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08-10-08   1704

[국감 -외통위②] 무능외교에 반성 없는 외교부, 훈수만 두는 의원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 이틀째 날 외교부에 대한 국감이 진행되었다. 민생과 경제지표의 악화 못지않게 남북관계와 주변국 외교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큰 실책을 범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았던지라 이 날 국감에서 정부의 무능외교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클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국감의 키워드는 ‘북핵’과 ‘한미FTA’였고 외통위 의원 대부분은 ‘훈수’를 두는데 그쳤다.


쏟아지는 북핵 문제 질의, 답변은 모호함 그 자체

이 날 대부분의 의원들은 최근 미 국무부 힐 차관보의 방북결과에 관심을 두는 한편, 북핵 협상 중재에 있어 한국의 역할 부재를 질타하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의 북핵 문제 해법이나 한국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간극은 커 보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미 힐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하는 최근 행보에 대해 미 부시 대통령이 임기 말 성과주의에 치우쳐 잘못된 정책을 펼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북핵 폐기’가 우리 지상의 목표인데, 점점 한미 양국 목표가 서로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미국의 북핵관리에 우리가 종속적으로 따라가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로 북핵 협상에 참가했었고 노무현 정부 마지막 외통부 장관을 역임했던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북핵 문제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단계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해 대조를 이뤘다.


이 날 외통위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질의가 과도하다 할 정도로 중복된 것은 외교부가 6자회담에 참가하는 주체이기도 하지만, 통일부의 역할 축소와 NSC와 같은 콘트롤 타워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과거와 같은 외교안보 부처들의 의견조율이나 NSC의 중심적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외교부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외교부의 답변은 어느 하나 속시원한 것이 없었다. 장관의 답변 중 주목할 만한 것은 북핵협상에서 북한과 미국 모두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으며,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북한의 중대제안’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었다.




주변국 무능외교에 반성도 성찰도 없는 외교부

북핵 문제를 둘러싼 논쟁의 한가운데는 한국 정부의 역할론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북핵 협상에 있어서 한국 정부의 중재역할이 실종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당사자 역할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6자회담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는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송민순 의원은 “북한에게 미국만 해결하면 한국은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것으로 인식하게 하거나, 미국이 한국을 ‘포켓 속의 카드’로 생각하게 해서는 안된다”며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지난 7개월간 정부외교에 있어 과연 성과를 거둔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으나 유명환 장관은 성과를 매번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답변으로 응수했다. 정세균 의원이 한국 정부 역할 부재를 질타한 것에 대해 유명환 장관이 외교부가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답변하는 것이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 수 십 차례의 정상회담과 외교장관 회담이 있었음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서 반성과 성찰없는 암담한 한국 외교의 미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외교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 일본과의 정상회담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파동, 낡은 한미동맹 인식에 대한 중국 정부의 훈수 그리고 독도 갈등 등을 낳았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기억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외교부는 알맹이 없는 보여주기식 외교, ‘뒤통수 맞는’ 외교라는 비난에는 귀를 막고 있는 듯하다. 



한미FTA, 한국이 먼저 비준하면 미국은 재협상 요구 못한다?

외통위 국감의 또 하나의 논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처리 시점이었다. 한나라당의 윤상현, 정옥임 의원 등은 조기 처리를 강력히 주장했다.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특히 미국의 자동차 재협상 요구를 봉쇄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이 먼저 비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환 장관이나 김종훈 통상본부장 역시 한국이 먼저 비준하면 미국의 자동차 등 재협상 요구를 배제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현재 한미 FTA 체결에 찬성하는 여론이 반대보다 높다는 것을 강조하며, 앞으로 정부차원의 홍보도 강화할 것임을 내비쳤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의 FTA 비준동의가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우며, 지난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교훈삼아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학진 의원은 “지금은 비준동의를 서두를 게 아니라 FTA로 인한 피해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국감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단 한차례만 거론되었다. 한나라당 정진석 의원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부당성과 미 2사단 이전 비용으로의 전용 문제 등에 대한 시민단체 의견에 공감을 표하며, 외교부가 이런 문제를 간과하지 말고 미 측에 입장을 전달할 것을 촉구하였다. 대북지원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의 ‘퍼주기’ 양상을 보이고 있고, 부실하기 짝이 없는 대미 협상력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한 의원만이 문제제기를 한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평화와 인권의 관점은 어디에


이 날 국감에서 많은 의원들은 평화외교, 인권에 대해 매우 낮은 인식수준을 보여주었다.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은 다국적군 파병까지 포함하는 송영선 의원의 PKO 관련 법안을 지지하며 평화유지군 확대파견을 주장하였고, 한술 더 떠 민주당 신낙균 의원은 소말리아 어선 피랍 사태에 대비해 해군 함정을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제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한국의 세력 팽창을 위해 ODA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전자여권 도입에 대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은 호평할 만하지만 그 역시 철저한 위변조 방지 시스템 등을 요구한 것이지 ‘생체 여권’이라는 인권의 관점에 입각한 것은 아니었다.


한나라당 정진석 의원은 11월에 있을 유엔총회에서 인권의 보편성을 고려해 한국이 대북인권결의안에 찬성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인권에 대한 한국의 이중적 처신이 국제사회에서 우스꽝스럽게 비췰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인데 외교부도 유엔결의안에 대한 찬성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정부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거나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그 입장이 보편타당하고 일관되어야 하며,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 북한인권에 대해 그토록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고자 한다면, 그와 같은 기준으로 다른 국가들의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과 태도를 취하고, 한국에 대한 유엔의 권고도 수용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군사행동과 민간인 살상에 대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시민들과 수감자들에 대한 인권유린에 대해 침묵하거나 혹은 지원하면서, 버마 망명인이 난민인정 받는데 8년이 걸리게 하면서, 제 3세계 이주 노동자 인권에는 무심하면서, 북한 인권에 대해서만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의식하는 한국 정부와 국회이다. 더욱이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대해 지금까지도 식량지원을 하지 않고 있고, 인도적 지원조차 ‘퍼주기’라는 딱지를 붙이는 정부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아 고령의 이산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있으면서 어떻게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거론할 수 있을까.

국제사회에서 비웃음을 살 일은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한 기권이 아니라 바로 인권에 대한 이중잣대와 인권의 정치화 그리고 원칙 없는 적용이다.



★ 의원들의 말말말 ★
 



송영선 친박연대 의원

전자여권 보안기술 정부측 답변에 대해, “저 분이 말씀하는 것은 기술 모르는 사람한테는 상당히 왜곡될 수 있다.”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
 
“미국이 금융위기 내부적 문제에 대한 희생양으로 한국을 찾을 수 있다….우리는 한미공조 명문 하에 미국 따라갔다가 미 북핵관리에 완전히 흡수되고 있다.”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

25개국 교과서 분석 관련, “이탈리아엔 우리나라가 군 출신에 의해 통치되고 있고, 싱가포르엔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일본의 식민지였으며, 요르단엔 우리 나라 국교가 불교로, 우루과이엔 우리가 중국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라과이엔 우리나라가 포르투갈 식민지였다고 나와있다.”
 

이회창 선진과창조의모임 의원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맺었는데, 러시아가 동조나 협조 요구하면 어떻게 할 건가?”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

“초선이고 첫 국감이다. 외통부와 외통부 산하단체 여성간부들은 단체로 휴가갔나? 이런 광경 처음이다. “


송민순 민주당 의원


남북한 비핵검증 관련, “상호사찰문제는 논란이 있겠지만 우리가 당당하게 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의사진행 발언으로)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인도적 지원 좀 해 달라.” (당시 자리에 앉아 있던 의원은 딱 3명이었음)




문국현 선진과창조의모임 의원

“국격 이미지 제고에 환경친화적, 생태친화적인 것도 넣어주셨으면…”



정의화 한나라당 의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부시대통령에게 전화해서 테러지원국 해제 요청하면 어떤가?”



정진석 한나라당 의원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요구가 일부 타당하지 않고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과중하다는 시민단체 의견에 일부 동의한다.”



진영 한나라당 의원

 불명확한 언어 사용 관련해, “6자회담  합의문 등을 보면, 이렇게 해서 비핵화 성공하면 기적이라고 본다.”


정세균 민주당 의원

“한국 정부의 외교성적표가 형편없이 나빠졌다고 보는 게 국민들의 일반적 평가인데, 외교부 장관은 다르게 인식해서 좀 놀랍다.”



박선영 선진과창조의 모임

 “외통부 직원이 ‘야스쿠니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묘지인 현충원과 같다’라고 했다. 어떻게 이런 매국노적인 발언을 할 수 있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미 대사관 무상임대 관련 답변 중, “현실적 해결방법은 미 대사관이 빨리 새 건물 지어서 이사가도록 하는 것이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와 착한무기프로젝트팀은 2008년 국회 국정감사 중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 국감을 모니터링하고 후기를 공동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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