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09-09-09   2632

[핵군축 보고서 I] 보고서 발행 취지 & 핵군축 분야 표결 분석


보고서 취지와 목적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원자폭탄 투하는 핵억지력이라는 위험한 평화의 시대, 냉전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냉전 종식 이후 지금까지도 핵무기 비축량은 쌓여왔고 획기적인 핵군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SIPRI(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연보 2009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는 23,300개의 핵무기 존재하며, 2000회가 넘는 핵실험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2008년 현재 융합(blend-down) 예정인 297톤 제외하고도 전 세계에는 1,379톤의 고농축우라늄이 비축되어 있고, 225톤의 군사용으로 추출된 플루토늄(separated plutonium)이 존재한다.핵 억지력을 통한 평화유지라는 망령은 한반도에도 예외 없이 떠돌고 있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고, 북한도 스스로 핵무기 개발에 나섬으로써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핵 갈등이 한반도 최대 현안으로 부상된 지 오래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핵무기 보유 국가들은 핵무기라는 반인륜적이고 가공할 만한 위협을 지닌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자 하는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핵무기 폐기와 핵군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광범위하고도 오래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보유국들은 이러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핵 억지력이 유효하지 않다는 역사적 해답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일부 국가들도 국제사회의 핵군축과 비확산을 가로막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핵우산 제공을 보장받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핵 억지력에 무임승차(free-ride)하려는 행태도 국제사회의 핵군축 의지와 노력을 저해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없는 세상(Nuclear Weapon Free World)’은 인류가 해결해야 할, 포기할 수 없는 과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핵군축으로의 진전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계기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2008년 당선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하고 있다. 러시아와 전략적 핵무기 감축 협상에 들어간 미국은 이번 달(9월)에 유엔 안보리에서 핵군축 회의를 주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유엔 군축회의에서는 CTBT(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 발효를 촉진하는 회의가 9월에 열릴 예정이다. 무엇보다 2010년 5월에는 5년마다 열리는 NPT(핵확산방지조약) 검토회의에서 전 세계 핵군축을 위한 괄목할만한 결과를 도출해낼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선거에서 압승한 일본의 민주당도 동북아 비핵지대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일단 국제사회는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핵무기 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은 한반도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상처럼 핵 갈등 상황을 접하는 한국 시민사회는 핵군축에 관한 국제사회의 논의에 대체로 무관심한 반면, 이젠 ‘북핵 피로도’라는 말이 생길 만큼 북한 핵개발 문제에 대한 논란에만 집중해왔다고 할 수 있다. 정부 또한 북한의 핵개발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해왔으나 핵우산 정책을 포함해 전세계 핵군축에 대해서는 모호하고 이율배반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참여연대가 핵무기와 핵군축에 대한 주요 국가들과 한국의 입장을 정리, 분석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상황인식 때문이다.


이에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유엔 총회에서 이루어진 핵군축 관련 결의안에 대한 핵무기 보유 국가를 포함한 12개 국가들의 표결현황을 분석하고, 이러한 표결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첫 번째 보고서가 핵군축에 대해 미국 등 핵보유 국가들이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취함으로써 핵무기 없는 세계로 나아가는 데 이들 국가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면, 두 번째 보고서는 전세계 핵군축과 비확산을 강조해왔던 한국 정부가 실제 국제외교 무대에서 이러한 입장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검토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보고서가 한반도 비핵화뿐만 아니라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진지한 관심과 토론을 촉발하는 하나의 참고자료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핵군축, 인권 등 국제외교 현장에서 드러난 정부정책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활동을 전개할 것임을 밝힌다.



분석대상과 조사방법


매년 유엔총회에서는 군축위원회(Disarmament Committee)에서 논의된 결의안 및 결정문에 대해 표결을 실시함. 참여연대는 유엔 총회에서 다뤄진 지난 6년간 (2003년~2008년/58차 회기~63차 회기) 핵군축과 비확산 이슈를 둘러싼 각각의 결의안과 결정문에 대해 핵무기 보유 5개국(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NPT(핵확산방지조약) 미가입국이지만 핵무기를 이미 보유했거나 보유하고자 하는 국가들(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또는 핵무기 보유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나라(이란), 그리고 한국과 일본 등 총 12개국의 표결현황(찬성, 반대, 기권)을 분석하였다.


이 보고서는 핵 보유국과 핵 비보유국간의 입장을 중심으로 분석하였으며, 한국의 표결 현황은 ‘한국 정부의 유엔 핵군축 결의안 표결 분석 보고서’에서 별도로 심도 있게 다루었다.


결의안과 결정문은 핵군축, 핵군축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과제, 핵군축 관련 국제협약, 소극적 안전보장(NSA), 비핵지대화, 방사성 물질 통제 등 6개 분야로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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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군축 분야 표결 분석


 (1) 핵군축 (Nuclear disarmament)




 ◯ 내용
 – ‘핵군축’ 결의안은 국제사회가 핵무기 전면 철폐와 핵무기 없는 세상 건설에 합의했음을 강조하며, 핵무기의 개발, 실험, 생산, 비축, 대여, 이전, 사용과 위협 금지, 핵무기 불능화에 관한 핵무기 조약 체결을 촉구하고 있음. 또한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의 발효를 촉구하고, 핵무기 사용 및 사용위협에 합법성에 관한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의견을 상기시키며, 2000년 NPT 검토회의에서 채택된 13개의 액션플랜(13 Point Action Plan) 이행을 강조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함.
 – 또한 ‘핵군축’ 결의안은 특히 핵무기 보유국에게 핵무기 경계 해제 및 비활성화 조치를 촉구하는 한편, 핵무기 선제 사용 억제를 위해 국제적,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이행을 요청하고, 핵무기 비보유국에 대한 국제적, 법적 구속력 있는 소극적 안전보장을 촉구하고 있음.


 ◯ 각국 입장
 – 핵무기 보유국에게 위와 같은 구체적인 핵군축 의무 등을 부과하는 결의안에 대해 지난 6년간 각국은 한 치의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음. 미국, 영국, 프랑스는 반대 입장을, 러시아는 기권을, 중국은 찬성 입장을 유지하고 있음. 이스라엘도 반대 입장을, 인도와 파키스탄은 기권을, 이란과 북한은 찬성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
 – 소위 미국과 동맹관계이거나 미국으로부터 핵우산을 제공받는 국가인 한국과 일본은 일관되게 기권함으로 사실상 ‘핵군축’ 결의안에 찬성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줌.

(2)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하여 : 핵군축 의무 이행을 가속하며
(Towards a nuclear-weapon-free world : Accelerating the implementation of nuclear disarmament commitments)



◯ 내용
 –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하여‘ 결의안은 2003년에 새로운 의제로 제출된 것으로 핵군축과 비확산 양쪽 모두 불가역적 진전이 시급하게 필요한 과정임을 강조하며, NPT(핵확산방지조약)에서 합의된 의무를 다할 것을 요구하며, 2010년 NPT 검토회의 및 그 준비위원회를 환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음.
 – 또한 핵무기 보유국에게는 NPT에서 합의한 핵 군수품(nuclear arsenal) 전면 폐기 이행 약속을 상기시키면서 핵무기를 개발 또는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국가들에게는 비확산 의무 이행을 요구하고 있음. 구체적으로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에게 NPT 가입을, 북한에게는 NPT 탈퇴 무효화를 촉구하며, 6자회담의 노력을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음.
 
◯ 각국 입장
 –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들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핵무기 보유국들은 이 결의안에 대해 반대 또는 기권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핵군축 이행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음. 인도와 이스라엘은 이 결의안에 지속적으로 반대하며 비확산 의무를 이행할 의지가 없음을 드러냄.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이 결의안에 반대해 옴.



 (3) ‘핵무기 사용 및 위협의 합법성’에 관한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의견 이행
(Follow-up to the advisory opinion of 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on the Legality of the Threat or Use of Nuclear Weapons)


◯ 내용
 – 위 결의안은 엄격하며 효율적인 국제 통제 하에 핵군축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결을 강조하며, 핵무기 사용금지 협약에 대한 조속한 결단을 요구하고 있음. 또한 ‘ICJ의 권고의견 이행’을 의제로 채택할 것을 요구함.
 – 1993년 유엔총회는 “핵무기의 위협 혹은 사용이 국제법상 허용되는 상황은 언제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검토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요청한 바 있음. 중국을 제외한 핵무기 보유국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는 핵무기를 NPT를 포함해 여러 조약들이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합법이라는 의견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출함. 국제사법재판소는 핵군축 이행 의무는 인정했지만 국가의 생존 자체가 위기에 빠진 극단적 상황에서 자위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명확하게 결론내릴 수 없다며 판단을 유보했었음.


◯ 각국 입장
 – 국제사법재판소가 권고한 핵군축 이행의무 준수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핵무기 보유국들은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 이스라엘 역시 반대 입장을 유지해 옴. 미국으로부터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는 일본, 한국도 지속적으로 기권함.



 (4) 핵무기 전면 철폐의 길 / 핵무기 전면 철폐 재결의
(A path to the total elimination of nuclear weapons / Renewed determination towards the total elimination of nuclear weapons)


◯ 내용
 – 일본이 매년 발의하고 있는 ‘핵무기 전면 철폐의 길’ 결의안은 효과적인 국제 감독 하에 총체적이며 완전한 군축을 강조하고 있음. NPT 합의사항 이행과 NPT 검토회의 및 준비위원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며, 핵군축의 투명성과 신뢰구축에 동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음. 또한 CTBT(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 비준과 군축회의에서 FMCT(핵무기용 핵분열성 물질생산과 핵폭발 장치생산 금지 조약) 논의를 촉구하고 있음.
 – 특히 이 결의안은 핵무기가 안보체계에서 가지는 작전상 지위를 격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핵군축에 있어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환영하고, 프랑스, 영국 등이 제출한 군축 제안서를 주목한다고 밝히고 있음.


 ◯ 각국 입장
 – ‘핵군축’,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하여’ 결의안에 비해 ‘핵무기 전면 철폐의 길’ 결의안이 핵무기 보유국에게 요구하는 핵군축의 수준이 결코 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프랑스, 러시아는 이 결의안에 대체로 지지하고 있음. 미국은 이 결의안에도 계속 반대하고 있으며, 반대로 핵군축에 대해 비교적 찬성 입장을 취해 온 중국이 이 결의안에 지속적으로 기권함으로써 사실상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음. 이는 결의안의 내용보다는 발의국과의 관계가 표결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함. 기권해왔던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





※ 유엔 총회 회기는 연도별로 아래와 같음.


※ ‘표결 없이 채택’은 표결에 앞서 결의안에 대해 반대 의견이 없을 경우 표결 없이 채택된 것을 의미함. 반대 의견이 있을 경우 표결에 붙여지며, 국가들은 찬성, 반대 또는 기권 입장을 표할 수 있음. 종종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 국가 이름이 누락되는 경우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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