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2-07-19   2441

[평화에 투표하자 ⑨] 국민의 통제를 받지 않는 협정은 이제 그만!

총선과 대선에서는 평화와 외교ㆍ안보 문제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외교ㆍ안보 현안이 갑자기 떠오를 때의 표심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긴장을 고조시켜 표를 얻으려는 시도는 이제 어림도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 졌습니다. 그러나 갈등 조장에 대한 유혹을 느끼는 듯한 움직임은 여전히 있습니다.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올해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벌어지는 긴장 고조 행위를 감시하고, 올바른 대외전략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평화에 투표하자’ 시리즈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필자로 나서는 이 연재에서는 현안에 대한 대응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외교ㆍ안보 쟁점에서 가져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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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통제를 받지 않는 협정은 이제 그만!

전형적인 밀실행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박주민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안'(이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비공개로 의결됐다. 이명박 정부는 한일 간 군사협정을 졸속으로 추진하지 않고 국회에서의 논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한 달여 만에 협정에 대한 협상이 마무리되고 협정 체결이 과정에 돌입한 것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목적은 북핵과 미사일, 북한 급변사태 등에 대한 전략 및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평상시 대북 정보를 상시적으로 공유함으로써 한반도 유사시 공동작전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한 한미 간 컨틴전시 플랜과 함께 일본과도 군사·전략과 관련한 정보를 교환하는 환경을 구축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주장은 이 협정이 한·일, 나아가 한·미·일 공동작전체제 구축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은 핵심적으로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을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가 “미국은 일본·호주 및 일본·한국과 3자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3자 대화는 국제적인 미사일방어체제 협력을 확대하고 지역안보를 강화하며 동맹국의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미국의 노력의 핵심”이라고 말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고 한미일 미사일방어체제가 본격 추진될 경우 그것이 상대국인 북한과 중국 등을 자극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에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보체제 구축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군사정보를 제공받는 나라가 지켜야 할 정보보호의 원칙과 절차를 정한 것이다. 이 협정의 핵심은 정보를 제공한 나라가 해당 정보를 보호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정보를 제공받은 나라가 정보를 보호할 의무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을 때’나 ‘국가안보에 현저한 이익이 있다고 판단될 때’ 군사기밀을 공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군사기밀보호법 적용이 제한되어 정보주권이 제약당할 수 있다.

 

또한 일본에서 미일 정보보호협정 체결 이후 비밀정보의 범위 확대와 처벌 강화가 추진되는 것이 반증하는 것처럼 군사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보에 대한 왜곡 등을 통해 불필요하게 군사적 긴장을 높이거나 북에 대한 대중적 불신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식민지 지배에 대해 진정어린 반성과 사죄를 하기는커녕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일본이 군국주의적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일 군사협력은 우리 국민 정서상 특히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헌법은 협정 체결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부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공청회 한 번 거치지 않고 이처럼 중차대한 안건을 국무회의의 ‘즉석안건’으로 처리해놓고 이를 숨기고자 했다. 도대체 이런 식의 일처리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의 핵심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회의 대 정부 조약체결 통제권이 매우 좁게 해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 제60조는 정부가 조약을 체결하는 것에 관해 국회가 동의를 통해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 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국회가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규정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정부가 가지는 조약체결권의 한계, 그리고 국회가 정부의 조약체결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통제권의 범위가 결정된다. 이 규정의 해석에 있어서의 쟁점은 크게 2가지이다. 첫째는, 국회가 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약의 종류를 헌법규정에 기재한 것이 이러한 조약만 동의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그냥 단순한 예시라서 다른 종류의 조약도 동의의 대상이 되는지이고 둘째는, 동의의 대상이 되는 체결·비준이 정부가 조약을 체결하는 과정을 포함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조약에 효력을 부여하는 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인지이다.

 

이런 쟁점에 대한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해석은 1)국회의 동의대상 조약을 열거한 것으로 보고, 2)동의의 대상이 되는 대통령의 행위를 ‘조약체결의 과정’을 포함하지 않은 ‘조약에 대해 효력을 부여하는 최종적 단계의 행위’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외교권’의 개념을 최초로 체계화하여 발전시킨 로크(Locke)가 “연방권력(Federal power)이라 명명된 외교권은 입법권(Legislative), 집행권(Executive power)과 더불어 독자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며 “집행권과 외교권은 그 자체로서는 실제로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분리되기 어렵고 특정한 인물의 수중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라 하였던 바에서 출발하였으며, (i) 외교정책은 고도의 정치적 성질을 가진 행위로서 본질적으로 대통령의 통치영역에 속한다는 점, (ii) 외교행위는 그 수행에 있어서 직업적 외교관이 전문성을 가지고, 세계적으로 조직망을 가진 관료제적 조직을 가동하여, 변동하는 상황에 적응하여 유연하고 신속하게 결정ㆍ집행하여야 하므로 그러한 특성상 집행부에 귀속되는 것이 권력분립의 견지에서도 타당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계속 유지되어 오고 있다.

 

국민의 협정 통제권을 위한 새로운 헌법해석이 필요하다

 

그런데 오늘날 (i) 세계적인 민주화 경향에 따라 정부권력에 대한 효과적인 민주적 통제를 위하여 의회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 (ii)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국제문제가 국내화(domestication)되는 추세에서 대내·대외문제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게 되었고, 본래 국제법규 정립작용인 조약의 체결이 – 자기집행적 조약인 경우 직접적으로, 비자기집행적 조약인 경우 국내이행입법을 통하여 간접적으로-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등 현실사정이 변화하였다는 점, (iii) 그 결과 조약체결이 국민의 권리ㆍ의무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충돌하는 국내 법률을 변경시키거나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이행을 위한 국내입법을 필요로 하기도 하므로 본래적 입법기관으로서의 의회관여가 필요하다는 점 등에 비추어 전통적인 외교권의 귀속주체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해석에 얽매일 필요 없이 위와 같은 새로운 필요성에 맞추어 헌법 제60조 제1항을 해석해나갈 필요가 있다. 즉, 조약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국회의 동의 대상이 되는 조약으로 규정된 사항을 열거가 아닌 예시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국회의 동의대상이 아니라는 정부의 주장과 같은 주장이 다시는 제기될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체결’을 ‘조약을 체결하는 전 과정’으로, ‘비준’을 ‘조약체결권자가 최종적으로 조약을 확인하고 동의하는 절차’로 구별하면서 국회는 위 두 가지 절차에 대해 각각 독립적으로 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하면서 그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국회에 보고조차 하지 않아 많은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조약체결’을 ‘조약을 체결하는 전 과정’이라고 해석하게 되면 협상과정까지도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위와 같은 일은 있을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하면, 헌법 제60조 제1항을 위와 같이 해석하게 되면 조약체결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은 행정권력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라는 의미에서 벗어나 조약체결에 대한 국민의 통제가능성을 비약적으로 신장시키게 될 것이고, 조약체결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통제입법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협정에 대한 통제를 통해 민주주의를 신장시키자!

 

한미FTA에서 볼 수 있듯이 조약은 단순히 국제관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의 생활에 너무나 광범위하고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따라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입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장치를 만들어 가는 것은 바로 국민의 지배력 향상을 의미하며, 우리사회 민주주의의 발전을 뜻한다. 그 첫 걸음은 헌법 제60조에 대해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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