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재조사와 재검증이 필수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재조사와 재검증이 필수적이다. 

 

 

오늘(3/26)은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지 4년이 되는 날이다. 먼저 이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한 천안함 장병들과 한주호 준위의 명복을 빌며, 희생자 가족들에게 삼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남한 시민사회 내부 그리고 남북 및 주변국 사이에 여전히 이견과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통일준비위원회 설치 등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 준비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히고 있으나, 정부가 남북관계의 엉킨 실타래를 풀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평화롭게 해결하고자 한다면 천안함 사건의 원인에 대한 이견과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난 4년간 지켜지지 못한 국민의 알 권리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정부를 보다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만들기 위해서도 천안함 진상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초정파적 검증에 협력하여 이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의혹과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천안함의 진실을 검증하는 것은 천안함 사건 이후 악화일로를 걸은 남북관계를 바로잡는 첫걸음이다.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폭침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지방선거가 한창인 5월 24일 정부가 발표한 5.24 대북 제재조치는 지난 4년 동안 남북한 교류와 대화를 차단하는 장애물로 작용해 왔다. 천안함 폭침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북한 당국이 남한 측의 조사결과에 동의하지 않았고 주변국들 역시 우리 정부의 조사결과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에 대한 시인과 사과를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남북관계를 출구 없는 극한 대치상황으로 악화시켜왔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실현하고 ‘통일대박’이라는 결실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교착된 남북관계의 원인이 되었던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제기된 합리적 의심들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5.24조치를 조건부로 해제한 후 국회를 통한 천안함 사건 검증과 주변국 및 북한을 초청한 공동검증을 시도하는 것이 하나의 해법으로 모색될 수 있다. 

 

한편, 천안함 사건은 남한 내부의 민주주의에도 악영향을 미쳐왔다. 정부 발표를 믿는 측과 의혹을 가지는 측으로 한국 사회는 분열되었으며 정치‧사회적 쟁점사항이 있을 때마다 불신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어 왔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에 관한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억압받아 왔다. ‘폭침’이라고 확인할만한 정보와 신뢰할만한 근거는 사실상 제시되지 않았음에도 정부와 일부 언론들은 이 사건을 북한에 의한 폭침 사건으로 단정 짓고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을 종북분자 혹은 비국민으로 매도해왔다. 실제로 천안함의 진실을 다루려던 시민사회단체, 과학자들, 언론인들, 그리고 다수의 시민들이 정부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사실만으로 원색적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심각한 불이익을 당했다. 신상철 씨 등에 대한 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개봉한 천안함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해 국방부는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고, 상영관과 IPTV에서 외부압력과 협박을 이유로 배급사에 상영중단을 통보하기도 하였다. 반면, 국정원, 군, 안행부와 경찰, 보훈처, 교과부 등 국가기관들은 이른바 ‘안보교육’, ‘나라사랑교육’, 혹은 ‘대국민방어심리전’이라는 명목으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시민들과 사회단체들을 종북세력 혹은 반대한민국 세력으로 매도하는 정략적이고 편파적인 이념교육과 대국민선전활동을 수년간 지속해 왔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두고 형성된 국론의 분열을 해소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바로잡기 위해 보다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에 대한 공격과 매도를 멈추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제기된 의문을 해소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에 관한 신뢰할만한 추가 또는 재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국민과 주변국의 의구심을 해소할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정부가 폭침설의 결정적 증거라고 제시한 것들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온 상황에서 과학적 실험을 통한 폭침의 근거들을 재확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검증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최종보고서 어디에도 폭발의 흔적을 입증하는 자료가 없으며 어뢰부품과 천안함 본체에서 정부가 발견했다는 폭발재(산화알루미늄)가 사실 침전물(황산염 알루미늄 수화물)에 불과하다는 과학자들의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스스로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고 주장해왔고 이에 대해 과학적 반론이 제출된 만큼 ‘실험을 통한 재연’으로 진위를 가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지금껏 정부와 군은 이를 재확인하고 과학적 증거에 기초해 반박하기 보다는 이미 해외전문가들과 민간과학자들이 참여하여 과학적 검증이 끝난 사항이라며 검증요구 자체를 외면해왔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모의폭발실험 재연을 통해 폭침의 근거들을 재확인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일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상황과 최악의 긴장관계에까지 이르렀던 지난 4년간의 남북 경색국면을 반복할 수는 없다. 또한, 정부와 견해를 달리한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해 합리적 문제제기 조차 막는다거나 마녀사냥식으로 사상검증의 수단으로 삼는 비민주적 상황을 지속할 수 없다. 특히 또다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의 진실을 둘러싼 국내외 의혹과 갈등이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비과학적이고 정략적인 졸속조사결과 발표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만큼 천안함 사건 검증작업에 능동적으로 나서 이 사건을 둘러싼 국내외 갈등과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 정부 조사결과를 검증할 책무를 지는 만큼 이제라도 진상규명 특위 등을 구성해 정부 조사결과에 대한 국회의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 정부는 투명한 정보공개로 국회의 진상규명 노력에 적극 협조하고, 국회는 국민 모두가 신뢰할만한 검증작업으로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