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10-09-08   1300

[논평] 북한에 쌀을 보내 북한 수해민도 살리고 남한 농민도 살리고 남북관계도 살리자


최근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은 북한에게 대한적십사는 라면, 의약품 등 100억원 규모의 대북 수해지원을 제안했었다. 이에 북한은 지난 4일 쌀, 시멘트, 중장비 등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그동안 ‘라면’은 되고 ‘쌀’은 안된다고 하던 이명박 정부는 긴급구호라는 측면에서 북한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적십사 차원의 민간지원임이라며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로부터 한국은 흉년이 들어 이웃 사람들이 굶주리면 기꺼이 곳간을 열어 쌀을 나누고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풍습을 가진 나라이다. 다른 것도 아닌 가장 중요한 먹을거리인 ‘쌀’ 지원에 이것저것 이념적 잣대를 들이댈 일이 아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북한에 쌀을 보내야 한다. 민간 차원의 일로 떠넘길 일도 아니다. 정부가 직접 지원해야 한다.


‘쌀’은 안되고 ‘라면’은 지원할 수 있다는 방침은 생명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남아도는 쌀을 지원해야한다는 민심과 지난 남한이 지원한 쌀이 군량미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이명박 정부의 의구심 사이에서 탄생한 궁여지책이다. 그러나 만약 전달체계의 투명성이 인도적 지원에 있어 결정적 사항이라면, 이 방면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국제구호단체들의 전달체계 시스템을 차용한다거나, 이명박 정부가 적절한 시스템을 고안해서 남북 당국간에 협의해 투명성을 확보하면 해결될 문제이다. 전달체계의 불투명성을 내세워 지원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인도적 지원의 취지와 의미에도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투명성 문제는 더더욱 해결하지도 못한다. 대북 쌀 지원을 즉각 재개해야한다.


대북 쌀 지원이 과연 북한에만 이득이 되는 ‘퍼주기’라는 인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오히려 대북 쌀 지원이 남한의 쌀 수급 적정치를 유지함으로써 농민을 살리고 정부 재정 건전성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것이 보편적 인식이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이래 쌀 지원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명박 대통령 취임한 해 68만톤이던 정부 보유 쌀 재고량이 올해에는 149만톤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예측하고 있다. 즉 정부 보유 쌀 재고량의 적정 수준 72만톤의 갑절이 넘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 473만톤, 해외 수입량 33만톤으로 총 공급량은 507만톤인 반면 쌀 소비량은 392만톤이다. 즉 정부는 114만톤을 새로 수매해야 할 처지이며, 여기에 약 3,570억원(정부 추산 쌀 보관료 1만톤당 31억3천만원)의 재정이 새로 소요된다. 대북 쌀 지원을 통해 이러한 비용이 감소하는데 과연 ‘퍼주기’라 할 수 있는가.

게다가 주식인 쌀 생산은 식량안보의 문제로서, ‘재고량이 많으니 쌀 생산을 줄이자’는 정책을 취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대북 쌀 지원을 통해 남한 쌀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은 최근 쟁점이 되는 세계식량위기와 식량주권위기에 대한 대비책으로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쌀은 손쉽게 풍작, 흉작에 따라 대체 상품을 재배했다가 다시 쌀을 재배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쌀을 포함한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는 남북대화 재개의 고리가 될 수 있으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도 있는 기회이다. 지난 시간을 반추해보면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홀로 고립된 채 외부로부터 위협을 느낄 때면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비대칭적 전력 강화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대화, 북미대화는 중단되었고 재개될 기미는 희미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로부터의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하루 속히 대북 쌀 지원을 명분 삼아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굶주린 이웃 주민을 살리고, 쌀 풍작에도 울 수밖에 없는 한국 농민들을 살리는 동시에, 날이 갈수록 냉랭해지고 악화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다시금 복원할 수 있는 대북 쌀 지원을 하루속히 재개해야 한다. 이것이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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