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08-10-07   1336

[국감 -외통위①] 10.4 선언 존중하지만 이행은 못한다?


10.4 선언을 둘러싼 의원들의 남남갈등 현주소

구상찬 의원 : (10.4선언 1주년 기념 강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어떻게 생각하나?
김하중 장관 : 현직 통일부 장관이 전직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 발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구상찬 의원 : 장관의 속마음 제가 잘 알고 있다.


국정감사 첫날인 6일, 국회 본관 4층에서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대상 국정감사가 개시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날이 갈수록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깊어지고 있는 마당에, 하필 이 날 키워드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속마음’이라고 제시해도 될 만큼 초반부터 국정감사는  그 한심한 수준을 드러냈다.


사실 이는 지난 10월 1일, 통일부 장관이 건군 60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는 참여했으면서 10.4선언 1주년 기념 행사에는 불참한 것을 놓고, 의원들의 공방이 시작된 것이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통일부 장관의 이런 처사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반면,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의자료가 배포된 10.4 행사는 건군 60주년 행사에 재를 뿌리는 것이라며 독설까지 퍼부었다. 이런 상황을 보건대 도대체 여기가 이명박 정부의 국감장인지, 전 노무현 정부의 국감장인지 도무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다면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속마음’은 정말로 복잡다단할 것 같은데, 일부 의원들은 어떻게 ‘이심전심’으로 잘 알고 있다는 것일까.


10.4 선언 존중하지만 부정하는 해괴한 논리


문제는 일부 의원들의 10. 4선언에 대한 인식이다. 10. 4 선언은 문국현 의원이 언급한 대로, 작년 11월 1일 유엔총회 결의안을 통해 전 세계가 이를 지지했던 국제적 성격을 담고 있다. 그래서 지난 한러 정상회담 때 메드 베데프 대통령은 ‘2007년 정상선언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는데 오히려 한국 정부는 순전히 러 대통령의 ‘돌출발언’이라며 진땀을 흘렸다. 10.4선언을 인정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가 초래한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오늘 국감 자리에서도 몇몇 의원들은 기다렸다는듯 지난 참여정부가 맺은 10. 4선언에 대해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의 경우, 북한이 10.4선언을 투쟁의 도구로 삼아 남한의 친북세력을 결집시켜 이명박 정부를 고립시키고 경제적 이득을 챙기려 하다고까지 해석했는데, 이는 시대착오적인 것을 넘어서서 도무지 외통위 위원으로서 면모를 찾아볼 수 없는 발언이다.


통일부 장관 역시 10.4선언에 대한 입장이 모호했고, 답변태도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김 장관은 양국 정상 합의라 하더라도 국민적 합의가 없으면 결국 ‘퍼주기’에 불과한데, 지금으로서는 국민적 합의가 없다고 10.4 선언을 평가절하 했다. 10.4선언 이행은 대북 퍼주기이므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의견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오늘 국감에서 화두가 되었던 10.4선언 이행 요구에 14조3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되는 것이 큰 난관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여러 의원들이 제기한 대로 그 타당성을 따져가며 국민 세금이 함부로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이나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서 6.15공동선언과 10.4 선언 이행을 통한 경제효과는 미래 통일비용을 절감해 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크게 불러올 수 있다고 한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얻게 될 총체적인 유무형의 상호이익을 면밀히 평가해 그 속에서 10.4 선언의 의미들을 살려나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국제적 신뢰를 얻어 주변국들의 협력을 도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일부의 정확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과연 이런 ‘돈’ 문제 때문에 10.4선언 이행을 못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그러나 통일부 장관은 끝내 속시원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남북관계 단절, 무조건 북한책임으로 일관?


오히려 김 장관은 현재의 남북관계 단절이 한국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일방적으로 대화채널을 끊어버린 것처럼 설명했다. 북 측이 “3월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욕을 해 왔음에도, 우리는 진정성 있게 북한을 대했다”면서, 그간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비핵개방3000을 강조하거나 기존의 정상선언에 대한 재검토 등을 발언한 것이 북한을 자극하고 북핵문제에 있어서 아무런 개입력을 갖지 못하는 ‘외톨이’로 전락한 사실에 대해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은 김 장관이 “북한이 대화만 재개하면” 북한 식량지원이든 경제교류협력이든 모든 것이 가능해 진다고 강조하는 부분인데, 아마 이 말 자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적어도 ‘통일부’라면 도대체 북한과 대화를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언급이 되어야 하는데 도대체 그와 관련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통일부 존폐론을 거론하며, 북핵 협상은 외통부가, 경협 관련은 경제부처가, 대북정보 수집은 국정원이, 급변사태 대비 문제는 행정안전부가 맡고 있다면 도대체 통일부의 역할과 위상은 무엇인가 라는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의 지적이 나올 법하다는 것이다. 통일부를 유명무실한 부처로 전락시키려는 현 정부의 의도 못지 않게 무기력한 태도로 일관하는 통일부가 지금의 위상추락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비핵개방3000’의 비현실성에 대해서 조목조목 따져 눈길을 끌었다. 홍 의원은 ‘비핵개방 3000 ’은 북한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으로, 정부는 당장 이를 유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기다가 한국 정부만 믿고 남북경협에 투자해 온 기업들이 지금 고사상태에 빠지고 있음을 우려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꿋꿋이’ 북한이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말만 연발했을 뿐이다.


2% 만족, 98% 부족했던 국정감사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10.4선언 이행에 대해 과잉수준의 질의가 이어졌던 데 반해,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통일부의 연도별 계획보고가 누락된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북핵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얼마 전 미국의 6자회담 수석 대표가 북한을 방문하고 나왔던 결과가 아예 누락된 점에 대해서도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통일부의 이런 부실한 보고나 답변이 심각한 문제였다면 한편으로는 국감장에서 수시로 자리를 비우는 의원들의 태도도 문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를 지키는 의원들이 총 29명 중 10석도 채되지 않았다. 게다가 전혀 국감 취지에 걸맞지 않는 정쟁유도 발언은 약방의 감초처럼 꼭 등장했고, 그 어떤 질의에도 초지일관 유아독존 식의 발언이나 답변이 이어지는 낯익은 국감장의 풍경이 재연되었다.

반면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개성공단에서 기업들이 겪는 불편함에 대해 직접 인터뷰한 것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3통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은 참신해 보였다. 또한 민주당 문학진 의원이 국감 자료 요청에 대해 통일부가 독단적으로 보안심의를 적용한 문제를 지적한 것 역시 국감의 취지와 국민의 알권리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문제제기였다고 본다.


무엇보다 지금 국민들은 지난 10년 동안의 햇볕 정책이 옳으냐 아니냐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따져 묻기보다는 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진솔한 평가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 방향을 제시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 첫 날은 2%만족, 98% 부족했던 국정감사로서, 자못 안타까움이 컸던 자리였다.   



★ 의원들의 말말말 ★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

10.4 선언 이행 관련해, “전임 사장이 회사에 엄청난 피해를 끼치면 후임 사장이 전임 사장을 고발하는 것은 당연”



문학진 민주당 의원

국감 요청자료 보안심의 규정 관련, “껍데기만 주는 자료 가지고 무슨 국정감사 할 수 있나?”



이회창 선진과창조모임 의원

“통일부 장관, 제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데 자꾸 말을 빼니까 전 정부 통일부 장관과 뭐가 다른가? “



박선영 선진과창조모임 의원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지난 정부의 10.4선언, 6.15 선언 관련 지금은 어정쩡한 태도 보이고 있는데, 혹시 영혼을 파신 것 아니냐?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

대북 식량지원 관련 “굶어죽고 나서 주면 뭐하나?”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

“북한은 10.4선언 이용해 남한 친북세력 과대화해 이명박 정부 고립시키고, 경제적 이익 챙기려는 ‘이웃집 주머니 털기’ 수법 쓰고 있다.”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

“(북한과) 무조건적 화해정신 추구하면 북한은 도덕적 해이에 빠질 것”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

“개성공단은 북한 개방의 상징이자 남북경협의 실험장이다.”



송민순 민주당 의원

북한 새터민 지원 관련해 “전 인류를 사랑하기는 쉬워도 한 인간을 사랑하기는 어렵다”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

대북지원 관련해 “국채 발행으로 돌려막기식 카드깡하고 있다”



문국현 선진과창조모임 의원

“다음에는 낮에는 국군의 날 행사에 가고 저녁에는 10.4 선언 행사에 오시면 좋겠다.”




정진석 한나라당 의원

“통일부 장관이 대북 경수로 사업 실패라고 한 것은 처음이다.”





                                                                                     지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와 착한무기프로젝트팀은 2008년 국회 국정감사 중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 국감을 모니터링하고 후기를 공동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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