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08-10-12   1661

[국감-국방위④] 육군출신 청장, 방위사업청 운명을 국방부 손에 맡기다


업무파악 못해 시작부터 혼쭐나는 방위사업청장과 직원들


10일 국회국방위원회 국감 대상기관은 방위사업청이었다. 최근 언론에서는 군무회의에서 방위사업청의 주요 핵심기능은 국방부로 이전하고 사실상 껍데기만 남기기로 결정했다고 보도된 적이 있다. 그러다보니 이 날 국감은 향후 방위사업청의 조직개편 방향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런 주요 논의에 앞서 방위사업청장이 첫 질의자였던 한나라당 김옥이 의원의 방독면 관련 질의에 제대로 답변을 못해 시작부터 ‘수모’를 겪는 일이 생겼다. 양치규 방위사업청장은 방독면에서 유독물질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있다, 없다 조차도 답변을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다른 직원들도  방독면 관련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심지어 엉터리 답변을 해 버려 허위보고라는 비판에 몰리기도 했다. 결국 여러 의원들의 호통이 이어졌다. 안타깝게도 이 문제는 당일 방위사업청의 국정감사 준비가 얼마나 미비했는지를 보여주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방위사업 청장, 방사청 운명을 국방부에 맡기다


곧이어 의원들의 방위사업청 축소론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방위사업청은 그간 무기획득관련 사업에서 군 비리 방지와 폐쇄적인 구조 개방, 육군 위주로 과도하게 편중된 무기획득체계 개선 등을 위해 2006년 1월 1일 개청되었다. 이러한 개청 취지에 따라 의원들은 방위사업에 있어서 그동안 얼마나 투명성이 증대되었는지, 국방부가 효율성을 강조하며 핵심기능을 이관하려는 것에 대해 방위사업청 측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집중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양치규 방위사업청장은 국방부의 비효율성 문제 지적에 동감하고, 그런 취지에서 국방부 개편안에 일정정도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는 반대로 김종민 방위사업차장은 기존대로 방위사업청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해 즉석에서 내부 충돌을 빚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의원들은 청장과 차장의 상반된 의견을 두고 어이없어 하며 떤 의원들은 집안싸움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그 중 선진과창조의모임 심대평 의원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방위사업청과 국방부간 업무연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방위사업청 제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하였고, 민주당 안규백 의원도 제 3기관인 감사원에서 방위사업청 활동이 잘 되었다고 높이 평가했던 점을 들어 효율성 문제는 결국 의지와 실천의 문제라고 양치규 방위사업청장을 설득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역시 방위사업청이 투명성 제고 성과에 대해서 당당해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방위사업청장의 업무 성과에 대한 자신감 및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 것이다. 육군 출신의 인물들이 대거 국방부 주요 직위를 차지하고 있고, 노골적으로 무기획득관련 업무를 독식하려는 의도를 내비치면서, 육군 출신인 양치규 방위사업청장이 이러한 국방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일각의 비난이 오히려 설득력 있어 보인다. 


사실상 방위사업청 개편 여부가 결국 국방부를 비롯한 육해공 각군의 ‘제 밥그릇 챙기기’ 문제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방사업청의 투명성·합리성·공정성에 기반한 무기획득체계 개선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군 개혁과는 전혀 동떨어진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정말로 심각한 문제이다.



▲ 국방위원회 회의실 입구에서 바쁘게 국정감사 준비를 하고 있는 방위사업청 직원들


여전히 독점업체들이 활개치고 있는 방위산업체


이번 국감에서는 방위사업의 고질적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독점업체 납품도 자주 지적되었다. 김효재 한나라당 의원은 군용헬맷 구형과 신형을 직접 가지고 나와서 방위사업청장에게 써 보라고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신형에도 불구하고 성능이 전혀 뛰어나지 못한 점은 바로 한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답을 못해 국감장을 엄한 분위기로 만들었던 방독면 문제 역시 독점업체가 장악함으로서 생긴 문제이기도 하다.


방위산업 독점업체 문제들은 비단 이번 국감 때만 지적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불거져 나오게 된 것은 역시나 방위사업청의 무기획득사업 개선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폐쇄적인 결정구조로 불신을 높여왔던 국방부가 또 다시 무기획득 사업을 도맡게 된다면 이런 문제해결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효율성 제고와 함께 무기획득체계 검증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들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그 외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이 국산화 무기체계의 허구성을 예리하게 지적하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바로 K1 전차개발 사업이 이런 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대표적인 예이다. 김 의원은 방위산업체들이 이윤율을 높이기 위해 외국 회사로부터 수입한 부품을 살짝 개조해서 국산화로 둔갑시키고 있다며 국산화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현재 문제시되고 있는 한국형기동헬기사업(KHP)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않아 씁쓸했다.


이 뿐만 아니라 의원들이 다루는 내용에는 막대한 국방예산이 들어가는 무기 개발 및 도입사업들에 대한 질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계 곳곳에서 틈만 나면 사고를 일으켜 말썽이 되고 있는 F-15K의 2차 도입이나 MD 참여 논란을 부추기는 조기경보통제기 구입, 미국이 신형 헬기 개발 재원 마련을 위해 한국에 팔아넘기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낳는 미 아파치 헬기의 중고 구매 여부, 제주 도민들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는 제주해군기지 사업 등 이러한 주요 사안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질타 혹은 질의하는 의원은 거의 없었다.


방위산업을 신경제성장 동력으로?


이번 국감에서도 질 높고 돈 되는 무기를 많이 생산하고 많이 파는 것이 최고라는,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듯 방위산업을 ‘신경제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국회의원들의 인식이 확인되었다. 넓게는 무기 생산이나 거래에 대한 윤리성 문제는 없고 효율성만 강조되었다.

당장에 크게 걱정스러운 점은 무기획득과 관련해 그간 무수히 저질러졌던 부정부패 비리가 일소되고 있는 흐름을 외면하고 명예롭지 않은 ‘과거의 영광’만을 쫓고 있는 국방부의 움직임이다. 무기획득 사업에 대한 정책 및 예산 기능을 장악하려는 국방부의 현 태도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식의 국방정책들이 제발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 일환이 아니길 바란다. 당연히 국회에서도 국방정책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지 않도록 이를 제어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의원들의 말말말 ★



안규백 민주당 의원


“청장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지요. 청장님을 바라보는 청의 직원들 숫자가 얼마나 됩니까?..국방부 장관에 대한 과잉충성 아닙니까?”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방위사업청 조직개편에 대한 육군 대 해공군 갈등을 언급하며,
“방사청장도 육군 출신 29기네요. 아까 차장은 해군 출신이네. 둘이 싸우지는 않나?”

“실제로 어느 정권시절에 무기 거래로 떼돈 번 사람 있다. 그 사람 LA 갑부가 되어 있는데 국내 들어왔다가 구속되었다. 공소시효 계산 잘못해서 그렇게 되었다. (모두 웃음) 얼마전 로비스트 드라마 했는데, 무기 거래 나오는 드라마이다. 방사청장은 그것도 안봤나?”


김효재 한나라당 의원


 “F-15K 에이전트사 우일통상 등기본 떼 보니 육가공업, 농수산물 가공업, 식품 및 가공식품 수입판매업…F-15k에 따른 손해 배상을 식당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나?”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


“평소 못보던 메모지 책상위에 올려져 있는데 이거 방사청에서 만들었나? 이거 무슨 예산으로 만들었나? 이거 만든 사람 손들어 보세요.”


김동성 한나라당 의원


(터키와 흑표관련 기술 이전 계약에서), “승인인가 아니면 통보인가? 여보세요, 제가 변호사에요!”


서종표 민주당 의원


“방사청이 현재 법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안타깝다. 피감사자 입장에서 감사반이 임무를 잘했느냐 못했느냐 비판하는 것은 받아들여야하지만 조직편성을 잘해줬는냐 못해줬는냐는 여러분들 잘못이 아니다.”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


“국방부로 기능 이관 주장 나만 하는 것처럼 언론에 나왔던데…. 자기 조직 지키기 위해 과도하게 투명성을 (홈페이지에) 홍보하는 것은 맞지 않다. 홈페이지에 그 글 올린 사람 명단 나한테 달라.”

“ADD에서 자체개발한 방산연구기술을 ADD가 자체적으로 평가하나? 시험문제를 ADD가 내고 답도 ADD가 알려주나?”



 


                                지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와 착한무기프로젝트팀은 2008년 국회 국정감사 중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 국감을 모니터링하고 후기를 공동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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