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4-10-29   2538

[우리안의 전쟁교육③] 군대서 사라진 ‘종북’, 더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청소년 군사화에 저항하는 국제행동주간에 맞춰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가 함께하고 있는’전쟁교육 없는 공동체를 위한 시민모임’은 군 안보교육의 폭력성과 군사주의, 편향성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문제점을 알리고 그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우리안의 전쟁교육’ 칼럼 시리즈를 기획하였습니다. 군 안보교육의 실태 점검, 병사 안보 교육의 문제, 평화통일 교육의 필요성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만들어진 안보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만들어가야 할 평화통일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청소년 군사화에 저항하는 국제행동주간 연속 캠페인 바로가기

① ‘무기’ 든 군인을 학교 안으로… 이게 무슨 짓인가

② 초등생 충격에 빠뜨린 영상…어른은 보지 마라?

③ 군대서 사라진 ‘종북’, 더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④ 사람 죽는 거 보면서 박수…세상이 무서워진다

군대서 사라진 ‘종북’, 더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안의 전쟁교육 ③] 군의 안보·정훈교육의 문제점

김승환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최근 들어 군부대의 장교들이 초·중·고등학교에서 안보교육 강사로 활동하거나 학생들이 군부대를 방문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 군부대는 군악대나 호신술 등 학생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안보교육에 대한 거부감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듯하다.

그러나 현재의 학생 안보교육은 적대감을 주입하고, 모의 총격전 및 살상무기를 선보이는 것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평화와 화해를 배워야 할 학생들은 전쟁의 폭력성과 대립성만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은 군의 안보교육이 국제아동권리협약에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쟁교육 중단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왜곡된 안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학생들이 우리사회의 다양한 의견에 대해 존중하는 가치관을 지닐 수 있도록 교육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안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적대와 배제의 논리를 가르치고 있고 이는 학생들의 올바른 시각과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더구나 국방부에 따르면 군은 그동안 교육전문가의 자문이나 검토도 받지 않은 자료를 토대로 학생 교육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교육을 하는 군의 진짜 목적은 뭘까

기사 관련 사진
▲  사진은 지난 8월 8일 육군 30기계화보병사단 장병들이 특별인권교육을 받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학생 교육 내용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기 전에, 장교들이 군 내부에서 어떤 내용으로 안보교육을 받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정훈교육’이라고 하는 군 내부의 교육은 문제가 없는지 말이다.

그동안 군의 정훈교육은 숱한 정치적 문제를 일으켰다. 실제로 2012년 2월 국방부는 장병정신교육에 대한 정신교육 지침을 시달했고, 이후 일선 군부대에서는 ‘종북좌파 실체인식’을 주제로 한 정신교육 교관 경연대회가 진행되었다. 같은해 4월 국회의원 총선 때는 군단, 군사령부 단위에서 중대장급 및 대대장급을 대상으로 동일한 주제의 경연대회를 진행했다.

이후 군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왜곡된 ‘종북 교육’의 문제점이 외부로 드러나자, 군은 ‘종북’이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하지만 ‘종북’이란 단어만 사라졌을 뿐, 교육의 큰 틀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그 이듬해에는 더욱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2013년 12월, 군은 장병들의 정신전력 교육을 위해 박정희 유신독재시대 때 설립되고, 김대중 정부 때 폐지되었던 ‘국방정신전력원’을 15년 만에 재설립한 것이다(관련기사 : 국방전신전력원 부활, ‘유신군대’로의 회귀?).

국방정신전력원은 어떤 곳이었나?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 군은 정치 편향적인 교육을 일삼았고 정치적 개입조차 마다하지 않았는데 그 중심에는 국방정신전력원이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정신교육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군의 정신전력연구·교리발전·콘텐츠 개발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곳에선 ‘민주주의’라는 키워드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유발하는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북한 주적’ 논리와 ‘종북 교육’이 부활했고, 대국민 안보교육이 급격히 증가해온 것을 볼 때, 국방정신전력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우려스럽기만 하다. 지난 4월 감사원 또한 ‘대국민 안보교육 감사보고서’를 통해 군을 비롯한 정부 안보교육의 강사선정과 자격 기준이 미흡하며, 교육의 중립성 확보 수단과 교재 제작 관리 방식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군의 정훈 교육이 정부의 입장에 맞춰 병사들을 ‘재사회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수 논객 조갑제는 지난해 6월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정훈교육을 강화, ‘종북은 국군의 주적’이라고 가르쳤다”면서 “이런 정훈 교육이 군인과 군대를 거쳐 간 20대 남자들의 생각을 많이 바꿔놓았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결국 정훈교육의 목표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선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닌, 정부에 유리한 색안경을 씌우는 작업이 아닐까.

군 정훈교육, ‘진짜’ 안보교육과 다르다

기사 관련 사진
▲  지난 8월 8일 육군 30기계화보병사단 장병들이 특별인권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현재 정부의 정훈 교육은 1970년~1980년대 반공 교육 수준이라는 지적이 있다. 북한을 주적으로 내세우며 북에 대한 증오를 야기하는 교육은 ‘통일대박’을 이야기 하는 박근혜 정부 정책과도 맞지 않다.

물론 북한이 과거 우리나라와 전쟁을 한 적이었고, 지금도 휴전선을 두고 군사적 경계를 하고 있지만, 언젠간 평화롭게 통일을 해야 할 관계이기도 하다. 정부가 진정 통일을 염원한다면, 지금의 안보교육은 통일을 이루어갈 미래세대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현재의 안보불안이 남북 간 갈등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북 간 적개심만 유발하는 교육은 오히려 우리 안보에 더 큰 위협으로 다가 올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남북 간의 군사적 대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안보교육의 귀결은 결국 평화와 통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 나라사랑교육 또한 이러한 군 내부 정훈교육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학생 나라사랑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군의 정훈교육 개혁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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