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08-10-24   872

[국감-외통위④] 의원들 눈치 보느라 기본책무도 져버리는 통일부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 마지막 날은 시작부터 약간의 소동이 있었다. 통일부가 의원들이 요청한 자료들에 대해 명확한 근거도 없이 대외비로 처리하거나 부실하게 제공한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었다. 선진과창조의모임 박선영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외교부와 통일부 모두 자료요청에 제대로 답변한 것은 40% 정도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정부부처의 무성의하고 독단적인 자료 제공이다. 외통위 의원들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문제를 계기로 향후 소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결의할 정도였다. 사실 이는 이번 국감장에서만 드러나는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정부가 얼마나 국가정책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고, 알권리를 박탈해왔는지 그 일부만 드러났을 뿐이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 정부의 정보 비공개 행태는 시민단체가 정부를 상대할 때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한 지 오래이다. 그만큼 시민단체들도 끊임없이 문제제기 해 온 사안이다. 이번만큼 의원들이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을런지 지켜볼 일이다.


국감 질의와 답변 내용에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어제 외교통상부 유명환 장관과 통일부 김하중 장관이 비핵개방3000에 따른 남북경협 시기에 대해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외교부 종합감사에서 유 장관은 비핵화 3단계, 즉 북핵 폐기 단계가 남북경협 시기라고 발언한 반면, 오늘 통일부 종합감사에서 김 장관은 핵 불능화 과정에서부터 남북경협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민주당 송민순 장관은 비핵화 3단계이냐 불능화 조치냐는 엄청난 차이라고 설명하며, 이는 마치 45도와 90도의 암벽을 등반하는 것과 같은 차이라고 비유했다. 정부가 이처럼 서로 일치된 입장을 갖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통일부가 남북관계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자 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비일관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정의화, 권영세 의원도 통일부의 무능함을 지적하며, 통일부가 남북관계에 있어서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이를 위해 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상시적 협의체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다음으로 여당 일부의원들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제안들을 내놓는 것이 인상 깊었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대북 포용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강변했고, 이어 홍정욱 의원도 조건없는 식량지원과 의료지원, 남북경협 활성화 등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남경필 의원도 정부의 수동적 태도를 비판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크게 ▲ 대북특사 파견이나 장관급 회담 제의 등의 실용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로의 전환 ▲남북경협 강화 ▲ 적극적인 인도적 지원 정책을 통해 한국의 입지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통일부 김하중 장관의 답변은 큰 실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김 장관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여러 의원들이 지적한 것처럼 지금  북한과의 신뢰회복이 시급한데, 통일부는 이를 위한 방안들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북한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겠다는 답변 자체가 제 역할이 무엇인지 몰라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는 인상을 줄 정도였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통일부의 이런 모습이 북한이 전적으로 주도권을 갖게 할 것이라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미 실종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현재 통일부는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연도별 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 장관의 답변은 통일부가 기본적인 임무수행조차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발전법을 수정하겠다는 의원도 많이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정한 다음에 연도별 시행계획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 라고 했다.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올해 두 달 남짓 남은 이 시점에 연도별 계획 수립이 아닌 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따지는 것은 통일부의 역할이 아닐 뿐더러 이는 명백히 법을 준수하지 않는 행태라며 크게 꾸짖었다.
 
오늘 국감에서 나왔던 내용에 따르면 통일부는 북한인권 관련한 내년도 예산은 3천 2백만원에서 1억 5천만원으로 증액한 반면, 남북협력기금 계획은 전년도 6천1백억원의 절반 수준인 3천억원만 책정되어 있다고 한다. 남북경협 지원에 대한 계획은 거의 없고 북한인권 단체 지원금만 증액한 것이다.

개성공단 역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통일부 보고와는 달리 직접 그곳을 다녀 온 의원들은 전혀 이와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8천명 정도 부족한 인력충원조차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가 남북관계발전법에 의한 연도별 계획 임무를 스스로 저버리며, 구체적 시행방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면서 실현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는 ‘비핵개방3000’ 의 중요성만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은 전혀 앞뒤가 안맞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국감기간동안 매우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던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이 의원은 대부분의 국정감사 때 늦게 들어와 잠깐 동안만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제 순서에 맞춰 질의하는 법도 없고, 그나마 하더라도 성의있는 질의라는 느낌을 주지도 못했다. 당연히 이 의원이 국정에 관해 어떤 생각이나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들은 도통 알 수 없을 것이다. 보다 나은 국정감사를 기대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상득 의원의 모습은 결국 ‘대통령의 형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 의원들의 말말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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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민주당 의원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에 ‘우리가 북한에 대해 원칙없이 끌려다니지 않겠다’라고 말했다는 보도 있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에 대한 의식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남북관계 진전되어 경제에 도움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물리적 위협을 가하는 무력집단의 요구를 들어주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식이다. 이는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에 이는 나쁜 평화이다. “


이미경 민주당 의원

“통일부 장관이 여당, 야당 양쪽에서 치고 박힘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전반적으로  분명히 세워져 있지 않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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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한나라당 의원

“남북관계 관련 경험많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는데 부적절한 발언들을 해서 남북관계 전혀 도움이 안되고 있다. 장관님이 두 전직 대통령과 교분 있으니 본인의 의견 좀 전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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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 한나라당 의원

“외통부는 북미간 합의에서 보조적 역할밖에 못했고 통일부는 남북관계에서 유연하고 선제적인 역할 보이지 못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

“비핵개방3000은 불명확한 것이 사실이다. 너무 하나하나 맞춰 놓으면 북한과 협상할 때 움직일 여지가 없어진다. “
 


지은(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와 착한무기프로젝트팀은 2008년 국회 국정감사 중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 국감을 모니터링하고 후기를 공동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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