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상 논란과 별개로 국방예산 삭감 당연하다



장관보고 배제, 절차상 ‘군기문란’ 비난받을 만해

국방부, 국방예산 확보 요구에 앞서 군살빼기에 나서야


오늘(8월 26일)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청와대와 기재부 장관 등에게 ‘국방예산의 안정적인 확보’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청와대 주도로 국방예산을 삭감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물론 국방부 차관이 장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예산삭감안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은 ‘군기문란’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이나 부자감세 등으로 재정건전성이 상당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 다른 분야의 예산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와는 무관하게 매년 대폭 증액되어 온 국방예산은 그 편성이나 운영에 있어 비효율적이고 방만하다는 점에서 대폭 삭감되는 것이 당연하다.


현재 국방부는 2010년 국방예산으로 전년대비 7.9% 증가한 30조 7817억원으로 제출했으나, 청와대는 3.8% 수준으로 예산증가율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국방개혁 추진이나 장병들의 복지여건 개선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국방부는 지난 6월에 발표한 ‘국방개혁 기본계획 2009~2020’을 통해 북한이 대규모 재래식 전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중점 육성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국방개혁의 방향을 ‘최대 위협’인 북한에 대한 방어에 집중하는 것으로 삼았다. 그러나 북한군의 전투준비태세는 급격히 악화되었으며, 지상군 위협의 총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마이클 네이플스 미 국방부 정보국(DIA) 국장이나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도 북한의 재래식 위협은 축소되었으며, 새로운 것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에 대한 방어는 정치외교적 역량을 집중배치해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지, 선제타격 운운하며 무기체계 도입이나 첨단무기 배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시 말해 국방부의 국방개혁 수정안에서 드러난 위협인식과 이에 따른 국방예산 배분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방부는 미래전에 대비한다면서 대규모 병력 유지에 집착하고 있다. 애초 국방개혁2020에 따르더라도 2020년까지 병력 50만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군 당국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65만명 이상의 병력을 2020년까지 51.7만명으로 줄이겠다며 병력 감축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이상희 장관은 국방개혁 수정안을 발표하기 전에 병력감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 사례를 찾기 어렵고, 매우 신중해야 할 군의 해외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3000여명 규모의 해외파병 상비부대까지 편성해야 하기 때문에 50만명 규모로 병력을 감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막대한 병력유지는 국방예산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국방예산 중 인건비 규모를 보면, 2008년도만 하더라도 8조 4000억원 이상의 인건비가 국방비의 32%를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 급식과 피복비용까지 합치면 병력운영비가 9조 8354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방위력 개선비용 7조 7495억원, 전력유지비용 8조 9771억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인건비 중에 장교 39%, 부사관 39%이며, 일반 사병의 경우 인건비 비중은 6%밖에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장교인건비 편중에 대해 2008년 예산안의 경우 국회 국방위와 예결위가 군의 장교증원에 대해 타당성이 없다며 예산의 1/3을 삭감하기도 했다. 따라서 국방예산을 가장 압박하는 요인이 바로 장교증원이라는 점에서 국방부는 병력규모의 축소, 특히 장교 인원의 대폭 축소를 통해 국방예산을 줄여야 한다.


관련하여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2008년도 회계연도 결산분석 자료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방부가 매년 국방예산 및 지출계획을 비현실적으로 세우고 비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며, 동시에 국방비 중 인건비 비중을 줄여 전력유지와 방위력개선 비용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동안 국방부가 국회에서 예산이 삭감될 것을 알면서도 과도하게 예산을 수립, 요구하면서 국방사업의 지연과 축소, 전용 남발을 낳았고 그 결과 국방 전 분야에 걸쳐 비정상적인 예산운용이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또한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35년간 국방비가 연평균 14%씩 증가해왔고, GDP 대비 3.6%, 국가재정(일반회계) 대비 24.8%(2000년 이후 20~30%에서 15% 수준으로 감소)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2009년의 29조원 상당의 국방비가 국가재정배분 분야 중 4위(사회복지, 공공행정, 교육 순)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국가재정 능력과 재원배분의 우선순위에 비추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국방부는 대규모의 국방예산을 요구하기에 앞서 병력규모 유지와 같은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예산소요 부분을 과감히 삭감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수십년 동안 그토록 많은 국방예산을 투입하고도 언제나 북한의 위협에 취약하다는 논리로 전력증강을 정당화하고, 막대한 국방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요구하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 지금의 30조원 상당의 국방예산도 결코 적지 않다. 이제 국방비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국방부 스스로 군살빼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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