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축회의③] 군축회의 협상 진전 가로막는 파키스탄의 VETO



 


[편집자주] 2009년 8월 3일부터 9월18일까지 7주간 제네바에서 2009년도 제3차 군축회의(Conference on Disarmament)가 개최됩니다. 평화와 자유를 위한 여성 국제리그 프로젝트의 일환인 ‘Reaching Critical Will'(RCW)은 군축회의를 지속적으로 직접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RCW의 모니터링 보고서를 토대로 군축회의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그 세 번째 시간으로 활동프로그램 채택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Conference on Disarmament


군축회의는 2009년 2차회기(5월 29일) 중  군축회의 참가국들은 2009년 활동프로그램(Programme of Work for the 2009 session, CD/1863)에 대해 만장일치를 이룸으로써 10년 만에 처음으로 활동프로그램을 전격적으로 채택하였다. 하지만 군축회의는 여전히 활동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틀에 대해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한 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나의 성과 : 활동프로그램의 채택


군축회의에 2009년 활동프로그램이 상정되었을 때 분위기는 낙관적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활동프로그램이 채택되자 이를 환영하였다. 북한도 압박과 제재가 있는 한 “국가적 억지력(national deterrence)”을 계속해서 강화하겠지만, 총체적 핵군축을 달성하는 것이 북한의 불변의 정책이라고 밝혔다. 군축회의의 당시 의장인 Jazaἲry(알제리)은 2009년 군축회의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프라하 연설, 미-러 핵군축 선언 등 새로운 국면에 고무되었으며, 군축회의 참가국들은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활동프로그램에는 7가지 주요 이슈들 가운데 “아이템 2: 모든 관련 물질을 포함한 핵전쟁 방지”를 제외한 6가지 이슈에 대해 4개의 실무그룹을 설치하고 3명의 특별조정자를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Programme of Work 주요 내용>

1. 핵무기 제거를 궁극적 목표로 혁신적, 계획적 노력을 통한 핵무기 감축의 실질적 단계에 대한 관점과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아이템 1: 핵군비경쟁 중단과 핵군축” 하에 실무그룹 설치


2. 핵무기와 핵물질 생산 금지에 관한 협상을 위해 “아이템 1: 핵군비경쟁 중단과 핵군축” 하에 실무그룹 설치


3. 외기권 군비경쟁 방지와 관련된 모든 이슈에 대해 제한 없이 실질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아이템 3: 외기권 군비경쟁 방지” 하에 실무그룹 설치


4. 국제적으로 법적 구속력 있는 수단과 관련 사항을 누락하지 않으며, 관련된 모든 측면을 다루는 권고사항들을 제한 없이 실질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핵무기 사용 또는 사용 위협으로부터 핵무기 비보유국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아이템 4: 효과적인 국제 협정“ 하에 실무그룹 설치


5. 관련 이슈를 다루는데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해 “아이템 5: 방사성 무기를 포함한 새로운 대량살상무기 관련 시스템” 하에 특별조정관 임명


6. 관련 이슈를 다루는데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해 “아이템 6: 포괄적 군축 프로그램” 하에 특별조정관 임명


7. 관련 이슈를 다루는데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해 “아이템 7: 군비 투명성” 하에 특별조정관 임명



하나의 좌절 : 활동스케줄, 실무그룹의장과 특별조정관 임명에 대한 합의 실패


6월 25일 군축회의 의장은 활동프로그램을 진행시키기 위해 활동 스케줄(CD/1866)과 가능한 실무그룹 의장과 특별조정관 명단(CD/1867) 초안을 공개했다. 서방그룹과 동유럽그룹은 이 2가지 초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논의할 때가 아니라며, 초안에 실무그룹 의장과 특별조정관의 임무가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파키스탄도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파키스탄은 활동프로그램 이행 시 안보 우려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하며, 2가지 안을 하나로 합치고 그들의 임무를 2009년 회기에만 한정하는 것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은 활동프로그램 채택 후 한 달이나 지나도록 아무러 성과가 없는 것에 실망감을 표출하며, 군축회의 일부 국가들이 우려하고 있는,특히 2가지 초안의 불확실성에 대해 군축회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건설적인 불확실성”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자국의 안보 이해 보호”에 관한 문제제기와 중국이 요구하는 미래 활동에 대한 명백한 기반 설립에 관한 파키스탄의 문제제기로 인해 2009년 제2차 회기에서는 활동 스케줄과 실무그룹 의장및 조정관 임명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수차례의 노력, 하지만 또 다른 좌절이 되고 말 것인가


군축회의 의장 Millar(호주)는 만장일치에 도달하기 위해 1차 수정안, 2차 수정안을 군축회의에 제안하였다. 하지만 파키스탄은 자신들이 제기한 문제점들이 수정안에 반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논의를 다시 시작(reopen the text)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군축회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놓여 있다.


군축을 향해 무르익은 기회를 놓칠시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많은 국가들이 파키스탄의 이러한 행동과 이로 인한 지연에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파키스탄 대표는 군축회의 회기가 끝날 때까지 회의를 진행시키지 않으려는 의도가 아니며, 한 국가의 대표로써 자국의 안보 이해를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명했다.


군축회의는 만장일치제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군축회의 활동프로그램을 진전시키기 위해 파키스탄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의견을 제시했고 군축회의 의장은 이러한 의견들을 최대한 수렴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파키스탄이 계속해서 자국 안보의 이해에 의해서만 행동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군축회의는 더 이상의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의견이 다수 수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군축회의 참가국들은 지금이 바로 핵군축을 위해 ‘행동해야 할 때’이며, 행동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십 년 만에 찾아온 이러한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자국의 안보만이 아닌 국제사회의 안보를, 핵을 통한 불안정한 평화가 아닌 핵 없는 세상을 통한 진정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더 현명한 길임을 파키스탄을 비롯한 군축회의 참가국들이 하루 속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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