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초록동색, 김태영 국방장관 후보자, 이상희 장관과 차별성 없어


도덕성 논란은 비켜가


지난 9월 18일(금) 김태영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국방장관 직위를 수행할 적임자인지 판단하기 위한 인사청문회가 개최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 단골메뉴가 되어버린 위장전입, 논문표절, 부동산 투기 등과 같은 도덕성 문제는 김태영 후보자의 오랜 군생활로 덕분인지 논란이 일어나지 않았고, 대신 후보자의 대북인식이나 국방현안에 입장에 대한 질의에 집중되었다.


이상희 국방장관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해


이상희 전 국방장관의 낙마로 이어진 2010년도 국방예산 문제를 비롯해 국방개혁2020 수정, 전시작전권 환수, 임진강 참변과 북한의 수공 논란, 북핵 문제, 파병 등 다양한 현안들에 대한 김태영 국방장관 후보자의 입장과 소신을 묻는 질의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이러한 의제들에 대해 김태영 후보자의 입장은 이상희 국방장관과 차별성이 거의 없었으며,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보완하겠다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하였다. 그나마 이상희 현 국방장관의 낙마 때문인지 2010년 국방예산 감축에 대해서는 국방예산도 국가재정의 일부로써 국방예산 감축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주로 다뤄진 의제와 김태영 국방장관 후보자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 대북 선제타격 논란


지난 합참의장 인사청문회 때 불거졌던 북핵 선제타격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김태영 후보자는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되 전쟁 발생 시 적의 핵사용이 확실 시 될 때의 상황을 얘기한 것이며 이에 대해 입장 변화는 없으며 또한 타격은 한미간 협의 후 이뤄질 것이며 타격능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남북간에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나 현 정부가 이러한 대립관계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공영을 지향하고 있는 상황이고, 국방장관으로서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최대한 방지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본연의 책무이기 때문에 전쟁을 상정한 선제타격 발언은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 더욱이 북핵 협상을 위한 북미대화가 시작되는 등 대화 재개 움직임이 조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하다.


◯ 임진강 사태와 북한의 수공 논란


임진강 사태에 대해 이것이 북한의 수공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김영우 한나라당 의원은 임진강 참변이 북한의 수공인지 묻는 질의에 ‘정확한 판단을 위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김태영 후보자는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김영우 의원은 무조건 수공이라 판단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다. 임진강 참변을 북한의 수공이라 주장하는 일부 보수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김태영 후보자는 황강댐이 만수위였다는 정황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한 것이다.


◯ 국방개혁 논란 ‘선전력화냐, 선부대개편이냐’


김태영 후보자는 ‘군축은 궁극적으로 가야할 방향’이라고 답변하면서도, ’선병력감축 후 그 재원으로 전력증강하면 좋겠지만 북한이 대규모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병력 감축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함으로써 사실상 병력감축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대규모의 육군 병력을 유지한 채 재래식 전략 증강을 꾀하겠다는 국방개혁2020 수정안에서 드러난 것처럼 병력 수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고, 과감히 병력을 축소하는 여타 국가들의 국방개혁 방향과도 배치된다. 애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국방개혁2020의 취지는 효율적이고 경량화된 군대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과도한 병력유지가 국방예산을 압박한 지 오래이고, 장성 축소 등 과감한 병력감축 없이 전력화를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방부의 ’선전력화 후 부대개편‘은 실현가능하지 않다. 이러한 국방부의 병력유지의 의지는 북한에서의 군사활동과 민사작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 국방예산 감축 논란


이상희 전 국방장관이 국방예산 논란으로 낙마한 만큼 2010년도 국방예산 감축에 대해 많은 질의가 이어졌다. 김태영 후보자는 ‘국방예산도 국가예산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국가재정 축소에 따른 국방예산 감축은 당연하지만 남북대치상황,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안보상황, 초유의 국방개혁 추진 중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답변하였다. 국방개혁2020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가정으로 계획되었기 때문에 추진이 불가능한 거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경제위기로 인한 예산감축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장기계획인 국방개혁2020을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국방예산은 일반 국가재정 운용 논리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상희 국방장관의 강경한 입장에 비해 김태영 후보자는 한 발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국방예산 축소에 대한 동의라기보다는 국방장관 교체로 이어진 국방예산 논란을 감안한 일시적인 조치로, 국방예산의 대폭 증액에 대해서는 이상희 장관과 입장 차이가 없어 보인다.


◯ 북한의 급변사태와 작전계획 5029 논란


작계5029 추진현황에 대해 묻는 질의에 대해 김태영 후보자는 ‘현재는 작계5029는 아니고 우발계획(개념계획)5029로 존재한다고 밝히면서 이명박 정부 들어 훨씬 진전되었으며, 북한에 쿠데타가 발생한다거나 하는 상황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작전계획이든 우발계획이든 그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작계5029가 북한 내부의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시 한미가 군사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공격적인 군사태세라는 것이다. 개념계획(우발계획)이든, 작전계획이든 이와 같은 군사작전 계획의 존재는 불가침의 원칙에 위배되며,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국방부의 시대착오적 정책에 관한 입장


대체복무제 도입 백지화, 불온서적 선정, 기무사의 민간사찰 등 국방의 시대착오적 행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에 대한 김태영 후보자의 입장을 묻는 질의도 이어졌다. 불온서적 지정 재검토(문희상의원(민))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 검토(유승민(한))에 대해 김태영 후보자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형식적으로 답변하였다. 기무사 민간사찰에 대해서는 ‘적법하게 수사활동을 한 것이고 민간인을 사찰한 것은 아니라고 답변하며,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향후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김태영 후보자는 서면으로 답변했다고 한다. 김태영 후보자의 이런 모순적 답변에는 기무사의 민간사찰을 대놓고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이러한 기무사의 행태가 잘못된 것임을 은연중에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현안에 대해 이상희 장관과 변별성이 없는 김태영 후보자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지는 의문이다.


◯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PKO 파병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장단점에 관한 질의에 대해 김태영 후보자는 ‘긍정적 요소로는 국력에 부응하는 위상을 제고하며 그곳에 나가있는 국민들을 보호하고 한국기업이 진출할 기회를 확보가능하다고 한 반면, 부정적 요소로는 미국과 나토군도 쉽게 통제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가지기 때문에 한국군도 그곳에서 쉽지 않은 작전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후보자의 답변은 모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아프간 현지정세는 국민에 대한 안전보호도 한국 기업의 진출도 불가능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간 파병이 한국민의 피살과 납치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리고 여전히 아프간의 평화가 요원하다는 점에서 파병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정부와 국회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김태영 후보자는 평화유지군(PKO)에 대한 입장에 대해 ‘세계 13위의 경제능력을 가진 국가로써 남에게 베풀 수 있고 국가위상에도 걸맞게 세계평화 보장을 담당해야 한다고 답변하며, 해외파병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각국들의 유엔 PKO 파병 규모는 국력과 전혀 비례하지 않으며, 도리어 제3세계의 PKO 파병규모가 가장 크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의 국제평화에 대한 기여는 PKO 활동보다는 공적개발원조(ODA) 대폭 확대 등 비군사적인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군비증강과 정치외교적 논란을 촉발시킬 수 있으며 기술적으로도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미사일방어체제(MD)의 필요성, PKO상비부대 설치나 신속파병법 제정의 문제점, 국방에 대한 문민통제에 대한 입장 등에 관해서 질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인사위원들의 말, 말, 말]


“북한은 우리가 가장 타도해야 할 대상이며 재래식 무기 군축은 아직 시기상조,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서비스는 안보”
김장수(한)
⇒ 선군정치를 펴고 있는 북한에서 나온 발언이라 해도 무방한 발언




“다른 부서는 수공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군은 수공으로 인식해야 한다”
김영우(한)
⇒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대북 적개심과 국민들의 공포감을 증폭시키는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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