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14-12-15   2030

[헌법 무시하는 해외파병법①] 분쟁·전쟁 몰고 올 이 법안, 통과될까봐 두렵다

분쟁·전쟁 몰고 올 이 법안, 통과될까봐 두렵다

[헌법 무시하는 해외파병법①] 헌법5조 평화주의와 배치되는 ‘국군해외파병법’

 

이경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12월 1일 해외파병의 범주를 대폭 확대시키는 내용의 ‘국군의 해외파견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국방위를 통과했습니다. 지난 10년의 이라크, 아프간 파병 과정에서 겪었던 사회적 논란과 인적, 물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위헌적인 각종 파병을 도리어 합법화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우려스럽습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그동안 한국군의 해외 파병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해당 법안의 문제점 그리고 향후 국회가 해외파병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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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국군의 상시적 해외파병을 허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군의 해외파견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하 ‘국군해외파병법’)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하였다. 일반적으로 제출된 법안들은 소관 상임위원회를 거치며, 상임위원회서 의결된 안건은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져 현행 법체계와의 적합성 등에 대한 검토를 거친 후 본회의에 회부되게 된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는 이 법안이 국군의 사명을 국토방위에 한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에 위배됨을 지적하고, 상시적 해외파병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에 의하여 우리나라가 침략전쟁에 가담하거나 전쟁에 휩쓸릴 우려가 있는 바 유엔인권이사회 등에서 결의를 추진하고 있는 평화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법안에 대한 실질심사를 하여 당장 폐기할 것을 강력 촉구(12월 4일 기자회견, 12월9일 논평 등)했다.

▲ 국군의 날 대규모 시가행진 ‘건군 제65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이 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육·해·공군 및 해병대 장병과 각군 사관생도, 기계화 부대가 참여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사실 우리 헌법은 1948년 헌법제정 당시부터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평화주의를 장식적이고 선언적인 것으로 채택하고 있지 않았다. 헌법초안의 기초위원이었던 유진오 교수의 제헌국회에서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1948년 헌법의) 제6조에서 침략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입니다. 현재 세계의 중요한 국가가 ‘전쟁포기에 관한 조약’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전쟁포기에 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헌법초안은 그 기본정신을 승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 군대는 침략전쟁을 행하는 군대가 아니고 국토방위의 수행을 사명으로 하는 방위적인 군대입니다.”(헌법제정회의록 중)

이러한 1948년 헌법의 정신을 이어 받아 현행 헌법도 침략전쟁 부인의 법리를 명문으로 규정하였고(5조1항), 군대를 두기는 하였으나 그 임무를 국토방위에 한정하고 있으며(5조2항), 그것으로 모자랄까봐 국군의 조직과 편성(제75조) 등을 법률로 정하게 하여 국회의 견제를 받도록 하고 있다.

헌법과의 연결고리 찾을 수 없는 ‘국군해외파병법’

그런데, 이번 ‘국군해외파병법’은 국회가 이 법률을 제정 추진하고 있다는 점 외에는 헌법과의 이렇다 할 연결고리를 찾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국군을 국토방위에 한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에 배치된다.

헌법해석의 출발점은 문리(文理)해석, 즉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우리 국회는 ‘국군해외파병법’이 우리 헌법 제5조 2항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국민일반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 송영근 의원 등이 대표 발의안 법률안(의안번호 5300)의 제안이유 어디에도 헌법 제5조와의 관련성에 근거한 제안이유다운 제안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굳이 제안이유라고 한다면 법률안 2페이지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일 것이다. 즉 해외 파병 요건이 엄격한 ‘국제연합 평화유지 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PKO 참여법) 이외에는 국군을 해외파병 할 법적 근거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름 엄격한 요건 하의 PKO참여조차도 과연 평화와 질서 유지에 기여했는지 분쟁을 장기화하고 새로운 분쟁을 야기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  2009년 11월 1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미대사관 부근에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단체 연석회의’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아프가니스탄 점령 중단과 한국군의 재파병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결국 이 법안은 국군을 해외에 파병하더라도 정전감시 등 평화유지활동에 제한되는 군대(Peace Keeping Organization : PKO)가 아니라 무력사용도 불사하는 다국적군(Multinational Military Forces)에 대한민국 국군을 파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고 그 근거법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알다시피 다국적군은 안보리 등의 의결과 관계하여 구성되지만, 유엔헌장이 규정하고 있는 본래적 의미의 유엔군이 아니다. 안보리는 국제평화회복을 위해 일정한 잠정조치를 규정하고(제40조), 경제제재와 같은 병력의 사용을 수반하지 아니한 조치(41조)를 취하고 보충적 수단으로 유엔군에 의한 무력제재(42조)를 규정하고, 이에 기초하여 최후적으로 유엔군을 구성하고, 유엔의 직접적인 지휘통제를 받게 한다.

하지만 다국적군은 병력제공 국가들이 통합사령부를 구성하고 안보리에 활동사항을 보고 하는 정도이다. 그리고 걸프전 이후 다국적군의 대부분은 미국의 주창에 의해 미국의 동맹국들로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위반에 위반… 헌법 평화주의에 적합한가

그렇다면, 이번 해외파병법안은 미국 중심의 군사적 세계질서 편성에 동참하는 근거법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면하기도 어려울 것인데,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같은 한미간의 군사협정에 합치하는가도 문제이다. 물론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방위까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 그 자체가 국군의 사명을 국토방위에 한정하고 있는 헌법에 적합한지도 문제이다.

설사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의 분쟁에 대한 무력개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번 해외파병법이 적합한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 위반에 위반을 거듭하고 있는 이 법이 과연 헌법의 평화주의에 적합한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 법안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비분쟁지역에 대한 교육훈련이나 재난구호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국방교류협력’을 이 법의 주요한 목적으로 열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분쟁지역 파병의 경우 국군의 사명을 국토방위로 명시한 헌법 제5조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아랍에미리트(UAE) 파병처럼 원전 수주에 따른 보상이라 여겨지는 상업적 목적의 파병을 합리화하는 법안이라는 비난을 피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이 ‘국방교류협력’ 조항에 더해 심각한 문제점은 ‘기타 국군이 해외에 파견되어 수행하는 활동(제2조 1항 후단)’ 일체를 이 법에서 해외파견의 범주로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법치주의의 근본은 국가작용이 법률에 근거하는 것은 물론 ‘명확성의 원칙’에 근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에서처럼 해외파병된 국군의 활동 일체를 ‘기타’라는 문구에 감추어 ‘해외파견활동’이라고 한다면, 국군의 활동을 국회가 정하는 법률에 의해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합법화해주는 들러리 입법이 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끝으로, 이 법안에 따르면 국군의 해외파병의 범주가 대폭 확대되는데, 이로 인하여 우리나라가 분쟁과 전쟁에 휩쓸릴 가능성은 없는가 하는 점이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유엔은 2002년부터 침략전쟁의 금지 및 전쟁에 휩쓸리지 않을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평화권을 인류의 권리로 선언하고자 평화권 촉진 결의를 채택하는 한편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평화권 선언을 위한 초안을 마련 중에 있다.

이번 해외파병법이 우리 헌법의 평화주의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권 촉진 흐름과 합치하는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물론 온 국민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엄중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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