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09-10-26   927

[2009 국정감사에서 다룬 문제 국방위 ③] 해외 파병, 의원들 스스로 사전동의권 약화시키나


 [편집자주] 10월 5일부터 24일까지 국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됩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달 국정감사기간을 맞아 ‘정부에게 꼭 따져물어야 할 43가지 과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들 43가지 과제 이외에도 그동안 참여연대를 비롯한 개혁적 시민사회운동이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할 것을 촉구한 많은 개혁과제들이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들 과제들이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다루어진 경우 그 내용을 소개하는 [2009 국정감사에서 다룬 문제]를 시작합니다. 의원들의 합리적인 문제지적, 피감기관의 대답,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의원들과 피감기관의 대응 등을 소개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해외 파병을 부추기는 의원들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가 진행되었다. 이 날은 하루 전날 SCM(한미안보연례협의회) 결과를 공유하는 것으로 종합감사가 개시됐다. 무엇보다 의원들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아프간 파병 관련, “아프간 지원 문제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는 발언을 놓고 김태영 국방장관에게 집중적으로 질의가 진행됐다.

우선 첫 질의를 시작한 유승민 의원은 부시 전 대통령의 비전투원 지원 요청, 제프 모렐 대변인의 금융 지원 요청, 게이츠 국방장관의 한국에 대한 해외파병을 요청하는 듯한 여러 발언들을 언급하며, 결국 미국이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아프간 파병이나 재정적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파병을 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태영 대변인은 “미국이 은유적․암시적으로 아프간 재정 지원 요청을 한 것”이라고 대답하며, 재정적 지원이나 재파병 모두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군사적․재정적 지원 모두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 또한 아프간 파병을 주장하며, 경계병력 없이 PRT(지역재건팀)만 많이 파병하면 오히려 미국에 부담만 주게 되므로, 자체 경계병력을 파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아프간 파병을 놓고 여야간 설전을 벌였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국감장에서는 아프간 파병에 대해 여야간 입장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크게 논란이 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대부분의 의원들이 아프간 파병을 강조하는 기조를 담아 질의를 했고, 정부의 아프간 파병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는 안규백 의원은 국민적 정서를 고려하되 경계병 파병은 가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가장 명백히 아프간 파병을 반대한 의원은 민주당 문희상 의원이었다. 문희상 의원은 갈수록 미군 및 다국적군 사상자가 급격히 늘고 있고, 여기에는 PRT도 예외가 될수 없는 상황이며, 무엇보다 이라크와는 달리 아프가니스탄은 안전지대가 없다는 점에서 아프간 파병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간 문제 외에 PKO상비부대 설치 및 파견절차법 관련 질의가 있었다. 지난 9월 22일, ‘국군부대의 해외파견 절차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김장수 의원은 이 날 국정감사에서 그간 국회 안 여야 대치상황이 발생하는 일로 인해 파병 기한이 임박할 때까지 파병연장안이 통과가 안되었다며, 2개월 자동연장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피감의 위치에 있는 김태영 국방장관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도 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금까지 해외 파병을 추진할 때 정부 내 의사 결정 과정이 길어져, 부대 편성 및 교육기간이 짧았다며 이를 대비해 현재 특전사 산하의 평화유지활동 상비부대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희상 의원은 PKO임무가 다양한데도 상비부대를 창설하겠다는 것은 유엔 PKO를 특전사에 국한짓는 것이라 지적하며, 거기다 다국적군까지 파견가능하도록 상비군을 두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아프간․이라크에 한국군 파병 사례를 보면, 정부 내부의 의사결정과정은 굉장히 불투명하며 비민주적으로 진행되어 온 것이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현지 정세 자료, 한국군 파병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나 예산 내역 등에 대해 참여연대가 자료 공개를 요청할 때마다 비공개로 일관했다. 뿐만 아니라 국회 보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회는 파병과 관련해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역시나 이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나 조언은 없었고, 거의 대부분의 의원들은 되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파병을 강조하며 관련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는 의원들부터 ‘묻지 마 파병’을 조장하고 스스로 국회의 사전 동의권을 약화시키거나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특권의식’ 못 버리는 기무사령관,  민간사찰 정말 아무 문제 없나


민간사찰로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기무사령부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그러나 김종태 기무사령관은 민간사찰로 의혹받는 사건들의 잘못을 일체 부정하며, 적법한 수사활동이라는 점을 주장하는 데 변함없었다. 오히려 기무사에 대한 이런 질타들이 새벽 4~5시까지 열심히 일하는 부대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마치 기무사가 지금까지 논란이 되어 온 민간사찰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보여, 군사독재 시절 누리던 특권의식이 되살아난 것만 같은 의구심마저 들었다.  


그 밖에 이번 종합감사에서는 SCM 결과에서 전작권 이양과 관련한 시기를 놓고 의원들 간의 견해차를 보이며 각장의 입장에 따라 국방부를 추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최근 PD수첩에서 김영수 소령이 해군 납품 비리를 고발한 것과 관련해, 과거 5번의 수사가 진행되었음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생겨나고, 관련 혐의자들은 솜방망이식 처벌을 받았을 뿐이라며 이에 대한 의원들의 거센 질타가 있었다.


이렇게 국회 국방위원회 2009년 종합감사는 오늘로 끝이 났다. 국방 관련 비리 문제, 민간 사찰 문제를 비롯해 아프간 파병 문제를 포함한 한미관계 상의 각종 현안들이 다루어졌다. 그러나 그 어떤 의원들도 과도한 위협 해석에 따른 국방예산의 문제점을 짚거나 미국으로부터 핵우산 제공 및 MD 무기체계 도입으로인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을 위협하는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지는 않았다. 국회 국방위원회가 국방부, 합참을 감사하기 앞서 스스로 국정감사를 실시할 제대로 된 자질을 갖추었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말! 말! 말!>



이진삼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 나오는데, 비밀로 파병하는 계획도 구상해야 한다.


김장수
(김영수 소령의 군 납품 비리 제보와 관련해) 김영수 소령이 해군 내에서 의인으로 추앙받는 일이 생겨선 안된다. 그 사람도 연루되어 있기 때문에 같이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김학송
귀신같이 접근해서 번개같이 쳐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기무사가) 시위대에 붙잡히나? 그것은 기무사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간첩 잡겠나.


서종표
방위비 분담금 관련 전년도 물가상승률 반영해 7600억원 책정되어 있다. 그런데 미군 병력 감소되면 한국고용인원도 감소될 수밖에 없다. 시설 감소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시설이 개선되거나 감소되면 시설유지비도 적게 들 것이다. 정부도 구조조정하며 국고예산 낭비 절감하고 있는데…현재대로라면 방위비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방위비분담금 제정 원칙 재고될 필요있다.  



작성자 지은(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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