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08-10-07   877

[국감 -국방위①] 군사주의 시절로 착각하는 국방부, 맞장구치는 국방위원들


아침부터 마음이 급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0시, 이명박 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가 열리는 시간이 다 되었지만 아직까지 국방위원회 행정실에서 국정감사 참관 허락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일단 KTV를 틀어놓고 기다려본다. 10시 반쯤 되니까 참관하러 와도 좋다는 전화가 왔다. 부랴부랴 노트북을 챙겨들고 국정감사가 열리는 국방부로 향한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국정감사 참관하러 왔는데요.”
“잠시만 기다려 보십시오.”
“….”
“국정감사가 열리는 곳은 저 대리석 건물입니다. 어떻게 들어가시냐면은… 가장 쉬운 길은 저기 앞에 서 있는 저것 보이시죠? 그 앞 횡단보도를 건너서 언덕을 따라 올라가십시오.”
“저것이요? 저기 서 있는 저 사람이요?”
“네, 그렇습니다.”
“…”


‘저것’으로 불리운 헌병을 가로질러 국정감사가 열리는 건물로 들어섰다. 막 오전 감사를 끝낸 것인지 군복과 양복을 쫙 빼입은 회색의 한 무리들이 국감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같이 점심을 먹자는 국방부 직원의 배려로 맛있는 뷔페식 식사를 하고 의원 보좌관 대기실과 기자실을 돌려 오늘 나온 의원별 보도자료를 수거한다. 오전에는 비공개로 국방부 업무보고가 진행되어서 별로 할 일이 없었다는 다른 NGO 참관단 분들의 얘기를 듣고 잠시 국감장 내부를 둘러보았다. 의원들 자리마다 쌓여 있는 각종 자료와 오늘 국감의 대상기관인 국방부와 합참 조직 기관장들의 명패가 빽빽이 들어선 책상을 보니 살짝 긴장감이 느껴졌다.


2시 국감 오후 일정이 시작되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질의로 시작된 국감은 생각보다 싱거웠다. 병사들의 복지와 의료체계, 직업군인들의 퇴역 이후 삶이나 자녀교육 등의 질의와 답변이 이어지고 결국 예산의 문제니 국방비 확보에 의원들이 애써달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어지는 의원들의 질문도 결국엔 대폭적인 국방개혁을 위해선 예산확충이 필수적인데 국방부가 설득력 있게 그것을 제시하지 못해서 결국 기획재정부에 신청한 8.8% 증액안이 7.5%로 삭감된 것 아니냐는 질의가 이어지고 역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의원님들이 애써달라는 결론 뿐이다.

다른 것도 아닌 안보분야이기 때문에 돈을 아끼지 말고 써야한다는 시각을 여야를 막론하고 국방위 의원들 모두는 공유하고 있는 듯했다. 지난 10월 1일 강남 일대를 위풍당당하게 행진하던 이름 모를 수많은 무기들과 장비들을 보며 등골이 서늘해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 기술력에 감탄하기 전에 그것이 그냥 발명품이 아니라 누군가를 겨냥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이기에 과연 이러한 무기와 장비들이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들인지 조목조목 따져주길 바랬던 건 그냥 희망사항일 뿐인가.


국방부가 기획재정부에 신청한 내년도 국방예산은 총 28조 9923억 원으로 경상운영비 20조 1621억 원(전년 대비 6.3% 증가), 방위력 개선비 8조 8302억 원(전년 대비 15.0% 증가)이다. 경상운영비는 장병들의 병영 환경 개선, 의료 지원, 사병 월급, 피복품질 개선,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 노후 차량 교체 및 각종 궤도장비, 함정, 항공기 정비와 유류예산, 환경보전과 교육훈련 여건 보장에 쓰이는 돈이다.

방위력 개선비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K-9 자주포, F-15K 전투기, 한국형 구축함, 한국형기동헬기, 제주해군기지건설 등 이전 정권 때부터 계속 추진되어 오던 사업 및 차기전차사업 등 신규추진사업이 포함된다.


국감이 조금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 “청소년의 절반 이상은 6·25전쟁이 언제, 누구에 의해 일어났는지조차 모른다.”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는 미국(28.4%), 일본(27.7%), 북한(24.5%) 순이었다며 이러한 결과는 지난 10년간 좌파 정권에서 좌편향 교육이 이뤄져왔기 때문이지 않느냐고 국방부 장관의 견해를 물었다. 김영우, 김효재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0·4 남북공동선언 1주년 기념행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작전계획 5029는 중국과 북한을 자극할만한 민감한 사안이라고 한 발언을 소개하며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한 사람이 지난 5년간 국군통수권자였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국방부장관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였다.


이에 대한 민주당의 반격은 수적인 열세를 떠나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현시적, 실제적 적은 분명히 북한이며 교과서 좌편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4·3은 좌익세력의 무장폭동이라는 국방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고, 작전계획 5029는 근거가 있다는 국방부장관의 답변은 똑 부러졌으며 오히려 의원들 간 정쟁이 너무 심하다 싶을 때는 군의 중립을 거론하며 누가 대통령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답변하는 현명함을 보이기도 하였다.


국정감사 첫 날에는 이 외에도 군가산점제 문제, 제2 롯데월드 건설문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 한미연합사 해체 재검토, 군복무기간 단축 재검토, 군 대공수사역량의 강화 등의 질의·응답이 있었다. 또 튼튼한 안보기강 위에 경제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국방부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자존심을 세우라는 주문과 노고를 치하하는 덕담이 오가기도 하였다.

5시간 동안 꼬박 국감장에 앉아 이 모습을 지켜보니 군대나 안보에 대해 일반 시민의 상식수준에서 생각하는 나는 조금 혼란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안보란 것이 ‘인간의 생존, 일상생활,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억압하는 모든 종류의 위협을 포괄적으로 제거하고 이 위협에 맞서는 노력에 지원을 강화한다는 사고방식(오부치 게이조 일본 전 총리)’이라고 했을 때 오늘 국감장 안에서 거론된 안보는 분명 이런 의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안보에 대한 포괄적인 시각과 장기적인 군축과 평화의 큰 그림이 없는 ‘빈틈없는 안보태세’는 두려움과 공포심에 기반한 끝없는 군비경쟁만을 낳을 뿐이다. 특히 무력을 통한 평화를 다루는 국가기관이니만큼 훨씬 신중하고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최정민 (착한무기프로젝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와 착한무기프로젝트팀은 2008년 국회 국정감사 중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 국감을 모니터링하고 후기를 공동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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