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비정상적인 방위비 분담금 협정안, 조속히 청문회 개최하라

비정상적인 방위비 분담금 협정안, 조속히 청문회 개최하라

막대한 주둔지원금 제공하고도 대미 저자세 일관하는 정부

 

제 9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비준동의안 심사를 앞두고 정부가 국회의 조속한 비준동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번 9차 특별협정 협상은 미 측이 자신들의 요구를 대체로 관철시킨 데 반해, 한국 측은 분담금 삭감이나 전용방지 대책 마련 등 애초 목표를 하나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끝났다. 국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잘못된 협상결과를 비준동의해 주는 것이 아니라, 매번 반복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문제점들을 명백히 밝혀내고 시정하기 위해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이번 협상 결과로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분담금 삭감, 미2사단 이전비용 전용 방지, 이자발생에 대한 대책 마련 등 그동안 제기되어 왔던 방위비 분담금 관련 문제점들은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다. 1조원이 넘는 미집행금에도 불구하고 2014년도 분담금 총액을 전년 예산 편성액 7360억원 대비 25% 상승한 9200억원으로 합의한 것부터 상식적이지 않다. 지난 7월 새누리당과 정부가 당정협의에서 방위비분담금을 감액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는 사실을 잊은 듯하다. 게다가 매년 발생하는 미집행금 이월을 최소화할 장치도 마련하지 못했다.  

 

또한 미2사단 이전비용으로 분담금이 전용·축적되는 것도 막지 못했다. 외교부는 방위비 분담금의 미2사단 이전비용 전용을 지난 13년 동안 양해해 왔으므로, 이제 와서 전용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정부가 한 번도 사실대로 국회에 보고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이 미 측이 부담하기로 한 미 2사단 기지이전 비용으로 전용되는 것을 ‘양해’해왔다는 정부 측 입장은 지난 8차 비준동의안 심사 당시 처음 나온 발언으로, 그러한 내용이 사전에 국회에 보고된 바가 없다.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던 국회는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때마다 전용방지를 비롯한 제도개선 요구를 부대의견으로 계속 제기해왔다. 정부 또한 미 2사단 이전비용은 미 측 부담이라고 주장하며 전용가능성을 제기하는 시민단체 측 주장을 줄곧 부인해왔다. 이는 국회와 국민들을 기만한 정부의 잘못일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제기되었던 고질적인 문제들을 제대로 시정하지 않은 채 매번 비준 동의해주었던 국회의 책임이기도 하다. 

 

방위비분담금 불법 축적과 이자발생 문제에 대한 해명도 석연치 않다.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을 관리하고 있는 미국의 Community Bank(CB) 계좌가 무이자 계좌이므로 1조원이 넘는 예치금에도 주한미군이나 미 국방부에 돌아가는 이자수익은 전혀 없으며, 단 CB측이 예치된 자금으로부터 수익을 얻은 것은 한국 정부와 은행간의 문제라는 주한미군측의 비상식적 설명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협정 유효기간을 5년으로 합의해 2016년 미군기지 이전사업 완료시점 이후에도 1조원 안팎의 지원금을 보장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지속적인 군사건설비 수요가 있다는 미 측의 주장을 아무런 이의 없이 받아들이는 정부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비준안 통과가 지연될 경우 ‘한국인 근로자들이 강제 무급 휴가’를 떠나야 한다며 비준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 지급 시한을 핑계삼아 자신들의 협상실패를 면피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가 진정 한국인 노동자들의 처우에 관심이 있었다면, 그 동안 이들의 고용이나 처우 문제를 미 측에 전적으로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지금껏 이들의 인건비 70% 이상을 지급하면서도 이들의 처우에 대해 아무런 역할도 책임도 지지 않았다.

 

막대한 주둔지원금을 제공하는 측은 한국이다. 1조원에 가까운 국민들의 세금을 미 측에 제공하는데도 미 측의 요구에 떠밀려 조속한 비준을 요구하거나, 미 측과의 재협상은 불가하며, 재협상이 국익에 반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다시 강조하지만, 9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안은 그동안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문제점들을 전혀 개선하지 못한 협상실패의 결과물이다. 국회는 비준동의안 심사에 앞서 반드시 청문회를 개최하여 비정상적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의 문제점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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