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6-30   1155

미국의 기만적인 이라크 민정이양에 대한 우리의 입장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은 30일 오전 11시 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 김선일 씨 피납의혹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고, 기만적인 민정이양 대신 이라크에서의 완전한 철수가 이라크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임을 주장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미국의 기만적인 이라크 민정이양에 대한 우리의 입장

1. 미국은 지난 28일 마치 도둑고양이처럼 바그다드 내 이른바 `그린 존’의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 본부에서 이라크에 민정 이양식을 가졌다. 그러나 이양된 것은 허울뿐,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종식되지 않았다.

2. 연합군정청(CPA)은 해체되었고, 임시정부가 대외적으로 이라크를 대표하게 되었지만 진정한 권력은 임시정부 각료나 이라크 과도국민위원회(INC)가 아닌, 1700명의 직원을 가지게 될 미대사관이 행사할 예정이다. 이라크를 지배하고 있는 13만명의 미국 주도의 연합군의 지위나 역할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다만 명칭만 연합합동사령부(CJTF7)에서 다국적군사령부(MNF)로 바뀌었을 뿐 이들에 대한 미국의 지휘체계는 바뀌지 않았다. 미군 스스로도 미군 주도 연합군 지위에 관해서는 어떤 새로운 합의도 없다고 밝히고 있고 미군의 치외법권적 지위도 변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경제정책과 재건사업에 대한 미국의 배타적 영향력 역시 한 치도 줄어들지 않았다. 요컨대 이라크 임시정부는 미국이 이라크에 가져온 폭력과 혼란, 점령과 지배를 정당화할 책임을 부여받았을 뿐, 진정한 의미에서 이라크 주권을 넘겨받지는 못하였다.

3. 더욱이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인물들은 이라크 전쟁 이전부터 미국에 협력하여 이들로써, 이라크 국민들로부터 전혀 지지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이라크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따라서 이라크를 통치할 수도 없다. 그들은 그들의 존재조건으로 인해 더욱 미국과 점령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꼭두각시들이다. 따라서 허울뿐이나마 권력을 넘겨받은 것은 결코 아랍어를 사용하는 미국인들이지 이라크 국민들이 아니다.

4. 1년 여에 걸친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이라크 국민들에게 후세인 통치의 악몽보다 더 끔찍한 폭력의 악순환과 일상화를 가져왔다. 석유자원과 아랍패권을 위한 미국의 이라크 침략은 이에 대한 전 아랍세력의 반발과 저항을 불러왔고, 이라크는 미국에 저항하는 이라크 국민과 다른 아랍무장세력들의 전장으로 변했다. 미군의 무차별적 군사작전과 고문, 민간인 학살에 대응하는 자살폭탄테러와 민간인 납치의 악순환으로 인해 이라크에서는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치안부재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미군의 이라크 점령 이후 이라크 인들의 생활여건은 개선되기보다 후퇴했다. 미군의 명분 없는 점령이 계속되는 한 이라크내의 평화는 찾아올 수 없다. 무엇보다도 미군이 주겠다던 민주주의와 인권은 미군이 운영하는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의 실태에 의해 그 허상이 폭로되었다. 이 수용소에서 극단적 모멸감을 경험한 많은 수감자들이 새로운 극단적 반미주의자로 거듭나 이라크내 무장저항세력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테러를 없애러 이라크에 간 미국이 도리어 이라크를 국제테러의 주된 근거지로 만들고 있다. 침략의 당사자인 미국이 물러가지 않는 한 이라크에는 민주주의도 평화도 번영도 요원한 일이다. 미국은 이라크를 즉각 떠나야 하며,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과 기득권을 완전히 버린 채 평화유지를 위해 유엔과 국제사회, 무엇보다도 이라크인들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5. 미국의 부당한 이라크 점령은 이라크인들을 돕지 못할 뿐 아니라, 자국민과 동맹국 국민 역시 안전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 미국이 거짓명분을 내세워 이라크 침략을 감행함으로써 미국을 도운 동맹국들 역시 거짓말쟁이로 만들었고 미국과 동일한 침략자로 규정당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부당한 침략에 파병할 것을 패권적으로 강요하고 압박하여, 동맹국 내부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테러의 위협 속에 내몰리게 했다. 특히 고 김선일씨 사건에서 확인되는 바, 국민대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을 도운 나라의 국민들의 안전에 대해 협력하는데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관련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6. 고 김선일씨가 근무한 가나무역은 미군이 직접 운영하는 AAFES업체의 하청업체로서 김 씨의 피랍직후 김천호 사장 등이 원청업체와 상의하고 대책을 논의한 바 있다. 평소 김 사장과 미군의 협력관계로 미루어볼 때, 미군정(CPA)당국이 김 선일 씨 피랍사실을 첩보수준에서나마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만약 관련 첩보를 듣고도 그대로 넘겼다면 3000명의 대규모 파병을 약속한 동맹국에 대한 철저한 무시에 다름 아니며, 만약 이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채 한국정부에 통보하여 공동으로 대책을 세우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이는 전 국민의 공분을 살 일이다. 미국은 이에 대해 한국국민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7. 김선일씨의 죽음을 비롯하여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모든 살육과 보복의 악순환의 근원적 책임은 거짓명분으로 전쟁을 일으켜 아랍패권과 석유자원을 독식하려는 부질없는 시도를 감행한 미국에게 있다. 미국은 이라크 국민과 세계 시민들에게 사죄하고 이라크를 떠나야 한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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