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19-04-24   2000

[2019 GDAMS 연속기고 ①] 평화를 위한 군축, 평화를 앞당기는 군축!

평화를 위한 군축, 평화를 앞당기는 군축!

2019 세계군축행동의 날 연속기고 ①

최하늬(피스모모 연구기획팀장)

4월 21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를 비롯해 주요 도시 교회와 호텔 등지에서 연쇄 폭발이 발생해 수백 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많은 언론에서는 스리랑카 내전 이후 최악의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의 수는 228명. 이 한 문장으로는 감히 담을 수 없는 사건의 참담함과 숫자에 가려져 알기 어려운 228명 한명 한명의 존재들, 그리고 확인조차 되기 어려운 수많은 부상자들의 지금 이 순간을 함께 기억하고자 애써본다.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Global Day of Action on Military Spending)을 하루 앞두고 착잡한 마음으로 이 소식을 접하며, 연쇄폭발에 사용된 폭탄과 군사장비는 어떻게 유입이 되어 이 참담한 사태를 초래하게 되었나 생각해 본다. 2017년 기준 스리랑카 군사비 지출은 국가 예산의 11%, GDP 대비 2.2%를 차지한다. 2010년부터 2018년 동안 스리랑카에 무기를 공급한 국가들은 공식적 집계로만 했을 때, 미국, 이스라엘, 러시아, 프랑스, 중국,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등이다. 전 세계 주요 무기 공급처들이다 (SIPRI 무기이전 데이터 검색).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서 매년 발간하는 연감에 따르면, 2017년 세계 군사비 지출은 미화 1조 7,390억 달러로 냉전 종식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더 많은 무기가 생산되고 거래되면 우리의 사회는 더 안전해지는 걸까.  최근 십년 동안 무력분쟁 발생 건수, 무력분쟁으로 인한 사망률, 중동과 아프리카, 남아시아 전반에 발생한 폭력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더 많은 군사장비와 무기, 더 높은 군사비 지출은 결코 평화를 지킬 수 없음이 십년 간의 추세와 더불어 스리랑카에서 발생한 테러와 죽음, 이 잔인한 사실로서 규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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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부터 4월 29일까지, 약 일주일 간 진행되는 2019년 GDMAS 캠페인 슬로건은 ‘평화를 앞당기는 군축’이다. 강력한 군사력이 평화를 지키는데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이념과 믿음이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군비축소’는 이상적이거나 혹은 터무니없는 방법으로 치부되어왔다. 이런 주류의 사고에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글을 소개하며 군축에 대한 생각을 환기해 보고자 한다. 조르디 칼보 루판네스(Jordi Calvo Rufanges) 국제평화사무국(International Peace Bureau, IPB) 부의장이 쓴 ‘안보를 위한 군비 축소(LESS MILITARY SPENDING FOR MORE SECURITY)’ 글을 부분 발췌, 번역한 것으로 2018년 10월 24일에 게재되었으나, 이 글이 던지고 있는 시사점은 여전히 유효하기에 함께 나누고자 한다. 

불안을 초래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군사비 지출 

더 안전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대한다는 전통적인 개념의 억제 및 안보 독트린(doctrine, 원칙)과는 반대로 군사화(militarisation)와 무장화(armamentism)는 전 세계 군비경쟁을 초래한다. 군사력을 강화하고 더 많은 무기를 축적하는 것은 국제사회 전체에 불신과 의심을 조장할 뿐이다. 이는 이미 낡아빠진 패러다임 즉 힘의 균형과 경쟁으로 개념화할 수 있는 현실주의에 근거한 국제관계 형태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군사비는 국가 간의 관계를 군사화한다. 군사화된다는 것은, 더 큰 규모의 군대가 보다 용이하게 동원되어 전 세계 어디로든 보내질 수 있다는 것이다다. 높은 비율의 군사비 지출은 외교 대신 군대를 사용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그 결과, 협력, 다자주의, 예방외교 등은 완전히 무력해질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진짜 안보 위협 대응에는 무용지물인 군대

군사적 대응이 안보 위협에 대비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최근에 일어난 결정적인 예가 바로 테러와의 전쟁(Global War On Terror)이다. 2001년에 발생한 911 테러를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에서 일어난 수백 건의 비슷한 형태의 테러리스트 공격을 경험한 우리에게 이에 대응할 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진 미국은 일명 테러와의 전쟁을 추진했다. 테러와의 전쟁 끝에 미국과 동맹국의 군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군사 점령했으며, 그 중에서도 리비아, 시리아, 말리 또는 예멘에 직간접적으로 군사개입을 행했다.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됐을 때 보다 지금이 더 테러리스트 위협이 더 높은 것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누가 테러를 일으키는가? 위에 언급된 모든 전쟁이 일어나면서 강제추방 당하거나 도망가야만 하는 무고한 시민들, 드론 공격 피해자들, 인도주의단체 소속 인력들의 폭탄 피해, 민간인 사상자들의 발생은, 테러가 무엇인지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군사적 안보가 안전을 보장하지 않고 그 반대임을 확신을 갖고 물어야 한다.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부분의 경우 유엔개발계획(UNDP)이 개발한 인간안보 개념과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 세계 주요 정치 지도자들은 이를 많이 잊은 듯하다. 정부는 인간안보 프레임워크(Human Security framework)에 대해 노력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부가 우선시하는 안보는 정치, 사회, 경제적 현 상황(status quo)을 묻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국가 안보(security of States)이기 때문이다. 또한 엘리트들은 그들의 특권을 박탈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군사화된 경제  

군사비 지출은 주요하게 사회와 정치 분야를 군사화 하지만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의 군사비 예산은 군수 기업의 유일한 관련 수입 출처이다. 그러므로 무기 상인들은 자신의 활동과 앞으로의 수익을 보장받기 위해 정부가 군사적 안보 접근 방식을 유지할수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군산복합체 생산 현황을 정확한 방법으로 측정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2016년 SIPRI의 100개 무기생산업체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군수 기업들을 전 세계에서 군사비 지출이 가장 높은 국가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가장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는 미국부터 서유럽,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 인도. 이스라엘, 한국 터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국가들에 있는 기업들의 매출액만 보더라도 미화 4천억 달러에 가깝다. 전 세계 무기 수출액과 관련된 SIPRI의 다른 지표를 살펴보면, 매년 미화 3백억 달러 정도가 된다고 한다.   

안보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의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군수 기업들은 정부와 계약을 맺기도 하며, 군사 연구 보조금을 받고, 국방부나 심지어 국가의 지도자들로부터 국가의 외교적 서비스를 지원받기도 한다. 군수산업복합체의 영향력과 로비가 있었기에 이것들이 얻어질 수 있었으며 여기에는 무기상인 및 중개인, 군인, 정치인 역시 포함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에는 “회전문 인사(revolving doors)“라고도 알려져 있는 현상 때문이다. 회전문 인사를 통해 무기 비즈니스의 핵심 인사들이 정부의 국방 관련 고위급 관계자가 되기도 하고 군인들이 심지어 군수 기업의 CEO가 되기도 한다. 

군수 기업들은 완벽한 싱크탱크 및 관리기관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데 이들은 물리적으로도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요한 기관들과 가깝게 위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수백만 명의 군수 기업 로비스트들은 출판이나 보고, 컨퍼런스, 회의, 권고 등을 통해 유럽의회 의원, 유럽 위원회 회원 및 공무원들에게 유럽의 안보 및 방위 문제에 대해 ‘도와주고, 지원을 하고, 평가를 도와준다’.     

군수기업체 로비 중 가장 성공한 예가 바로 유럽에 도착한 모든 형태의 이주자들과 난민 문제의 안보화이다. 도대체 무엇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인도주의적 위기가 유럽의 안보 문제가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무엇이 이에 대한 대응으로 유럽연합의 군사화가 더 강화된 것일까. 왜 유럽연합은 군사비를 새롭게 책정하고 군수 기업들을 지원해 이주자들의 이동을 관리하기 위한 신규 무기와 군사 장비를 개발하게 한 걸까.  

안보화는 이주자 정책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같은 인류의 중요한 도전과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만약 모든 것들이 안보화의 관점에서 결정된다면 군사적 대응은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안보화는 사회적, 인도주의적, 환경적 측면을 군사적 위협과 군사적 해결책으로 간주하며 이는 분명히 무기 산업에 있어 최고의 마케팅이 될 것이다.

이 글의 전문은 LESS MILITARY SPENDING FOR MORE SECURITY에서 확인 가능하다. 

평화를 앞당기는 세계군축행동의날 캠페인(GDAMS)을 제안하며 

조르디 부의장이 소속되어 있는 국제평화사무국 역시 정치, 사회, 경제, 국제관계의 탈군사화를 위해 세계군축캠페인(Global Campaign on Military Spending (GCOMS)과 같은 캠페인을 해오고 있다. GCOMS는 군사비 감축을 위한 캠페인으로서 그 중에서도 세계군축행동의날(GDAMS) 기간에 다양한 액션들이 펼쳐진다. 

올해 한국의 평화단체들이 진행하는 GDAMS 캠페인에는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많은데 그 중에 ‘국방비 47조 대신 OOO을 위해 예산을 사용하자’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찍는 액션이 있다. 군축에 관심 있는 여러 단체나 개인들의 영상을 담았는데, ‘난민인권센터’라는 단체에서 남겼던 한 문장이 마음에 남는다. 

“전쟁으로 돈 벌지 말고, 전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씁시다!”   

* 2019 세계군축행동의 날 <평화를 앞당기는 군축> 캠페인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피스모모, 한베평화재단이 함께합니다. 

[2019 세계군축행동의 날 연속기고] 

2019 GDAMS 연속기고 ① 평화를 위한 군축, 평화를 앞당기는 군축 / 최하늬 피스모모 연구기획팀장 

2019 GDAMS 연속기고 ② ‘평화’를 위한다는 전쟁, 결국 방산 기업만 웃는다 / 쭈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2019 GDAMS 연속기고 ③ 세월호와 천안함을 ‘비교’하는 사람들, 대체 왜 그럴까 /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

2019 GDAMS 연속기고 ④ 지뢰와 함께 사는 한반도…이젠 끝내야 한다 / 조재국 (사)평화나눔회 대표

2019 GDMAS 연속기고 ⑤ 아이들 밥값보다 전쟁 무기? 부끄러운 ‘세계 10위’ / 신미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2019 GDAMS 연속기고 ⑥ 남북 간 군축으로 한반도 평화 정세 이어가야 / 박석진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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