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제주해군기지 관련 경찰청 인권침해 조사 결과에 따른 입장 발표

제주해군기지 인권침해 진상조사 기자회견

2019. 05. 30. 제주해군기지 인권 침해 진상조사 관련 기자회견 (사진 =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제주해군기지 관련 경찰청 인권 침해 조사 결과에 따른 공동기자회견

문재인 정부는 무차별적인 인권침해 등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진상 규명에 나서라

2019년 5월 30일(목)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

 

“이게 나라인가?”어제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제주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잘못된 공권력의 실체를 드러냈다. 제주해군기지는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 속에서 사전 동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공언해 왔던 정부와 해군 등의 약속들이 얼마나 공허한 거짓이었는지 확인시켜줬다. 2007년 제주해군기지 유치 과정에서부터 2018년 국제관함식에 이르기까지지난 10여 년 세월 동안 강정주민들의 인권은 물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마저 철저하게 파괴하고 말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방부, 해군만이 아니라 국정원, 경찰, 제주도청, 서귀포시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대응한 사례들이 나타났다. 도대체 소위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주민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국가의 존재 자체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대표적인 사례가 소위 ‘주민투표함 탈취사건’이다. 어제 경찰청 조사발표에서도 나타났듯이 2007년 6월 19일 임시총회를 통해 해군기지 찬반을 묻는 강정주민들의 투표 과정에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이 직접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날 임시총회 및 주민투표는 투표함 탈취사건으로 무산됐다는 점에서 해군측이 의도는 실행으로 옮겨졌다. 주민들의 사전 동의를 전제로 추진하겠다던 당시 해군측의 입장은 어디가고 위법 부당하게 공작 정치하듯 제주해군기지를 강행한 행위에 대해 10년 넘은 세월동안 그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경찰과 서귀포시청 직원들 역시 이날의 공범이다. 경찰은 임시총회 현장에서 발생한 불법행위를 목격하고도 대응하지 않았고, 현장에 있던 서귀포시청 직원들은 투표함 탈취에 따른 총회가 사실상 무산되자, “성공했다”는 등 사전에 조직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는 행위를 자행했다. 

 

또한 이번 경찰청 인권침해 조사 결과에서는 제주해군기지 유치 과정에서 경찰, 해군, 국정원, 제주도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2008년 9월 17일 국정원 제주지부 정보처장, 제주지방청 정보과장, 해군기지 사업단장, 제주도 환경부지사, 자치행정국장, 자치행정계장, 서귀포시장 등이 참여하는 유관기관 대책회의의 존재가 확인됐다. 특히 제주해군기지 추진을 위해 국정원, 해군, 경찰, 제주도가 매주 1회씩 정례회의가 진행됐다는 점도 확인됐다. 심지어 당시 국정원은 제주지검 관계자에게 “불법행위 떼쓰기에 엄격한 법 집행을 요구”했다거나 “찬성측에서 문제 제기하면 국정원과 경찰이 측면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사실로 나타났다. 제주도 자치행정국장은 “환경영향평가시 도의회가 장애가 될 것”, 환경부지사는 “분열은 좋은 상황, 걸림돌은 제거하고 가야한다”, 심지어 경찰은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쉬운 내용으로 신문광고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등 자신들의 직무를 벗어난 의견들을 발언하고 교환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제주도와 해군이 2007년 해군기지사업추진위원회 활동을 지원한 사실 역시 이번 조사에서 사실로 인정됐다. 보수단체 집회 지원을 비롯해 국정원과 기무사, 국군사이버사령부, 청와대까지 나서서 왜곡되게 제주해군기지 추진을 뒷받침한 내용들이 조사결과에 포함됐다. 이 밖에도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절대보전지역 해제, 공유수면매립계획 동의 과정의 적절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번 경찰청 인권침해조사보고서의 결론이다. 

 

경찰 및 유관기관의 인권침해 사례들도 이번 보고서에서는 사실로 입증됐다. ▲경찰에 의한 해군기지 반대 주민 폭행 ▲집회 물품에 대한 압수 및 욕설 ▲위법 부당한 경찰의 강제 연행 ▲경찰에 의한 강정 포구 봉쇄 및 해상출입 차단 ▲해군기지 반대측 차량에 대한 압수 ▲시위대에 대한 망치와 에어톱을 사용한 해체 및 진압 ▲마늘밭 훼손과 항의하는 시민에 대한 폭행 ▲경찰의 천주교 종교행사 방해 ▲경찰의 부당한 불심검문 ▲채증사진을 경찰이 개인 SNS에 게재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인권 침해 ▲해경에 의한 반대측 주민 폭행 ▲불법 행위를 신고한 사람에 대한 해경의 업무방해 체포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에 대한 제한 등 국가 공권력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인권침해 종합 전시장을 만들고 말았다. 

 

이번 제주해군기지 추진 과정에 대한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결론은 민주사회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공권력의 이름으로 총체적으로 자행된 점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정부와 공권력의 의도대로 군사작전처럼 진압됐으며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됐으니 ‘스쳐 지나가는 과거의 일’마냥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이름으로 자행된 지독한 인권침해의 대표적 사례인 만큼 이제라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한 책무이다. 이에 우리는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문재인 정부와 원희룡 도지사에게 엄중하게 촉구한다. 

 

첫째, 문재인 정부는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국정원, 기무사, 해군, 경찰, 해경에 이르기까지 국가 공권력의 이름으로 강정주민 등에게 행해진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즉각적으로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 

 

둘째, 문재인 정부는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나오는 국정원, 기무사, 해군, 경찰, 해경 관련자들에 대해 엄중 문책할 것과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언급된 인권 침해와 정부측의 잘못된 행정행위에 대해 총체적인 진상규명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촉구한다. 

 

셋째, 원희룡 도지사는 2014년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단 한줄도 진상을 밝히지 못했다. 특히 이번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서는 당시 제주도 환경부지사, 자치행정국장, 서귀포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개입이 인정된 만큼 즉각적인 사실조사와 함께 도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 

 

 

2019년 5월 30일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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