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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05.03.02
  • 378
중국의 역할에 대한 상반된 시각

북한이 지난 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거부를 선언한 이후 중국의 역할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당장 북한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채널을 가진 것이 중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성명으로 난처한 입장이 된 한국정부가 중국의 역할에 많은 기대를 표명하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4일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과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계속 북한을 6자회담을 복귀시키기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으며, 김하중 중국대사도 중국이 북한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많은 카드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왕자루이 부장이 2월 19일부터 22일까지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에게 직접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하고 북한의 6자회담에 복귀의사를 확인하며 사태를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은 이러한 기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역할에 대해 이와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계속 중국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관측을 흘리고 있다. 18일 뉴욕타임즈는 미국에 대한 불신과 북한의 붕괴에 대한 우려로 북한에 대해 경제적 제재 등의 압력을 가하는 것을 꺼린다는 요지의 분석기사를 실었고, 19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지 인터넷판에서도 중국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기사를 게재하였다. 미국정부의 판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으로는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있는데, 여기에는 실질적인 해결에 대한 기대보다는 북핵 문제 해결의 부담을 중국에게 전가하고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키려는 의도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도 한국의 기대와는 달리 자신의 역할에 한계를 긋고 있다. 닝푸쿠이 한반도 대사는 왕자루이와 함께 평양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후 상황이 매우 복잡하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는데 이는 북핵문제의 부담이 중국이 지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이해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문제의 해결자보다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추구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일과 왕자루의와의 회담에서 김정일은 6자회담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본적으로는 외무성 성명에서 밝힌 입장을 계속 견지한 것도 중국의 설득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역할에 한계가 있고 북한도 입장에 커다란 변화가 없다면 현재의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막연한 중국역할론에 기대는 것은 우리 외교를 수세적인 입장으로 빠트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국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냉정한 인식에 기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중관계의 변화: 동맹관계에서 실리관계로의 전환

지금까지 북중관계의 변화는 대체로 다음의 세 단계를 거쳤다. 첫째 단계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형성된 동맹관계이다. 이는 이념, 정치, 군사적인 유대감에 기초한 관계인데 양국은 이러한 관계를 ‘전통적 친선관계’로 지칭하여왔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되고 동북아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북한과 중국의 동맹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특히 1992년에 이루어진 한중수교로 양국관계는 심각한 정치적 갈등을 동반한 냉각기로 접어들었다. 이 시기 북한은 핵카드 활용과 고난의 행군 등으로 독자적인 생존전략을 추구하였고 이에 따라 양국 사이의 교역은 크게 축소되고 고위급 교류도 거의 중단되었다. 셋째 단계는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 이후 시작된 새로운 협력관계이다. 양국은 최근까지 양국 사이의 경제교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고, 고위급들 사이의 교류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양국은 여전히 “전통적 친선관계”로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양국관계의 발전은 내용적으로는 냉전시기의 관계와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양국 사이에 이념적, 정치적 유대감은 크게 약화되었다. 이는 많은 중국의 외교전문가들이 북핵문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공공연하게 밝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이 중국을 잠재적 경쟁자로 간주하고 미일군사동맹의 강화, MD, 중앙아시아로서의 군사적 진출 등을 통해 중국을 은근히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대해서 재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북의 핵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중국학자들도 북한의 붕괴에 따라 미군의 휴전선 이북으로 진출하는 것을 재앙적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경우도 중국과 이념, 군사, 대외정책에서 입장의 차이가 크지만 체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는 중국의 군사, 경제적 역할을 계속 무시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양국은 다시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즉 최근 양국관계의 발전을 이끄는 것은 이념, 정치적 동질감이 아니라 실익에 대한 고려이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북한이 자신의 안보정책과 체제유지와 관련한 문제를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처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통적 동맹관계 시기에도 북한과 중국 사이에 힘의 비대칭성이 두드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중소의 갈등과 지정학적인 이점을 유지하여 소련이나 중국에 대해 외교, 군사적으로 상당한 자주성을 유지하였다. 그런데 중국의 실용주의적이고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외교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안보정책에서 중국에 의존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북한이 체제안전 문제를 핵문제와 연계시키고 있고 이에 대해서 답을 줄 수 있는 것은 미국밖에 없다고 믿는 상황에서 중국이 자신의 영향력에만 의존하여 북한을 설득하는 데에는 커다란 한계가 있다.

일부에서는 최근 북한의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의 증가가 중국이 북한을 설득시킬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경제적 제재 등의 수단을 동원하여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붕괴 등의 더욱 불안정한 상황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북한도 중국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를 여는 방식으로 중국의 입장을 배려하고 있으나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의 입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전혀 변화가 없다. 특히 지난 3자회담과 6자회담의 성사과정에서 중국은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였으나 북한이 6자회담에서 자신의 관심사가 논의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중재자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비판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중국의 역할은 6자회담의 성사단계보다도 더욱 커다란 제약에 직면하고 있으며 중국의 역할만으로 상환을 전환시키는 것은 힘들 것이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협력

지금까지 6자회담 과정에서 중국과 한국은 유사한 입장을 처해있었다. 이는 양국이 북한의 불안정한 상황으로 가장 많은 정치, 군사.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은 북한과 미국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가능하면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이 도래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를 위해 북한에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군사적 방법이 아닌 대화를 통한 해결을 설득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중재 역할이 효력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라크전쟁 등 중동문제에 우선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6자회담을 통해 현상이 유지되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회의적인 태도도 적지 않았던 초기보다 6자회담에 훨씬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대화나 현상유지가 아리나 체제유지와 관련한 실질적인 보장을 받기 위해 협상에 참여하였는데 협상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자신의 핵문제만이 쟁점으로 부각되는 상황에 불만이 커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이 6자회담의 지속에만 연연하는 중재자적 입장에 머무를 경우 상황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즉 기존의 중재자적인 입장은 북한과 미국의 눈치를 보며 시간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이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더욱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에 기대기보다는 한국과 중국이 6자회담에서 더욱 구체적인 협상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북한의 회담복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6자회담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더욱 분명하게 하여야 한다. 이미 중국은 여러 차례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밝혔고 노무현 대통령도 작년 LA 발언을 통해 유사한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이러한 입장이 6자회담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입장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정지작업이 이루어진다면 북한에게 더욱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체제보장이라는 요구는 매우 추상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고 앞으로의 협상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제기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해서는 분명한 인센티브를 주되 동시에 북한의 일방주의적 행위나 과도한 요구가 협상의 진전을 막기 위한 협력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개입은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에게 미국과의 관계에서나 북한과의 관계에서나 일정한 마찰을 감수하여야 하는 부담을 줄 것이다. 이러한 부담에 대한 우려가 한국과 중국이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중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좌고우면하는 방식으로는 주도적 역할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며 한반도의 운명도 외부의 입김에 좌우될 가능성을 높일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중국의 협력을 얻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보면 중국의 역할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역할이 문제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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