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08-12-08   2547

[원탁토론] 북한인권법안, 인권 개선의 진정성, 실효성 없다


지난 4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는 한반도인권회의(인권운동사랑방,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 평화네트워크 소속) 주최로 ‘북한인권 관련 법 제정에 대한 원탁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18대 국회에 발의된 한나라당의 북한인권 법안 제정에 대한 문제와 각계 입장 및 대응 방향 등에 대해 장시간 동안 진지한 토론이 펼쳐졌다.  
 
천주교인권회의 조백기 활동가는 ‘북한인권법 제정의 인권적 해석’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북한인권 법안들에 대한 인권적 접근을 검토하였다. 조백기 활동가는 지금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 보수 북한인권단체들이 주장하는 ‘보편적 인권’의 개념은 역사적/사회적으로 변화하는 인권의 보편성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우리와 다르게 구성되어 있는 북한 사회에 대해 인권의 잣대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안 내용에 나와있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동독의 국가범죄에 대한 서독의 중앙기록보존소를 모델로 삼고 있지만 남한에서는 이미 민간에서 운영되는 기관이 있기도 하며, 북한인권실태조사 국회보고 내용도 마찬가지로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 북한이탈주민 해결책에 있어서도 이를 국가의 책무를 법으로 규정하고는 있지만 이 역시 현실성이 부족해 수사적 차원에 그치는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조백기 활동가는 인권 개선을 북한인권법 등과 같은 수단과 방법들이 과연 인권적인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인권법안을 만들어서는 북한 당국과 북한 주민들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북한인권 관련 민간단체들을 전폭 지원하는 규정에 대해서도 민간단체들은 장기적으로 정부와 기업의 직접적인 지원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회자인 한성대 김귀옥 교수 역시 현재 발의된 북한인권법에서 가장 실효적인 것은 민간단체 지원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이는 인권과 민주주의 관점에 부합하지도 않는 대북 삐라 살포를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 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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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여러 정당, 단체 토론자들의 북한인권법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토론이 이어졌다. 한반도 평화연구원의 윤환철 사무국장은 이번 북한인권 법안은 통일부의 위상전환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서 토론을 시작했다. 또한 분단현실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노력없이 입법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려는 자세를 비판했다. 


그리고 관련 법안들을 보면 1년 예산을 100억대고 잡으며 인건비만 25억원을, 심지어 자유의 풍선 날리기, 소형 라디오 보내기와 같은 내역에 3억원을 책정하는 등에 대해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황우여 의원은 북한인권법안에 인권은 인간이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로서 국가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했는데, 이를 실효성없는 북한 내부에 적용하는 것보다는 국내 이주민들과 난민들에게 먼저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윤환철 사무국장은 북한인권 법안 제정에는 반대하지만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대북지원 관련 단체인 좋은벗들의 이승용 사무국장은 북한인권법이 북한인권 개선에 있어서 명분상의 의미만 있을 뿐 실효성에 있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의 북한인권법처럼 정치적인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승용 사무국장은 북한인권법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 한계를 많이 가지고 있기에 실질적 효과를 가질 수 있는 ‘대북인도적지원법’ 등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관계없이 인도적 지원을 지속할 수 있도록 대체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대북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 평화나눔센터의 이종무 소장은 북한인권법에 인도적 지원 관련 부분을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대북지원 관련한 법체계는 이미 남북기본합의서에 입각한 관련 지원법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법안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이를 규제하고 제한하게 되는 행위라고 했다. 그러나 조건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우리가 분배 투명성 자체를 묻지 않는 태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분배 투명성에 대한 북한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평화연구원의 윤환철 소장 역시 북한에 대한 분배 투명성 결여는 국민들의 대북인식을 저하시키고 있다며, 이를 실무적으로 잘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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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장창준 연구원은 북측을 대화 상대로 인정한다면, 북측의 인권기준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남측 기준에 의한 일방적인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남북인권포럼’을 창설해 여기서 남북간 인권 문제와 관련한 완충지대 역할을 하자는 공약을 했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대북지원의 원칙으로 비의도성, 지속성, 비자극성 요소 등을 고려해야 하고, 탈북자,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 등은 북한 인권 문제로 포괄하지 말고 상호주의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진보신당 미래상상연구소 윤영상 부소장은 납북자나 국군포로 문제는 인권단체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해결 진행 과정을 가시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차이를 보였다. 더불어 북한의 생명권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자유권에 대해서도 우리가 앞으로 관심을 기울여 나가야 하되 한나라당과 같은 방식이 아닌 다각도적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윤영상 부소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남북관계 경색 심화를 초래한 것을 시사하며 북한인권 문제의 물꼬를 터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 정당, 민간단체가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과 같이 정부당국자간의 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는 좋은벗들, 민화협, 적십자와 같은 민간단체들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언급도 있었다.  


이 날 민주당 민주정책 연구소에서 통일외교안보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김종수 연구원은 민주당의 당론은 북한인권법 제정을 반대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현재 북한인권 법안 두 개가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 회부되어 있으나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전되는 것은 아니라는 국회 상황을 브리핑했다. 김종수 연구원은 개인적으로 현재 발의된 북한인권 법안들은 실익이 전혀 없는 것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도 통일연구원을 강화하면 되는 것인데 법안으로 만든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농후해 보인다고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대북 식량지원을 계속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반해 황진하 의원 법안은 인도적 지원에 전제를 내걸고 있다며 이런 부분 역시 정치적 조건을 내거는 인도적 지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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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가 장장 4시간 가까이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토론자 및 참가자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띤 토론에 참여했다. 그 중에서는 당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서 발행한 북한인권법에 대한 의견서 내용 중에서 남북 반목 초래할 북한인권법을 제정할 것이 아니라 대북지원 등을 고려했을 때 남북관계발전법 시행에 주력해야 한다는 부분이 부각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러 정당 소속 토론자들이 남북기본합의서에 기반한 남북관계발전법의 논리와 내용을 가다듬어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모아지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대북삐라 살포와 같은 일부 북한인권단체들의 활동이 북한인권 개선 활동인가에 대해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강력히 쏟아져 나왔다. 예를 들어, 납북자, 탈북자 등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인권활동일 수 있지만 대북 삐라와 같이 북한 체제와 정권을 부인하는 활동은 북한인권운동이 아니라 북한체제 전복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발의된 북한인권 법안들이 이런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심각한 문제이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좋은벗들 이승용 사무국장은  대북지원 퍼주기 논쟁에는 반북단체와 보수언론의 책임도 존재하지만 북한 정부의 국제적 신뢰 상실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문제를 분명히 짚었다. 그동안 국민들에게 대북지원의 인권성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고, 그에 따른 북한정부의 변화도 부족했기 때문에 남한 국민들이 불만을 표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인권법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들과 무조건 인권 문제 제기를 거부하는 북한 당국을 함께 설득해야 한다는 또 다른 문제의식을 남기기도 했다.

오늘 토론회가 북한인권 법 제정에 대한 입장들이 풍부하게 도출되고 법 제정 대응 활동을 함께 모색했다는 점에서는 유익한 토론회라고 할 만 했다. 그러나 앞서 지적된대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국민적 인권의식을 함양해 나가고, 또한 북한이 스스로 인권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업들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이 악화되고 있는 남북관계에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북한 인권 개선의 목소리는 상대방에게 진정성도 실효성도 없는 ‘비난’의 목소리로 들릴 뿐일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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