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13-12-22   2592

[논평] 국회는 위헌적인 ‘국군 해외파견 참여법’ 제정안 폐기해야

국회는 위헌적인 ‘국군 해외파견 참여법’ 제정안 폐기해야

파병 절차 정비 미명 아래 해외파병 요건 대폭 완화 추구

경제적 이윤 위한 파병, 비분쟁지역 파병 등에 법적 근거 제공 우려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에 송영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군의 해외파견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하 국군해외파견법안)이 상정되어 법률안 심사를 앞두고 있다. 국군해외파견법안은 제안문에서 표방하고 있는 “국군의 해외파견활동에 대한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조항은 선언적인 것에 그치고 있는 반면, 해외 파병의 범위에 대해서는 다국적군 파병뿐만 아니라 ‘국방교류협력을 위한 파병’까지 대폭 확대함으로써 헌법에 저촉되는 다양한 종류의 국군해외 파병에 합법의 외피를 씌울 우려가 크다. 

 

우선 이번 국군해외파견법안은 전혀 헌법적 근거가 없는 파병을 정당화하는 위헌적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른바 ‘다국적군 참여’와 ‘국방교류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파병이 그것이다. 그런데 우리 헌법 제5조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유지에 기여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며 “국군은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의무를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어 특정 국가의 요청에 의한 다국적군 참여, 타국 군대의 교육훈련, 재난구호 등을 위해 국군을 해외에 파견할 헌법적 근거가 없다. 게다가 국회는 이미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이른바 UN PKO 법)”을 제정 운용해 유엔이 요청하는 국제평화유지활동을 위해 부득이한 경우 국군을 해외에 파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국군의 해외파견 범위를 더 확대하기 위해 별도의 법을 제정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둘째, 이번 국군해외파견법안은 위헌논란을 빚고 있는 UAE 파병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후적으로 고안된 법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국군해외파견법안에 따르면 국방교류협력이란 “특정 국가의 요청에 따라 비분쟁지역에 파견되어 수행하는 교육훈련, 인도적 지원 및 재난구호 등을 비롯한 제반 비전투 국방교류협력 활동”을 의미한다. ’아랍에미리트(UAE)군 교육훈련 지원’을 명목으로 강행된 국군부대의 UAE 파견은 “특정국가의 요청에 따라 비분쟁지역에 파견되어 수행하는 교육훈련”의 전형적인 사례에 속한다. 그런데 UAE 파병은 사실상 ‘이명박 정부가 UAE 왕정(王政)에게 원전수출의 대가로 제공한 일종의 군사원조’로서, 국토방위에 헌신해야 할 국군을 ‘상업적 목적으로 해외로 파견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왔었다. 더구나 2012년 UAE 파병연장 동의안 심사과정에서도 법적근거 부족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 법안에 국군의 해외파견 근거의 하나로 ‘국방교류협력’이라는 모호하고 포괄적인 조항이 삽입한 의도가 UAE 파병을 둘러싼 위법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것이 아닐까 우려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법안에서 ‘인도적 지원’이나 ‘재난구호’를 국방교류협력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이를 위해 국군부대를 파견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비상식적이고 위험천만한 일이다. 인도적 지원과 재난구호에는 구급대 혹은 개발구호 전문단체나 업체가 전문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다. 물론 공병부대나 의료부대가 인도지원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같은 비용을 들일 경우 민간구급대와 전문업체가 더 전문적이고 효과적이다. 군대의 본질적인 임무는 전투수행이다. 이 임무를 수행하기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보급과 복구 임무를 병행할 뿐 복구와 재건이 주된 임무는 아니다. 부득이 평화유지 임무와 인도지원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할 경우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이 경우 이미 입법화되어 있는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이른바 UN PKO 법)‘을 적용하면 족하다. 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위해 국토방위를 목적으로 소집된 군인들을 무분별하게 해외에 파견하기 보다는 국제개발원조 차원에서 긴급구호분야에 전문성 있는 민간인력과 장비에 적극 투자하여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국군해외파견법안이 다국적군 참여를 당연한 것처럼 법안에 명시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법안은 국군의 다국적군 참여 조건으로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결의’외에도 ‘국제사회의 지지와 결의’라는 모호하고 포괄적인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다국적군 참여의 길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이라크 파병, 아프간 파병을 거치면서 미국 등 강대국의 요청에 따라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점령행위에 우리 군대를 파견한 것이 국내외에서 큰 논란거리가 되어왔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이라크/아프간에 행해진 전쟁과 점령은 이를 주도한 미국 내에서조차 환멸 섞인 내부논란에 직면한 바 있다. 게다가 우리 정부, 특히 외교부와 국방부는 지난 10여 년간의 다국적군 파병 관련 과연 다국적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평화와 재건에 기여했는지 여부에 대해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보고서 하나 국회에 제출한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다양한 경로의 다국적군 파병을 정당화하는 입법안을 마련해서는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국군해외파견법안은 제안 취지와는 달리 국군의 해외파견활동에 대한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국회와 국민의 민주적 통제를 제도화할 실질적인 조항은 전혀 제안하지 않고 있다. 법안은 해외파병 시 헌법과 국제법을 준수할 의무(제3조), 정부가 파병지역에 대한 조사활동보고서를 사전에 작성할 의무(제5조), 매년 정기국회에 국군 파견부대의 구체적인 활동성과, 활동상황, 임무 종료 및 철수 등 변동사항을 보고할 의무(제11조) 등을 제안하고 있으나, 이는 과거에도 의례적인 수준에서 시행하여 오던 것으로서, 해외파견 국군부대의 실제 활동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데 거의 효과가 없음이 입증되었다. 지난 10여 년간 외교부나 국방부는 이라크 아프간 등 민감한 파병지역에 대한 민간용역분석보고서나 객관성 있는 국제보고서를 작성하지도 공개하지도 않았고, 파견부대의 활동이나 예산에 대해서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대부분의 정보를 비밀에 부쳐 왔으며 국회에 제출하는 보고자료나 결산자료조차 허위로 제출한 예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법안은 군의 이같은 자의적인 비밀주의와 위법행위를 제어할 어떤 실질적인 조항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법안은 국군파견부대가 국제법을 위반하거나 국회의 민주적 통제를 사실상 거부했을 경우 국회나 사법기관이 어떤 제약을 가할 수 있는지 전혀 명시하지 않았다. 도리어 매우 포괄적인 불이익 금지 조항(13조)를 명시하는 등 파견의 불법 가능성이나 현지활동에서의 위법가능성에 대해 면책의 여지를 두고 있다.   

 

국토방위를 위한 목적 이외에 국군부대를 다른 국가에 주둔시키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국내‧국제법적으로나 민감한 일로서,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은 국군부대의 해외파견을 최소화할 것을 지향하고 있다. ‘다국적군’이나 ‘국방교류협력’을 위한 파병은 엄격히 금지되어야 하며 국제연합의 평화유지임무(PKO)를 위한 파병 역시 민간이 이행할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 불가피한 PKO 파병의 경우에도 해당 분쟁지역의 역사, 분쟁유발 요인, 가장 효과적인 갈등해소 방안 등에 대해 충분한 연구와 정책검토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 전 과정이 국회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파견부대의 활동과 예결산 세목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구체적인 성과와 현지에 미친 영향 혹은 부작용 등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평가되어 국회와 국민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이로써 국군부대의 불필요한 파병을 통제하고 군대가 아닌 별도의 재난구호단 또는 인도적 지원단 파견으로 현지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국회는 위헌적인 각종 해외파병을 도리어 정당화하는 국군해외파견 법안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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