6자회담을 포기하고 이 정책을 공식 채택하고 북한 정권 허물기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다. 북한 정권을 직접 겨냥할 수도 있고 북한 경제의 붕괴를 통해 달성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이 공식화된다면 대북 경제 지렛대를 갖고 있지 않은 미국으로선 중국과 한국의 대북 지원과 경제협력을 중단토록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 중국과의 분열이 확대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법적, 경제적 수단의 일환으로 북한의 최고위층에 흘러들어가는 물자와 돈을 차단한다면 김정일 정권을 지지하던 이들을 압박할 수도 있다. 여기에 중국과 남한이 가세한다면 김정일 정권이 붕괴하거나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일부 논자들은 미국이 남한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중단을,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는 ‘하나의 중국’ 정책 재고와 경제관계 축소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접근법은 미국과 남한·중국과의 관계를 상당히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중국은 세계경제의 주요 축이며 한국에는 3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 간 관계가 유착될수록 동북아에 이미 존재하는 긴장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고 미국과 남한·중국 간 관계가 눈에 띄게 악화되면 이 지역의 ‘불안한 평화’가 깨질 우려도 있다. 이 경우 동북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더 이상 안정자로 간주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심한 압박은 북한으로 하여금 테러리스트 단체 등에 핵을 확산토록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 군사적 조치

직접 행동에서부터 위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안이 있으나 전면 침공의 경우 북한의 대한, 대일 보복 가능성, 중국 대응의 불확실성, 미 군대의 부담, 전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지난 1993년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군사 행동을 상정하면서 추정한 바로는 북한을 전면 침공할 경우 미군 희생자가 5만2000명, 남한군 희생자가 50만 명에 이를 것이며 일반 시민의 희생은 꼽을 수도 없을 것으로 나타났다. 핵시설만 공격하는 ‘외과수술식’ 타격도 완전 성공할 수는 없다. 북한 시설이 거의 지하에 있는데다가 추가 핵시설의 소재에 관한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맞대응에 나설 경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위험 요소의 하나다.

이에 저명한 논자들 다수가 ‘북한의 핵물질 이전 시 직접 보복’ 위협을 가할 것을 주장하지만 테러집단 등이 핵을 입수하더라도 ‘현재로서는 그게 북한 한 곳에서만 공급된 것인지’를 100%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이 과연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느냐는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 제한적 철수

일부 논자는 미군의 부담이 너무 크고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미군 부족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고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안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주도권을 중국을 비롯해 동북아 역내 국가들에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잠재적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 다른 아시아 지역엔 미군을 유지하고 해·공군력을 증강하더라도 동북아의 지정학적 정세가 크게 변모할 것이다. 즉 북한 문제에 대한 주도권 할양은 한반도가 통일되거나 다른 지정학적으로 의미 있는 사태 전개 시 새로운 지역질서 결정 과정에서 미국이 우위권(dominant stake)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프레시안

CRS보고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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