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포트] 유엔 PKO 파견 확대 및 상비부대 설치 주장에 대한 비판

–  분쟁 개입의 원칙과 조건, 한국의 역할 논의 없는 해외파병 위주의 발상 문제
– ‘국력에 상응하는 대규모 PKO 파병’ 주장은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억지 논리
– 책임있는 평가 없었던 한국군 파병, 상비부대 설치는 최소한의 견제장치 제거하자는 것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구갑우)는 9월 17일(수) 이슈리포트『유엔 PKO 파견 확대 및 상비부대 설치 주장에 비판』을 발표했다. 이번 이슈리포트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시기부터 강조했던 유엔 PKO 파견 확대 주장과 송민순 의원의「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상비부대 설치법안」과 송영선 의원의「국군부대의 국제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특히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정부나 국회 제출 법안들이 PKO 관련법 제정 이전에 논의해야 할 국제분쟁 개입에 대한 원칙과 조건, 그리고 한국의 역할과 기여 방식, PKO활동의 실효성 등은 생략한 채 손쉬운 군대파견 방안만을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평화군축센터는 관련법이 없어 한국군의 해외파견을 하지 못했던 사례가 없었으며, 도리어 한국군 파병에 대한 책임있는 평가가 없었다는 점에서 파병을 상시대기 하는 부대(상비부대)를 설치하는 것은 수월하면서도 잦은 해외파병을 가능하게 하고, 파병에 관한 최소한의 견제장치도 제거하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지적하였다.

평화군축센터는 선진국일수록 군대 위주의 PKO 참여가 저조하며, PKO 파견규모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제사회 위상을 제고할 수 있다는 억지주장을 펴면서 대규모 PKO 파견을 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상비부대 설치에 대한 실효성과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예산 낭비 사례가 될 수 있음에도 국회 제출된 법안들은 유엔 파병요청에 대한 신속한 대응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평화군축센터는 유엔 요청에 대해 신속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하고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국제분쟁에 대한 개입의 원칙과 조건을 마련하고, 국회와 국민의 동의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당장의 이익을 고려한 정책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비군사적인 수단에 의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대원칙 아래 장기적 전략과 정책을 추구할 때 한국의 국제 위상 제고 및 국제평화에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이번 이슈리포트를 시작으로 뒤이어 방위비 분담금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국방개혁 2020 수정계획에 대한 의견서 등에 관한 이슈리포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슈리포트
『유엔 PKO 파견 확대 및 상비부대 설치 주장에 대한 비판』

탈냉전 이후 종족․인종․종파 간을 비롯해 여러 형태의 국제분쟁이 벌어지면서 유엔 PKO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PKO의 활동이 강조되는 만큼 PKO의 개념이나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어 정체성의 혼란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더구나 PKO에 대한 개념이나 역할에 대한 유엔 차원의 법적규정이 없어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PKO 활동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한국 역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이자 중견국가로서의 위상을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유엔 PKO 참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역시 국정과제 중 중점과제로서 유엔 PKO 확대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난 17대 국회에 이어 18대 국회에서도 송민순 의원의「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상비부대 설치법안」과 송영선 의원의「국군부대의 국제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PKO 관련 법제정을 주장하는 정부나 현재 발의된 PKO 관련 법안들은 한국의 국제분쟁 개입에 대한 기본원칙과 조건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분쟁개입을 포함하여 국제평화를 위해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것인지, 기존의 PKO 활동이 실효성이 있었는지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손쉬운 군대파견 방안만을 모색하고 있는 듯합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관련법이 없어 PKO 파병이 불가능했다거나 지연되었던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 △도리어 다국적군 파병과 PKO 파병을 막론하고  파병의 타당성에 대한 사전사후 논의와 책임있는 평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파병절차를 간소화하도록 하는 PKO 관련법의 제정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처럼 파병의 역사나 현재의 상태를 감안할 때, PKO 관련법은 한국군대의 해외파견에 대한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최소한의 견제장치조차도 제거하려는 것으로서 매우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려는 PKO 관련법 제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힙니다.

1. 법제정 이전에 국제분쟁 개입의 원칙과 조건, 국제평화 기여를 위한 한국의 역할이 먼저 논의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가 PKO 관련 법제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제분쟁 개입의 원칙과 조건, 그리고 한국이 어떤 역할과 방식을 선택할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우선 진행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분쟁에 대해 제3자가 개입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신중해야 할 일이고, 또한 당사자들에게는 절체절명의 생존권의 문제이지만, 역사가 증명하듯이 외부의 개입은 정치, 외교적 이해관계가 깔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두 법안에서 보이는 공통된 문제 중 하나도 유엔 평화유지활동의 중요성을 강변하면서도 막상 어떤 원칙 아래 평화유지활동에 적극 동참할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분쟁이 발발하면 손쉽게 군대 파병을 우선 검토하는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 국가의 군대를 해외에 파견한다는 것은 매우 민감한 일로서, 군대를 파견하기 위해서는 그 원칙과 조건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엔 헌장에 규정된 원칙은 아니라 할지라도 관행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5원칙인 ‘동의성’, ‘중립성’, ‘비강제성’, ‘국제성’, ‘자발적 참여’는 평화유지활동 참여에 있어서 공여국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한국군 파견의 경우 강대국으로부터 자유롭고 무력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중립성’은 그 어떤 것들보다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원칙이자 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분쟁개입의 원칙이자 조건으로서 국제법과 우리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것은 물론 평화적 수단에 의한 분쟁 해결 방식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파병 요원의 안전 확보, 파병에 관한 국민들의 알권리 보장과 정보제공 등도 확보되어야 합니다.

군대를 파견하기에 앞서 우선 해당 분쟁의 역사와 맥락을 이해하고, 관련한 국제사회의 논의에 대해서도 일관된 평화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례로 한국은 레바논에 “레바논 사태의 안정화와 중동지역의 평화 달성에 기여하기 위하여”라는 명분으로 3백 명 이상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한국 정부는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과 관련하여 유엔인권이사회 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것에는 기권하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 간의 갈등에서 한국이 오랫동안 이스라엘에 편향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PKO를 파병하여 중동지역 평화를 위해 기여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더욱이 유엔 PKO 파병은 해외파병의 일환이라는 측면에서 국민의 안전문제와 직결되어 있고 한편으로는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될 수 있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유엔 혹은 유엔 안보리의 결정이라고 무조건 ‘선’이 아니며, 그것 자체가 평화적 해결책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PKO 파병에 대한 각국의 이해가 다른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미국의 경우 이미 자국의 국익에 부합되는 PKO에만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실제로 유엔 PKO 파병보다는 자국 중심의 다국적군 파병을 선호합니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은 PKO 대규모 파병이나 신속파견을 절대시하기보다는 지금까지의 한국의 유엔 PKO 활동 및 해외 파병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국제분쟁 개입에 대한 원칙마련, 한국의 바람직한 역할 등을 논의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입니다. 사회적 토론과 공감대 속에 마련된 원칙과 조건에 입각하여 평화유지활동에 나서는 것이 진정 한국이 국제평화에 기여하는 것이자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길입니다. 그것은 국가의 위상 강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PKO 파병 많이 한다고 국가위상이 제고되지는 않습니다.

정부는 지난 1월 인수위 시절부터 ‘세계 10위권 내에 드는 우리나라 경제력에 상응하여’ PKO 파병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8.15 축사에서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브랜드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일환으로 PKO 확대 및 강화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송민순 의원의「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상비부대설치법안」과 송영선 의원의「국군부대의 국제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도 마찬가지로 국력에 걸맞은 PKO 증파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PKO 확대 및 강화가 국가브랜드화로 이어진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국력에 상응해 PKO 파병부대를 늘리고 상비군을 두겠다는 주장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논리입니다. 오히려 아래 <표1>은 각국의 PKO 파병 규모와 이들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레바논과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선진국일수록 PKO 파병 참여는 현저히 저조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진국들 중 PKO 관련 국가급 정책센터를 두고 있는 캐나다,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에도 대부분 소수의 군 옵저버나 경찰 중심으로 파견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견국가에 상응하는 PKO 파병 확대 및 상비군 설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으며, 이와 마찬가지로 PKO 파병 증대가 유엔 내에서 영향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주장 역시 현실과는 동떨어진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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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파병의 타당성, 실효성 검토와 무관하게 파병부대 대기시키는 것이 중대한 평화유지 활동이 될 수 없습니다. – 유엔 요청에 대한 신속 대응만을 고려한 상비부대 설치 주장

지금까지 국제사회 평화유지 활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증대되고 있지만 유엔 상비부대 설치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과정이나 타당성 논의는 전혀 없었습니다. 또한 실제로 국제분쟁이 발생했을 때 PKO 대규모 병력파견이나 상비부대 설치가 문제해결에 즉각적인 도움이 된다고 입증된 바도 없습니다.

일례로 2006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할 당시 PKO가 엄연히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었지만 이스라엘의 침공을 막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으며, 휴전 이후 대규모 평화유지군이 증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레바논 영공 수시로 침범하고 완전 철수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동에 이해가 걸린 미국 등의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레바논 공격 중단을 요구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유엔 역시 PKO 파병을 신속히 결정하지 못했던 당시 상황을 돌이켜 볼 때, 상비부대가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분쟁의 조속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처럼 분쟁 당사자의 동의 없이 유엔이 일방적으로 개입하기 어렵고, 강대국의 이해관계마저 걸려있는 분쟁이라면, 레바논 사례처럼 유엔 PKO의 역할은 매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분쟁의 성격이나 개입의 조건, 분쟁지역에서의 PKO의 효과적인 임무수행 등에 대한 검토가 전제되지 않고 무조건 유엔의 요청에 신속히 부응해야 한다는 것만을 강조해서는 곤란합니다. 상비부대를 두어 파병 요청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그 자체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행정 편의적으로 혹은 기능적으로 상비부대를 두는 것이 한국이 시급히 추구해야 할 국제평화 활동인지 의문입니다. 현재 정부가 유엔 상비부대를 설치한 혹은 설치하려는 다른 국가의 사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유엔의 요청에 신속히 부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파병의 타당성과 실효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것입니다. 해당 분쟁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나 파병에 대한 의사와는 무관하게 상시적으로 해외파병에 대기하도록 하는 것은 도리어 예산낭비 사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유엔 상비부대를 두기보다는 사안별로 파병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따져 파병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나아가 두 법안에서 주장하는 상비부대 설치는 국방개혁 2020에 따른 병력 감축에는 소극적인 군 당국이 평화유지군이라는 명목으로 군사적 팽창을 꾀하고자 한다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그 동안 군은 대규모 파병을 통해 해외에서의 작전수행의 경험을 갖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분쟁지역은 군의 작전을 실험하거나 훈련하는 곳이 아니며, 언제든지 무력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군의 해외파병은 그 자체로 매우 신중히 검토되어야 하고, 가장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4. 대규모 병력파견 위주의 국제평화유지활동은 재고되어야 합니다.
 – 민간참여, 구호활동 지원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인식전환 필요

국제 평화유지활동에는 다양한 비군사적 활동들이 있고, 인도적 지원활동이 시급한 지역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상시적인 해외 파병을 염두에 두고 상비부대를 설치하는 것 같은 군대파병 위주의 평화유지활동을 추구하는 것은 재고될 필요가 있습니다. 평화유지활동은 군사적 수단을 강화하는 것보다 민간 중심의 구호활동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실제 현재 유일한 대규모 파병부대인 레바논 동명부대의 활동을 보더라도 그 규모나 체계적 군사훈련에 비해 그 활동은 매우 저조하며, 민간친선교류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애초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레바논 헤즈볼라의 무장해제 같은 활동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평화유지활동 내용은 민간인 중심의 구호, 봉사활동으로 전환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굳이 군대를 파견하여 무력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높이는 것보다는 민간 활동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평화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 레바논 UNIFIL 활동 사항
국방부가 제출한 2007~2008년 현재까지 레바논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된 한국군 동명부대의 주요 임무 내용 자료는 아래와 같다.
– 민사활동 : 지역 주민 진료 및 방역 활동, 도로포장, 환경개선, 공립시설 지원 등의 사업,  주민초청 체육행사, 애경사 참여, 한글과 태권도 교실 운용 등과 레바논군과의 친선 교류활동 등
– 군사외교활동 :  UNIFIL 사령부와 검문소 운영 현장토의 및 그 외 세미나, 사격대회 개최, 동맹국 및 레바논군과 체육교류 및 상호방문 행사, 지휘권 교대행사 및 메달퍼레이드 행사 등

 

○ 송민순 의원의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상비부대설치법안」문제점

1. 유엔 요청이라면 파병에 관한 국회 동의절차 생략,
   상비부대, 유엔 요청 아닌 임무 수행 가능성 열어나

동 법안 제2조는 유엔 안보리나 총회결의에 따라 한국 측에 요청이 올 경우 상비부대를 파견할 수 있으며, 그 외 임무수행에 상비부대를 파견할 때는 국회 동의를 거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엔 안보리 혹은 총회 결의가 있다면 국회 동의절차 없이도 상비부대를 파견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외파병의 경우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헌법 조항에 명백히 위배됩니다.

또한 제 2조 2항은 국회 동의가 있다면 유엔 상비부대가 PKO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난 활동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평화유지활동과는 무관한 임무까지 상비부대 활동으로 고려하는 것은 법 제정 취지에 걸맞지 않으며, 결국 상비부대는 유엔의 요청 여부와는 관계없이 어떤 분쟁에도 신속히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파병 대기부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법안은 위헌적인 조항을 담고 있고 상비부대를 설치하여 유엔의 요청이나 국회 동의여부와 무관하게 해외 파병을 상시적으로 준비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해 보입니다.

 

○ 송영선 의원의「국군부대의 국제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문제점

1. 다국적군 활동까지 국제평화유지활동으로 포함, 무력사용 가능성 배제 안 해

동 법안 제2조1항에 따르면 “국제평화유지활동이란 유엔 평화유지활동, 혹은 국제연합에 의하여 그 정당성이 합의 혹은 승인된 국제적․다국적 평화유지활동”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이는 국제평화유지활동을 단순히 기존의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만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주도의 다양한 다국적군 활동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유엔 PKO 부대가 아닌 다국적군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의 이라크 파병부대도 국제평화유지활동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라크 파병을 결정해왔으면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근거한 것처럼 파병을 정당화해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조항은 해석을 둘러싼 논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평화유지활동이라는 명분으로 다양한 다국적군 활동에 파병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합니다.

제3조 평화유지활동으로 “무력을 수반한 분쟁의 가능성이 농후할 경우 분쟁의 사전 예방․조정 및 교전을 비롯한 각종 비인도적 상황으로 인해 인도주의적 참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작전 및 구호활동”을 명시한 부분도 마찬가지로 유엔 PKO활동 이외의 임무 수행을 의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무력사용이나 교전도 감수하는 군사적 행동을 평화유지활동이라는 이름으로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한 군사주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평화유지활동 참여요원’에 경찰도 포함, 아프간 경찰파견 위한 법적 근거?

동 법안 제2조 및 제3조에는 경찰 요원의 파견과 임무 관련한 사항들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치안 책임을 맡고 있는 경찰을 해외 분쟁지역에 파견하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 국민들의 의사가 확인된 바 없으며, 이것이 경찰관련 법과 상충되는 지점은 없는지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특히 이 조항은 향후 아프가니스탄 경찰 파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올해 초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한국군의 빈자리를 경찰인력으로 대체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그러자 경찰측은 아프가니스탄 경찰 파견을 위해 “경찰특공대 교관”을 늘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은 아프간 치안이나 질서 유지뿐만 아니라 민사작전이나 무장세력들에 대한 소탕작전 지원 등의 업무까지 담당할 아프간 경찰인력이 필요하다며 이들에 대한 훈련을 한국이 맡아달라는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만약 한국이 경찰을 파견하면 한국인 민간시설을 공격할 것이라고 협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지난 다산, 동의 부대보다 경찰 훈련요원들이 훨씬 무장세력들의 공격대상이 될 위험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 밖에 동 법안은 재해나 참사 발생 시 벌이는 구호활동도 평화유지활동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난구호 같은 인도적 활동은 분명히 중요한 평화유지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이 “국제연합에 의하여 그 정당성이 합의 혹은 승인된 국제적․다국적 평화유지활동”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그 내용은 재난구호활동 임무까지 확장된 한미 군사동맹의 임무 수행을 의도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이는 PKO 본연의 활동보다는 한미 군사동맹의 일환으로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 파병관련 국회보고 사항 부실

한국군의 해외파병 관련해서 고질적인 문제는 정부가 국민의 알권리 제한은 물론 의견수렴을 무시해왔고, 국회 역시 제대로 타당성과 실효성을 따지지 않고 추인해왔다는 것입니다. 지난 레바논 파병연장안 검토의 경우 국회가 활동 평가 및 파견연장 사유 등이 누락되어 있음을 지적하면서 향후에는 이 같은 사항을 반드시 첨부할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정부의 부실한 보고 관행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동 법안에는 국군부대의 해외파병과 관련해 국회에 보고해야 할 사항이 매우 부실하게 적시되어 있습니다. 국회에 보고될 내용으로 소요제기 및 파병업무, 부대 구성 등만을 적시하고 있을 뿐 국회와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 할 파병(연장)의 필요성이나 현지 정세, 활동의 구체적인 성과와 평가 등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제10조2항에는 “정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제1항에 따른 국회의 파견 종료 또는 철수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단서 조항은 국회 요구에 전적으로 응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내포하고 있어 부적절해 보입니다.

○ 한국의 평화유지활동(PKO)논의를 위한 제언

한국은 현재 국제사회 영향력을 높이고 대외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소프트 파워를 강조하지만 막상 PKO에 관한 정책은 군대파병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기여외교는 발전되어야 하지만 군대 파견 중심으로 추진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선진국일수록 군대 위주의 PKO 참여가 저조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듯이, 무리하게 상비부대를 설치하는 것 역시 실효성이 입증된 바 없습니다. 더욱이 국민들 의사 확인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예산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비부대 설치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군의 군사력 팽창의지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귀 기울여야 할 대목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유엔 파병 요청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앞세우기 보다는 분쟁에 대한 개입의 원칙과 조건, 국회와 국민의 동의기반 확보가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또한 PKO 대규모 파병이나 상설부대 설치를 주장하려면 타당성과 실효성을 입증할만한 설득력 있는 근거들이 우선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송민순 의원이 PKO 상비부대설치법안 외에「공적개발원조기본법안」을 대표발의하여 군사적 수단 이외 국제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은 개발원조 관련한 법적 체계가 전무했으며, 지난 해 한국의 대외원조 규모가 OECD 국가 중 19위, GNI 대비 대외원조 규모는 27위에 불과했던 실정을 감안할 때, 대외원조를 확대, 강화하는 것이 군대파병 보다는 장기적으로 유의미하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도 일조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일시적이고 신속한 군대파견을 우선시하거나, 당장의 이익을 고려한 정책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비군사적인 수단에 의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대원칙 아래 평화전략과 정책을 장기적이고 일관되게 추구할 때 한국의 국제위상도 높아지고, 진정으로 국제평화에도 기여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국군 부대의 해외파견은 그 어떤 경우에도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철저하고도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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