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08-10-23   842

[국감-외통위③] 핵폐기 요구하면서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는 안된다?

2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외교통상부 종합감사가 진행되었다. 오늘의 국정감사 주요이슈는 최근 미국의 대북테러지원국 해제 등 변하고 있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과 대북정책 방향 등이었다.


일단 외교통상부 유명환 장관은 이번 대북테러지원국 해제는 미국이 적대적 대북정책을 풀어가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는 반대로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성향의 여야 의원들은 미 부시 대통령의 임기 말 성과내기에 급급한 처사라며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북미간 핵검증 합의 내용 중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검증 부분의 애매함과 상호간 협의를 거쳐 미신고시설을 검증한다는 결정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 윤상현, 선진과창조의모임 이회창 의원은 테러지원국 지정의 직접적인 계기가 한국의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인데, 이 사건에 대해 북한이 최소한의 해명도 듣지 못한 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될 수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유 장관은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미간 핵 협상 과정에서 행동 대 행동으로 이뤄지는 약속 이행 차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를 계기로 북미관계가 진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통미봉남’에 처해 있어 제 역할을 못찾고 있다는 견해도 지적되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이를 발판으로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 남북경협 강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 개방 3000’에 대해서도 여야 의원들의 상반된 질의가 오갔다. 북핵문제에 있어서 박주선 의원을 비롯한 여러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대북정책 일관성의 부재를 지적했지만, 유 장관은 끝까지 일관성을 유지해 왔다고 고집어린 답변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국내 다수 여론은 ‘비핵개방 3000’이 남북관계를 순조롭게 하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면서 실현가능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압도적이다. 민주당 신낙균 의원은 정부가 ‘비핵개방 3000‘으로 매몰되는 대북정책 일관성을 버려야 진정한 실용외교를 추구할 수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중동이나 중남미 해외 공관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돌아온 의원들의 문제제기는 주목할 만했다. 한나라당 이범관 의원은 중동의 여러 국가들이 한국 정부가 문화적 교류는 도외시하는 반면, 자원 개발을 통해 경제적 이익만 챙기려 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송민순 의원도 ‘한-아랍 소사이어티’ 발족 취지가 한국과 아랍과의 문화적, 학술적 교류를 활발히 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경제적 효과는 부산물에 불과한 것인데 한국 측이 아랍 측에 왜곡된 취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러시아를 다녀온 선진과창조의모임 박선영 의원도 정부가 즐겨쓰는 ‘자원외교’가 상대국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음을 지적했다.

한미동맹을 앞세워 상대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해외파병을 추진하고 그 이면에 자원확보의도를 숨기고 있는 것도 그렇다. 중동지역의 민족, 종교 갈등이나 반미정서는 고려하지 않고 해외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군 파병을 지속해왔고, 앞으로도 시도하려는 정부는 이제 노골적으로 실효성없는 쿠르드 석유개발권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 자원외교의 중요성만 홍보할 뿐 다양한 문화적, 외교적 교류가 진행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상대국에 대한 이해없이 자원확보에만 치중한다면 또 다른 외교갈등으로 비화될 위험이 크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현안이 바로 FTA 이다. 정부는 한미 FTA 비준안을 미국보다 먼저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보다 앞서 비준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한다는 계산에서이다. 그러나 미국의 현실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국감에서 드러났다.

이번에 주미 한국 대사관을 감사하고 온 의원들은 일제히 미국은 2010년이 되어야 FTA비준이 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곧 있을 미 대선에서 민주당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점점 유력해 지고 있는데, 그는 미국의 이익에 있어서 한미 FTA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공식석상에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선과 함께 치러질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미국의 조속한 한미 FTA 비준이 요원해 보이는 이유이다. 정부와 한나라당 의원들 주장처럼 미 의회가 한국 의회의 힘에 못이겨 한미 FTA를 쉽게 비준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정말 순진한 것이 아니면 국민들을 오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 후보는 비단 한미 FTA 재협상 주장 뿐만 아니라 북한과도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사실상 북핵 문제이든 교역문제이든 미국의 이익과 배치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 국정감사를 지켜보니,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 국제 정세와는 달리 한국정부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과 비슷하다는 인상마저 준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완전히 검증가능하게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대북강경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들에게서 어떻게 하면 북한이 핵폐기를 할 수 있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국정감사는 ‘통미봉남’의 우려를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상대방에 대한 적대의식을 드러낸 채, ‘항복’만을 기다리다가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일 밖에 없을 것같다.


★ 의원들의 말말말 ★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


대북 테러지원국 내용 관련 “우리가 테러를 당했는데 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야 하나? 우리가 지정해야 한다.”


송민순 민주당 의원


“북핵 문제를 게임처럼 지고 이기는 문제로 보면, 남남 갈등과 한미갈등을 부추기고, 북한에게 ‘통미봉남’ 유혹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여당이 이런 역할하는 것 같은데…”



홍종욱 한나라당 의원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관련, “부시 행정부의 성과 조급증과 김정일 위원장의 도박이 이룬 결과이다.”


송영선 친박연대 의원

“북한이 양손에 떡을 다 들고 있다. 한쪽은 핵, 한쪽은 미국이다. 장관이 김정일이라면 핵 포기하겠는가? 차라리 한국이 NPT 탈퇴하는 게 낫지 않나?”




신낙균  민주당 의원

“테러지원국 해제 발표 이후 북한에 진정성 담긴 화해 메세지 보낼 필요 있었다고 생각한다. “


지은(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와 착한무기프로젝트팀은 2008년 국회 국정감사 중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 국감을 모니터링하고 후기를 공동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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