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10-05-03   2716

[2010 핵군축 보고서 Ⅰ] 결론 및 제언



결론 및 제언


1. 결론


참여연대는 2008년에 이어 2009년 유엔총회에 상정된 결의안 분석을 통해 국제사회의 강한 핵군축 요구에도 불구하고 NPT 발효 40년째인 현재에도 4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NPT 의제와 논쟁을 벌이고 있는 배경과 원인을 알아보고자 했다. 분석 결과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미국의 표결 행태가 다소 긍정적으로 변화되었다. 2008년(부시 행정부) 미국은 핵군축 관련 결의안들에 대해 100% 반대한 것에 비해 2009년(오바마 행정부)에는 13건 중 2건은 찬성, 3권은 기권하였다. 찬성한 결의안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결의안과 ‘핵무기 전면 철폐 재결의’ 결의안이다. 오바마 정부의 ‘핵무기 없는 세상’ 구현이라는 이니셔티브가 표결에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유의미하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미국은 포괄적이며 완벽한 핵무기 전면 철폐라는 NPT 목표에 상응하는 수준의 핵군축을 추진하여야 한다.


둘째, 한국과 일본의 표결행태가 비핵국가라기보다 핵보유국과 비슷했다. 핵보유국의 핵군축을 촉구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결의안에 이 두 국가는 기권입장을, 특히 1995년과 2000년에 열린 NPT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까지 표명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을 향유하고 있어 미국의 핵군축이 자국의 핵우산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의 긴밀한 동맹국임을 자부하는 이 두 국가는 또한 미국의 핵태세보고서(NPT)에서 미국 핵무기의 전략적 지위 감소에도 불구하고 핵억지력을 여전히 보장받는다는 약속을 이끌어낸 바 있다. 결국 자국 안보를 위해 핵우산 정책을 포기하기는커녕 강화를 요구하는 행태는 미국의 핵군축의 걸림돌 중 하나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셋째, 북한의 표결 행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직설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의 경우 북한을 지목해 6자 회담 복귀를 촉구한 결의안들(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하여 : 핵군축 의무 이행을 가속하며, 핵무기 전면 철폐 재결의)과 핵실험을 금지하는 CTBT 결의안에 대해서도 북한이 핵실험을 한 2006년과 2009년에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그 외 결의안들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취했다. 이는 다른 국가들이 유사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결의안 발의국에 따라 입장을 변경하는 행태와는 구별된 행동이라 할 수 있겠다.


넷째, 미국의 이중 잣대는 여전하다. 미국은 북한과 이란을 미국의 소극적안전보장(NSA)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언했고, 핵안보정상회의에도 초청하지 않았다. 반면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NCND 입장을 고수하며, 이스라엘의 NPT 가입을 촉구하는 ‘중동지역 핵확산의 위험’ 결의안에 대해서 이스라엘과 더불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은 또한 이스라엘을 핵안보정상회의에도 초청하였는데, 이스라엘이 되레 참석하지 않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와 같은 미국의 이중 잣대는 핵 비확산의 당위성을 훼손하며, 핵 확산 주범국들에게 핑계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NPT 체제 약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미국 자신이라는 점을 자각할 때 이번 NPT 검토회의에서 국제사회 공조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북한과 이란과 같은 소위 ‘불량국가’(2010 NPR에서는 이탈국가(outlier)로 칭함)의 핵군축 찬성률이 핵보유국들보다 높다는 점이다. 이란은 12국가들 중 가장 높은 찬성률(92%)을 보였으며 북한도 약 70% 찬성률을 보였다. 반면 중국(77%)을 제외한 핵보유국들은 낮은 찬성률을 보였다. 미국과 프랑스 각각 15%, 영국 31%, 러시아는 46%에 불과한 찬성률을 보였으며, 이스라엘은 가장 낮은 찬성률(8%)을 보였다. 즉 중국을 제외한 공식 핵보유국들은 핵군축 요구에 대해 상당히 소극적,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반면, 이스라엘을 제외한 비공식 핵보유국들은 핵군축을 요구하는 결의안들에 대해 공식 핵보유국들보다는 긍정적으로 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불량국가라는 낙인찍기에 심사숙고 없이 동참하기보다는 ‘불량국가’들의 실질적 행태에 대해 좀 더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2. 2010 NPT 검토회의 전망


5월 3일 제8차 NPT 검토회의 개최를 앞두고 NPT의 3대 축인 핵군축, 비확산, 평화적 핵 이용권에 대한 각국의 이해가 대립하고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미러간 전략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타결을 바탕으로 비핵보유국들에게 비확산의 의무, 특히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주요하게 다룬 핵테러리즘에 대한 비핵보유국들의 공조를 요구할 것이다. 또한 이란과 북한 등 NPT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국가들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핵확산 통제 시스템 강화를 의제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동맹그룹(NAM)을 포함한 비핵국가들과 국제시민사회는 New START를 환영하기는 하나 여전히 수많은 핵무기와 핵물질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자연감소분을 고려한다면 New START의 실질적 감축량이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 등 보편적이면서도 완벽한 핵군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NPT가 1995년 소위 연장회의를 통해 25년이라는 한시적 조약을 무기한으로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동비핵지대 결의안이 포함되었기 때문인데, 미국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핵보유에 대해 NCND 입장을 고수하며 핵확산의 책임을 묻지 않고 있어 중동 국가들이 주축인 비동맹그룹이 과연 미국의 비확산 체제 강화에 쉽게 동조할지 의문이다.
평화적 핵이용권도 쉽지 않은 매우 민감한 이슈이다. NPT 체제는 우라늄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평화적 핵 이용권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의 사례에서 보여주듯 선의에 의한 저농축 프로그램이 핵무기용 고농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적 성장, 정치적 전략 변화 등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한국도 핵주권을 내세워 재처리 시설 보유를 주장하고 있어, 국제사회는 핵확산에 대한 우려와 불신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평화적 핵이용권을 내세운 핵확산의 조짐은 일본 로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을 미국이 미일원자력협정을 통해 허용했을 때부터, 재처리 시설에 대한 비핵보유국의 욕구를 부채질할 것이라고 예상된 바 있다. 따라서 평화적 핵 이용권 인정과 핵확산 방지의 아슬아슬한 경계는 이번 NPT에서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3. 2010 NPT 검토회의에 대한 제언


NPT 체제는 핵보유국들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반면, 비핵국가들의 핵무기 보유를 금지하는 불평등 조약임에도 불구하고 189 회원국을 둔 가장 거대한 무기통제 조약이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핵보유국들이 보편적이며 완벽한 핵군축을 추진할 것이라는 핵보유국들의 ‘선의(good faith)’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5년 NPT 최종 합의가 채택되지 못한 채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올해 NPT 40주년을 맞았는데도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를 비핵국가들이 수긍하기 힘들 것이다.


NPT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핵보유국들의 핵군축의 노력이 가시적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 핵보유국들은 핵군축 관련 4대 조약(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핵분열성물질생산금지조약(FMCT), 핵무기협약(NWC), 소극적안전보장(NSA) 관련 조약)의 발효를 위한 구체적이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다른 무기 관련 조약이 생산, 실험, 사용 등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에 반해, NPT 조약이 선의에 기반한 핵군축을 요구하는 것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확인되고 있는 바,  핵무기의 개발, 실험, 생산, 비축, 이전, 사용 및 사용 위협을 금지하는 핵무기협약(NWC)이 하루속히 조약으로 만들어지고 발효 절차에 돌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핵무기 없는 세상 구현의 중간단계인 비핵지대화 확대 노력에 핵보유국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비핵지대 조약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핵보유국들이 지대 내 비핵국가들에 대해 소극적안전보장(NSA)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의정서를 비준해야 한다. 특히 동북아시아는 핵을 둘러싼 실질적 대립과 불신이 존재하는 지역인 만큼 한일 시민사회와 의원들이 지지하는 동북아비핵지대화가 이번 NPT 검토회의에서 국제적으로 공론화되될 필요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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