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08-10-25   1126

[국감-국방위⑤] 군법무관의 ‘불온서적’ 헌법소원, 군인의 기본권을 상기시키다


양심의 자유인가 군인의 규율인가. 10월 23일 마지막 국방부 국감장은 소위 ‘국방부 불온서적’ 문제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국방부가 헌법소원을 한 군법무관 7명에 대해 군인복무규율 위반 여부를 조사, 심의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제기한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는 ‘검토해보겠다’, ‘참고하겠다’는 하나마나한 답변을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규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반복적으로 재확인했다.

특히 이들의 헌법소원이 ‘집단’적 행동임을 강조하며 마치 항명에 준하는 것처럼 말했다.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행위를 군 지도부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군대같은 규율적 조직이라고 해도 각 개인의 정치적, 시민적 기본권은 침해될 수 없는 것이기에 기본권 침해를 했다면 침해 당사자가 먼저 반성하고 시정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이는 이 나라 헌법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는 내용이다. 헌법소원을 도전과 항명으로 만들기 위해 국방부는 헌법소원을 한 사유를 보는 대신 애써 ‘집단성’을 부각시키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하려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김동성 의원(한나라당)의 말처럼 과연 사상적 포용력이 없는 북한과 다를 바 없는 것이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군의 정체성과도 위배되는 일이 될 것이다. 소위 ‘불온서적’을 발표하며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대해 제재를 할 수 있음을 국민과 군인을 상대로 경고해 놓고, 따르지 않으면 처벌만을 운운하는 것은 국방부 스스로가 잘못을 돌아볼 생각이 없음을 확인시키고 있다. 이는 가해 당사자가 폭력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태도이다.

이런 국방부의 태도에 대해 국방위원회 의원들은 시정을 요구했다. 김동성 의원은 과연 지정된 책들이 ‘불온’한 종류의 책들인지, 이적성이 농후한 책들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고, 목록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리고 ‘세상이 변했으며’ 만일 법무관들이 이기면 징계자가 헌법에 대한 월권 행위를 한 것이므로 더 큰 문제로 되돌아올 것이며 따라서 사상과 양심의 형성에 침해한 사례가 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국방부의 징계를 전향적으로 생각해주길 요청했다.

문희상 의원(민주당)은 안보의 핵심은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인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것인데 군인으로서의 복무 문제로 따지는 것은 적절치 못하고 결국 국방부의 경직된 사고가 문제를 키웠음을 지적했다. 국방부의 모토인 ‘선진강국 국민과 함께’를 실현하려면 신뢰를 얻어야 하고 다양한 생각들도 묶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전 국방장관이었던 김장수 의원(한나라당)은 자신의 출신답게 군인으로서의 행위 적절성에 대해 ‘집단’ 문제에는 동의했지만 김 의원조차도 책 내용의 불온성 문제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안규백 의원은 이제는 소통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며 국방부가 시대에 따르지 못하는 성급하고 신중치 못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추궁했다. 현 시대의 흐름과 지식 수준을 고려한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한나라당)도 비슷한 의견을 냈지만 홍준표 원내대표(한나라당)에 이르러 화룡정점을 이루는 듯 했다.


홍준표 대표는, 여러 의원들의 시정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해당 책들은 이적단체들이 장병의식화를 위해 보내려는 책들이고 군인은 특수신분이고 군대는 특수 조직이기 때문에 기강과 규율이 우선’이라며 반복해서 처벌 가능성을 말하자, ‘당신들 지휘부의 기강이 문제다’라며 야단을 치기까지 했다. 위헌성, 책 내용 검토 수준, 문제가 되는 책 내용, 사전 항변, 사전 요구, 해당 부처의 수준 등을 조목조목 따지며 미숙한 대처를 질타했다. ‘신세대 군인’의 사고방식에 대해 ‘너무도 모르는’ 군 당국이 바로 문제의 당사자이며,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이 같은 일이 지금은 왜 일어나는지 생각 좀 하고 경각심을 가지라고 호통을 쳤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며 일단 발생하면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 정도 서적 때문에 반입금지하는 국방부의 수준을 조롱하는 듯 했다. 군기위반은 부차적인 문제이며 장병들이 문제가 아니라 지휘관이 제대로 동향 체크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집단행동이 나오는 것이라며 이들이 얼마나 오래 토론하며 헌법소원을 했을까 고민 좀 하라는 주문이었다. 국방부가 어제 일어난 일에 대해 청구 내용도 잘 모르는 것은 시대 흐름에 도대체 경각심이 없음을 따진 것이다.


그러나 의원들의 이중적 태도 역시 여실히 드러났다. 의원들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불온서적’ 선정과 헌법소원에 대한 당국의 대처의 경직성을 지적하면서도, 군대는 기강이 중요한데 사전에 막지 못한 군인의 ‘집단적 행동’을 똑같이 문제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의원들은 군인의 집단적 행동이라는 ‘엄청난 사태’를 국방부가 고압적으로 일관해 사태 파악 및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이런 행동 자체를 ‘사태’로 바라보는 시각 자체 또한 문제이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사회나 조직 속에서도 기본권 침해는 일어날 수 있으며 특히 집단 속에서 위계에 따른 상층의 폭력은 너무도 쉽다. 하급자의 행동을 단순히 관리 미숙에서 파생된 문제로 볼 것이 아니다. 여러 층위의 관계로 형성된 사회 속에서는 언제든지 이런 기본권 침해가 가능함을 염두하며 그런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문제는 군인은 그런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군인도 당연히 적절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음을 전제하는 일이다.


‘이들은 군인이다’라고 강조하며 ‘국민’이 아닌 것처럼 말하며 회피할 문제가 아니라, 이들 역시 군인이기 이전에 국민이고 시민이기에 각자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과 생각을 형성할 권리가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신전력’이 떨어졌다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군인에게도 당연히 존재하는 기본권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첨단 무기 도입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염창근 (착한무기프로젝트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와 착한무기프로젝크팀은 2008년 국회 국정감사 중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 국감을 모니터링하고 후기를 공동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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